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을 품은 정원, 뉴질랜드 해밀턴 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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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 뉴질랜드. 키위와 낙농업 등 뉴질랜드의 주요산업은 다름 아닌 농업이다. 오클랜드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뉴질랜드에서 가장 긴 강으로 이름난 와이카토강을 만난다. 425km에 이르는 이 강의 주변으로 대규모 농업지역이 형성되어 있는데, 이곳 해밀턴을 대표하는 정원이 바로 해밀턴 가든이다.

해밀턴 가든은 1960년 해밀턴시에서 조성했고, 1971년 첫 번째 세계 장미 박람회가 열린 것을 시작으로 1980년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전체 58ha 규모로, 5가지를 주제로 한 정원들이 각기 다른 색깔을 띤 채 사람들을 맞이한다. 파라다이스 가든에서는 중국 영국 일본, 미국, 인도, 이탈리아의 보편적인 정원을 볼 수 있는가 하면, 프로덕티브(Productive) 가든에서는 먹을거리와 관련된허브정원과 채소밭, 뉴질랜드의 식생활과 연관된 다양한 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이밖에 정원용 화훼식물을 위주로 한 컬터바(Cultivar) 가든, 산림지, 덤불, 밸리 산책로 등이 있는 랜드 스케이프(Land scape)가든, 그리고 향수의 원료 식물을 심어놓은 판타지 가든도 있다.

마오리족 전통방식으로 고구마를 수확하고 있다.
마오리족 전통방식으로 고구마를 수확하고 있다.
농업 중심지에 자리한 해밀턴 가든은‘농업’을 중요시한다.
농업 중심지에 자리한 해밀턴 가든은 ‘농업’을 중요시한다.

지난 5월, 프로덕티브 가든 중 하나인 마오리 가든(Te Parapara Maori Garden)에서 특별한 행사를 볼 수 있었다. 뉴질랜드에 가장 먼저 정착해 삶을 누려온 마오리족의 전통과 생활을 알 수 있는 고구마 수확 현장이었다. 일렬로 이랑을 만들어 고구마를 재배하는 일반 재배 방식과는 달리, 군데군데 동그랗게 흙을 쌓아 만든 이랑 사이를 자유롭게 다니면서 사람들은 전통 도구(나무로 만든 낫)로 고구마를 수확하고 있고 그 옆에서는 마오리족의 전통식인 ‘항이’식(고기와 채소를 지열로 익히는 요리법. 뜨겁게달군 돌멩이와 음식물을 땅속에 묻어 서서히 익힌다. 편집자 주)으로 고구마를 익히고 있었다. 고구마(Kumera)는 마오리족이가장 처음 뉴질랜드에서 재배한 작물이란다.

해밀턴 가든을 관리하는 한 대학의 학생들이 만든 허수아비가 키친가든에 전시되어 있다.
해밀턴 가든을 관리하는 한 대학의 학생들이 만든 허수아비가 키친가든에 전시되어 있다.

해밀턴 가든은 단순히 아름다운 수목과 화초들을 보여주는 다른 유명한 식물원들과는 조금 차별화되어있다. 바로 ‘농업’이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해밀턴시는 농민연합(Federated Farmers of NZ)을 비롯하여 낙농협회(DairyNZ), 여성농업인회 등 영향력 있는 농민단체들이 포진한 농업의 메카다. 이런 배경으로 해밀턴 가든은 뉴질랜드 사람들의 식생활을 이끄는 채소들을 키우는 ‘키친 가든’과 지속 가능한, 유기농의 중요성을 알리는 ‘유기농 정원’(Sustainable Backyard Garden)을 통해 농업의 다양한 가치를 이끌어 낸다.
또한 이곳은 농업인들이 찾아와서 쉬고, 함께하며, 특별한 이벤트도 할 수 있는, 문화를 나누는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해밀턴 지역은 뉴질랜드의 대표적 관광 상품인 ‘Farm stay’가 유명한 곳이다. 팜스테이 농가를 가보면 정성스럽게 가꾼 아름답고 아담한 정원과 아기자기하고 지속가능한 유기농 텃밭 등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바로 해밀턴 가든이 그 모델을 제시해준다.

해밀턴 가든은 아직 미완성이다. 58ha의 방대한 규모의 정원 속에 작은 정원이 새롭게 생겨난다. 그리고 그 정원이 만들어지기까지 적어도 조성비용의 80%가 적립되지 않으면 공사를 시작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해밀턴가든은 계속 진화 중인 정원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농업’이 있다.

글·신수경(sk@ds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