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국익’ 앞에 ‘국민’이 있는가

한·중 FTA를 바라보는 언론의 시선과 농업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중 정상회담 이후 박차를 가하던 한·중FTA(자유무역협정) 6차 협상이 1단계 합의에 이르는 데 실패했다. 언론은 ‘국익’의 관점에서 FTA 사안을 다루며 정부에 실리를 챙기라고 주문했고, 일부 언론만이 FTA에 반대하는 농민단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지만, 정작 한·중 FTA가 국민 개개인에게 가져다줄 이익은 무엇인지, 왜 많은 이들이 중국과 FTA를 두려워하는지는 조명하지 않았다.

국민은 FTA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사실 국익의 논리는 가장 쉽게 국가의 정책에 반대하는 약자를 억누르는 폭력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국민의 충분한 지지와 여론 수렴 없이 국익이라는 명분으로 FTA를 밀어붙였고, 그에 따른 많은 사회적 갈등과 희생을 치렀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FTA가 대세이고 불가피하다는 동일한 사고 패턴이 한·중 FTA에도 반복되고 있다”면서 “중국과 미국의 G2 시대에 우리가 중간에서 이득을 취하자는 린치핀(linchpin·핵심축) 전략을 취하자”고 했다.
정부와 언론에서 줄기차게 주장하는 국익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한·중 FTA의 무역 규모는 그간 FTA를 체결한 미국과 유럽을 합친 것보다도 큰 중대 사안이다. 지난해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농협경제연구소 보고서를 보면 한국과 중국이 FTA 체결 시 10년 동안 국내 농업의 피해액은 24조 원에 달하며 채소 과실류 피해만도 12조 원에 이른다. 이는 한·미 FTA 체결 당시 앞으로 15년간 전체 농업 분야의 피해 추정액 12조 2,000억 원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해영 교수는 “한·중 FTA 효과는 국제 표준 모델로 산출해 봤을 때 매년 0.1% 정도에 불과하
지만 정부가 경제 논리로 먹히지 않으면 정치 논리로 나오리라는 것은 국민도 이미 다 알고 있다”며 “20대들도 일자리 유출과 실업률 증가 등 한·중 FTA의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 본능적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은 FTA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지난해 12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한·중
FTA 체결에 대한 국민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반대한다는 의견이 61%로 찬성한다는 의견 39%보다높게 나타나 한·중 FTA에 대해 국민의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중 FTA 체결 후 국민 전체 생활 수준 변화에 관한 조사에서는 생활 수준이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33.8%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 5.4%가 나왔다. 그리고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19.8%, ‘훨씬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1%에 불과하였다.

밀려드는 중국산, 안전할까
한·중 FTA가 이대로 체결되면 농어민, 중소기업 그리고 실업 및 양극화에 대한 피해를 우려하고 대기업만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인식하는 국민이 많다. 당장 중국에서 물밀 듯이 들어올 농산물과 공산품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과 공포도 가중되고 있다.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장차 아이들이 먹고 소비할 중국산 농산물과 문구류 등이 믿고 소비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정보가 없어 답답해하고 있다. 김민선 아이건강국민연대 사무국장은 “중국에서 수입되는 제품들이 어떻게 생산되고 유통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 염려된다”면서 “성장기 어린이들은 방부제와 농약에 취약하므로 더욱 우려된다”고 했다.
농산물뿐만 아니라 학용품, 문구류 등 공산품도 안전지대에 놓여있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 1월 환경부에서 장난감 등 4,000개 어린이용품에 대한 유해 물질 함유 실태를 조사한 결과 상당수 중국산 제품에서 유해 물질 함량이 국내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산 모형 악기에서 니켈 검출량은 무려 기준치의 2만 9,628배에 달했다.

농업 분야에 대한 대책 제시 없는 언론
하지만 국내 주요 언론은 이 같은 국민의 불안을 대변하고 없애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 분야에 대한 대책과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7월 2일 자 사설에서 “주요 국책연구기관들도 ‘한·중 FTA가 한·미 FTA보다 국내 농
업에 다섯 배 이상의 피해를 미칠 것’이라 우려하며 어느 때보다 꼼꼼히 따져가며 이익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면서도 “우리가 저성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꾀하려면 한·중 FTA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못 박았다. 이어 “한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우리의 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고, 중국으로서도 한국은 4위의 교역국”이라며 “만약 한·중·일 FTA가 체결되면 전 세계 국내총생산의 19.6%, 수출입의 18%를 차지하는 동북아가 역내 경제통합을 이루게 된다”고 했다.

농민들의 하소연이 진정한 요구나 목소리로 접수되지 않고 사회 갈등 관리 차원으로
접근되고 있다. 언론도 농업 문제를 사회적 갈등으로만 다루지 말고, 왜 농업이 소중
하고 농촌을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지 현안과 대안을 엮어서 같이 보도해 줬
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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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한·중 FTA가 체결되면 자동차, 전자, 석유 화학 같은 제조업의 대중(對中)수출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와 삼성경제연구소는 한·중 FTA가 발효되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4% 추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중 FTA 발효로 농수축산업에서의 피해는 한·미 FTA나 한·EU FTA보다 훨씬 크다고 지적하면서도 FTA의 당위성만을 내세워 농업 등 피해 산업에 대한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더해 경제지들은 아예 농업을 포기한 채 FTA를 빨리 추진하라고 부추기기까지 했다.
“중국이 민감 품목을 철회하면 우리 쪽도 농수산물 같은 민감 품목을 일정 부분 양보할 수밖에 없다”며 “더욱이 수입 관세가 철폐되는 품목이 90% 이상인 높은 수준의 FTA로 간다고 하면 중소기업의 희생도 감수해야 할 것.” (한국경제, 7. 3일 자)
“현재 진행 중인 한·중 FTA 협상이 자국 시장을 보호하면서 상대국 시장의 접근 기회를 더 얻어내기 위한 줄다리기방식의 전통적인 FTA 협상전략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저부가가치 부문을 과감히 개방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서울경제, 6. 26일 자,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칼럼)

한편 경향신문은 “저가의 중국산이 밀려들면 농축산물은 물론 중소기업 제품의 생산 기반이 송두리째 붕괴할 수 있다”며 “FTA 맹신론에 빠진 채 졸속으로 추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국은 미국에 이은 제2의 경제 대국이자 우리의 최대 교역국으로 지리적 근접성과 상품의 유사성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 전반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며 “쌀을 비롯한 농축산물이 우선걱정이다. 중국산 농산물은 국내산의 5분의 1 값에 불과해 비교 대상이 아니다” 라고 분석했다. (7.6일 자 사설)
하지만 경향신문도 한·중 FTA 추진에 따른 이렇다 할 대안은 내놓지 못했다. 한겨레신문도 농민
단체의 FTA 반대 집회 소식만을 단편적으로 전했다. 전국에서 모인 수천 명의 농어민은 7월 2일부터 15일까지 한·중 FTA 6차 협상 장소인 부산에서 협상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농업은 희생해도 되는 ‘저부가가치’ 산업인가
농민들은 “지난 시기 국익을 위해 농민의 희생을 담보로 체결한 한·칠레, 한·EU, 한·미 FTA등 그 어느 것 하나 우리나라 경제에 아무런 보탬이 되지 못했다”며 “정부와 언론은 농축수산업 분야의 농어민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될 것이라 하면서도 이를 당연시하고 400만 농어민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 같은 언론의 안일함과 무관심에 대해 정기환 국민농업포럼 상임이사는 “국가 발전 전략 차원에서 진행되는 개방 정책이나 FTA로 농업의 피해는 필연적인데 농민이 스스로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수단은 집회나 시위밖에 없다”며 “이에 대한 하소연이 진정한 요구나 목소리로 접수되지 않고 사회갈등 관리 차원으로 접근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언론도 농업 문제를 사회적 갈등으로만 다루지 말고, 왜 농업이 소중하고 농촌을 지키고 발전시
켜 나가야 하는지 현안과 대안을 엮어서 같이 보도해 줬으면 한다”는 그의 당부에 귀 기울여 줄 수 있는 언론이 있기는 한 걸까.
100% 국민행복 시대를 열고 농어업인의 땀이 헛되지 않도록 소득과 복지가 함께 가는 농정을 펼쳐우리 농촌과 농업에 희망의 불씨를 되살리겠다던 새 정부의 약속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막연한 ‘국익’ 앞에 ‘국민’이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농업은 희생해도 되는 저부가가치 산업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는 ‘국민’의 생존권이다.

23※필자 강성원: 미디어오늘 정치사회부 기자. 대산농업전문언론장학생 출신으로, 농업과 농촌에 대한 관심으로 농촌과 농업에 관한 폭넓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글을 쓰고자 노력하고 있다. 트위터@sejou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