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들의 힘을 모아 가꾸는 ‘언니네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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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가 왔다.
상자 안에는 유정란 10알, 손두부 1모, 상추와 토마토, 봄기운이 가득 담긴 두릅과돌나물이 들어있다. 그리고 이것들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법과 소소한 일상을 알리는 꾸러미 편지가 함께 들어있다.
이 상자를 사람들은 ‘꾸러미’라고 부른다. 깨진 유정란이 들어 있어도, 처음 보는 낯선 먹거리가 담겨 있어도 사람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신문지에 둘둘 말려 온 제철 채소를 보며 친정 엄마가 보내 준 것 같은 푸근함을 느낀다. 이 꾸러미 상자 안의 건강하고 신선한 채소들이 키워지는 곳. ‘언니네텃밭’이다.

꾸러미 상자는 텃밭에서 기른 재철채소들로 구성된다.
꾸러미 상자는 텃밭에서 기른 재철채소들로 구성된다.
여성 농민들은 스스로 변화하고 성장해나가며 따뜻한 리더십을 발휘하 고 있다.
여성 농민들은 스스로 변화하고 성장해나가며 따뜻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언니네텃밭은 꾸러미 사업을 통해 서로 소통하며 공동체의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언니네텃밭은 꾸러미 사업을 통해 서로 소통하며 공동체의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언니들이 모여 일을 냈다
지난 2009년, 텃밭에서 기른 먹을거리를 도시 소비자와 나누는 것에서 시작한 언니네텃밭의 ‘꾸러미 사업’은 ‘마을’을 기반으로 한 ‘여성’ 농민들이 생산 공동체를 조직하여 운영하는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 공동체는 6명부터 15명까지의 생산자로 구성되고 함께 모여 품목 구성과 가격 결정, 꾸러미 포장 등 꾸러미 사업을 공동으로 운영해 나간다.

변화하는 여성 농민들, 공동체 활성화를 이끌다
“소비자와 소통하기 위해 생전 처음으로 이메일 주소를 만든 여성 농민도 있어요. 이렇게 여성 농민들이 스스로 변화해나가고 있죠.” 윤정원 사무장의 말이다.
여성 농민들이 실제적인 생활공동체를 운영하며 가정과 지역 공동체 내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며, 지역 공동체를 이끄는 주요한 주체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2009년 4개 공동체로 시작했던 것이 현재 15개, 지금 사업을 준비 중인 공동체도 3개라고 한다. ‘꾸러미 사업’에 함께 하려는 여성 농민들의 관심도 높고, 새로운 생산자 또한 계속 유입되고 있다.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꾸러미 공동체
제철 꾸러미를 싸는 여성농민에겐 특권인 날입니다. – 경북 안동 금소 공동체
당산나무 아래 정자에서는 언제나 제철꾸러미 이야기가 오고갑니다. – 전남 순천 황전 공동체

이야기 나누며 마을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사라져 가는 텃밭농사를 되살려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앞으로 ‘생태농업보급단’을 통해 텃밭을 가꾸며 쌓인 노하우들, 우리 실정에 맞는 농사법과 기술 등을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나누며 생산자 간의 소통과 공동체 사이의 소통도 활성화한다고 한다.

‘언니네텃밭’과 함께하는 다양한 공동체의 이야기들이 꽃처럼 활짝 피었다.

글·김미연 / 사진·언니네텃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