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유기농을 넘어 ‘완전한 식품’으로

호울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

호울푸드(Whole Foods)는 우리말로 ‘완전한 식품’이라 해석할 수 있다. 완전한 식품이란 무엇일까?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원래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기능을 잃지 않은 식품. 단순히 유기 농자재를 사용하여 키운 유기농산물을 넘어 면역력, 항산화기능, 항암기능, 재생복원력을 가진 음식을 뜻한다. 최근 식품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 변화와 요구를 반영하듯, 미국, 캐나다를 중심으로 안전하고 건강한 농산물의 개념이 오가닉 푸드(Organic Food)에서 호울 푸드(Whole Food)로 변하고 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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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호울푸드마켓 Whole Foods Market을 가다
캐나다 밴쿠버에 위치한 호울푸드 마켓에 들어섰을 때 세상에 이런 곳이 있을까 싶었다. 매장에는 다양한 종류의 식재료가 조화롭게 진열되어 있었다. 마치 농산물과 식재료가 곧 인테리어의 일부분처럼 보였다.
버섯의 종류가 이렇게 많았던가? 양파와 마늘의 색깔이 이렇게 다양한가? 크기별로 색깔별로 갖춰진 농산물만으로 이들의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창의적인 삶으로 이어지는 이유였구나 싶었다. 또한 바쁜 일상에 발맞추어 간편하게 먹기 좋도록 반가공한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그 제품들을 바로 식탁으로 옮겨놓아도 근사한 상차림이 될 것 같았다. 유기농 와인, 커피, 케이크와 다양한 빵, 치즈의 식료품 뿐 아니라 유기농으로 만든 화장품, 생활용품 등이 다양했다.
평일 오후인데도 매장은 북적였다. 일반 매장에 비해 가격이 1.5배에서 2배 이상 비싼데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었다.

일반 매장보다 1.5배 이상 높은 가격에도 불구,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호울푸드마켓.
일반 매장보다 1.5배 이상 높은 가격에도 불구,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호울푸드마켓.
호울푸드마켓에서는 식료품뿐 아니라 화장품 등 다양한 유기농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호울푸드마켓에서는 식료품뿐 아니라 화장품 등 다양한 유기농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호울푸드, 완전한 식품을 추구한다
‘Whole Foods, Whole People, Whole Planet’이라는 목표를 지향하는 호울푸드마켓은 유기농제품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슈퍼마켓 체인이다. 채식주의자로, 장발에 샌들을 즐겨 신던 맥키(John Mackey)는 1980년 텍사스 오스틴에서 차고를 개조하여 히피와 대학생들을 위한 식품점을 열었다. 창업 31년이 지난 지금 미국, 영국, 캐나다에 300여개가 넘은 매장을 가지고 있다.
2010년 기준 유기농제품만으로 매출액이 90억 달러(약10조원), 영업이익 4억 4,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5만 8,3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1980년 창립 후 성장을 거듭해 지금은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리는 식품유통 상장 회사(NASDAQ)가 되었다. 우리나라 이마트의 2009년 매출이 10조 8,000억인 점을 감안하면, 유기농제품만으로 10조의 매출을 거뒀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성과라 할 수 있다.
호울푸드 마켓은 이러한 재무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2011년 ‘포춘 500대 기업(매출기준)’이면서 동시에 ‘가장 존경받는 기업(World’s Most Admired Companies, 포춘)’에도 이름을 올렸다. 또한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100 Best Companies to Work for, 포춘)’에도 13년간 연속 선정되었다.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리스트에서 이러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 회사는 단 13개사 밖에 되지 않는다.

호울푸드마켓은 지역농산물을 가장 높은 가격으로 구입하고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호울푸드마켓은 지역농산물을 가장 높은 가격으로 구입하고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호울푸드마켓은 농민과의 상생을 중요시하며, 먼곳의 농민들도 지원하고 있다.
호울푸드마켓은 농민과의 상생을 중요시하며, 먼곳의 농민들도 지원하고 있다.

호울푸드마켓의 세 가지 성공 비결
그렇다면 이 호울푸드 마켓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첫 번째 비결은 초지일관 자연재료, 유기농 재료로 만들어진 식품만 판매한다는 것인데 그러면서도 제품들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지구상의 모든 유기농 제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풍부한 상품군을 구축한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버터는 우유에서 추출한 것과 견과류에서 추출한 것, 애플소스는 단 것과 달지 않은 것 등 같은 상품 군이라도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다양하게 구색을 갖춰 놓았다. 심지어 문어, 상어 지느러미 같이 다른 매장에서 구하기 힘든 상품들도 구비해서 고객의 입맛을 충족시켜준다. 그 결과 굳이 웰빙 마니아가 아니어도 이곳을 찾는다.
둘째,‘ 신선 또 신선’이다. 호울푸드 마켓은 자체적인 해산물 공급 및 처리시스템 운영으로 제품의 신선도를 유지한다. 독점 계약한 어선에서 해산물을 공급 받아 손질한 후 각 매장으로 공급한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비행기까지 동원될 때도 있다. 산지직송 거래 시스템을 통해 냉동하지 않은 해산물을 가장 신선한 상태로 판매하는 것 또한 막강한 경쟁력이라 할 수 있다.
셋째 성공 요인은 ‘지역에 주목하라‘ 이다. 호울푸드 마켓의 상품은 지역마다 다르고 각 지역 매니저는 그 지역의 생산자로부터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이것을‘Flexible Buying System’(유연한 구매 시스템)라고 하는데, 이를 통해 본사에서 대량으로 구매하는 시스템에 비해 소비자에게는 신선하고 색다른 상품을 제공할 수 있고, 지역 유기농민들과 상효과를 얻고 있다.
또한 호울푸드마켓은 각 매장마다 지역 사회에 기여하도록 한다. 일 년에 정해진 날만큼 일일 총 수익의 5% 가량을 교육기관 및 비영리단체에 환원하고 친환경단체에 환원하고 친환경단체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등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호울푸드마켓의 다양한 반가공제품들.
호울푸드마켓의 다양한 반가공제품들.

생명을 배려하고 농민을 지원한다
호울푸드마켓은 회사와 직원이 함께 가지는 신뢰 바탕의 ‘공유된 운명’을 강조한다. 한 예로 전 직원의 급여를 공개하여 직원들이 누가 얼마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으며, 어떤 기술이나 능력이 회사로부터 중요한 인정을 받는지 알 수 있도록 하였다. 임원보수에 대한 제한규정을 세워 일반 직원들이 느낄 수 있는 불평등이나 괴리감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편 생산농민들의 발전이 자사의 발전과 직결된다고 믿고 농민들을 지원하고 있다. 멀리 남미에 있는 과일, 커피 재배 농민은 호울플래닛 재단(Whole Planet)을 통해 지원한다. 그리고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도록 관리한다. 이를 통해 제품의 오염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고 있다. 육류 역시 잔인하게 사육되거나 도살되는 고기를 받지 않고, 해산물도 참다랑어와 같은 멸종 위기 생선은 구입하지 않는다.
이렇게 얻은 이익의 5%를 매년 비영리 기관에 기부하고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는 호
울푸드마켓은 사회적 책임기업으로 선정되었으며, 미국 환경보호국(Environment Protection
Agency)로부터 Top 25 Green Partners로 인정받았다.

캐나다 유기농업 연수에서 뭐라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 뭉클한 감동과 희망을 가지고 돌아왔다. 호울푸드 마켓의 기업 활동이 상생 발전하기를 바라며, 우리나라에도 호울푸드 마켓에 버금가는 유기농마켓이 곧 생기길 희망하고 전국 방방곡곡에 ‘완전한 식품’을 추구하는 생협 매장이 들어서는 날을 기대해본다.

글·최병희: 원주생명농업(주) 근무, 2011년 캐나다 연수자

※참고 문헌: 포스코경영연구소, 이기엽.(http://www.pos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