갑오년의 기상, 다시 뛰는 농업

2014년 갑오년甲午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갑오년의 갑은 천간과 오행으로 목에 해당하고 색깔은 청색을 뜻해 올해를 청말띠 해라고도 합니다. 진취적인 기상이 차고 넘치는 해에 우리 농민 모두 힘차게 달리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새해가 되면 가장 많이 하는 인사말이
‘건강’에 관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조선 시대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20대였다는 것을 생각할 때 지금의 100세 시대는 매우 놀랍습니다.
이제는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먹거리’의 중요성이
더 대두됩니다. 지난해 ‘2013 남양주슬로푸드국제대회’에
참가했습니다. 각 나라가 고유한 음식 문화를 어떻게
보전하고 계승하는지, 또 농업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였습니다.

이 대회는 5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참가했고,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관심이 높아졌음을 확실히 보여줬습니다.
이렇듯 먹거리의 중요성은 커지는데 정작 농업과 농촌, 농민의 현실은 어렵습니다. 호주, 중국과의 FTA 협상, 그리고 TPP 가입을 위한 준비 등 세계화의 물결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최근에는 풍년기근현상까지 나타나 우리 농업 경쟁력 약화와 소농의 몰락, 식량위기 등 많은 걱정을 낳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협동조합을 준비하는 농민들과 이탈리아와 독일의 다양한 협동조합과 친환경 농업, 에너지 자립형 지역사회 등을 둘러보았습니다. 특히 이탈리아의 모데나에서는 철저한 관리와 인증체계로 파마지아노 치즈, 람브로스코 와인, 발사믹 식초, 프로슈토 햄 같은 지역의 특산물을 세계적인 명품 농산물 가공품으로 만든 사례를 보았습니다. 그 중심에는 농민의 자발적인 협력과 연대가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우리 전통 음식이 떠올랐습니다. 고추장, 된장, 간장 그리고 젓갈과 술 등 우리에게도 다양한 발효 식품이 있습니다. 두레와 계, 향약과 같은 협동의 정신도 우리는 가지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주도하는 지역 특산물 활성화가 아닌, 농민들이 협력하고 연대하여 만들어가는 건강한 먹거리, 또 이러한 농민의 노력에 정부의 ‘농업·농촌에 대한 올바른 철학과 애정’이 담긴 농업정책이 수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올해는 1894년 갑오농민 운동이 일어난 지 꼭 120년 되는 해이기도합니다. 갑오년의 푸른 기상으로 농업과 농민이 힘차게 다시 뛰는 한 해가 되길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