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에 바라는
‘농정개혁’

20대 국회가 개원했다. 민심이 반영된 이번 국회는 여소야대의 정국이다. 그런 차원에서 현 농정의 잘못된 틀을 깨고 새로운 농정체계로의 전환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입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물론 정치인들의 진정성을 믿지는 않지만 그래도 뭔가 기대하고 싶은 절심함에서다.
현 정부에서의 농업·농촌·농민 정책은 한마디로 분열과 좌절로 요약된다.
공권력은 백남기 농민을 쓰러뜨리고 사경에 빠지게 하고도 이 정권은 사과 한마디 없다. 정부가 농업 농민을 대하는 태도와 문제 인식을 바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지난해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하였고 의무수입물량 중 밥쌀용 쌀을 수입해야 할 의무가 없어졌다고 정부 스스로 선언해 놓고도 밥쌀용 쌀 수입을 올해도 강행하고 있다. 쌀값은 최악으로 하락하고, 한·중, 한·베트남, 한·뉴질랜드 FTA가 발효되었으며, 기후 이상으로 강원·경기·충청 등 중부지역은 42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었는가 하면 대부분의 과일생산은 평년작을 웃돌은 데다 수입량마저 늘어나 가격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또한 원유수급불균형으로 낙농가는 점점 어려워지고, AI 구제역 같은 악성가축질병의 만연으로 시름이 깊었던 한해였다.
이 와중에 보여주기식, 이벤트성 농정이 난무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6차 산업화니 미래성장산업이니 수출농업이니 창조농업이니 ICT 농업이니 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농정은 출세욕에 불타는 아첨배들의 언어적 유희에 불과하다. 1%도 안 되는 농업이나 농민이 농정의 비전인 양 본질을 왜곡하고 농촌 현장을 백안시하고 있다.
금년 들어 정부는 농협법개정안을 들고 나왔다. 핵심은 중앙회장을 이사회에서 선출하겠다는 것이고 지주회사 방식을 고착화하겠다는 것이다. 농민조합원들은 현재의 중앙회장 선출방식(조합장 중심의 대의원회의에서 선출)도 문제라 지적하며 조합원 직선제를 주장하고 있는 마당에 한술 더 떠 아예 이사회에서 선출하자고 하는 시대착오적인 개정안을 들고 나왔다.
그뿐만 아니라 농진청은 GMO벼 상용화를 공공연하게 추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며 식약청은 GMO 표시제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NON GMO 라고 표시하는 것도 불법이라고 GMO를 두둔하고 있으니 어느 나라 정부인지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 GMO 식품에 대한 불안감은 높아만 가는데도 도무지 귀 기울이려 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정부에 기대할 것이 별로 없는 상황이기에 20대 국회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사경을 헤매는 백남기 농민에 대한 정부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이다.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를 하루빨리 실시하고 책임자 처벌 및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회가 앞장서야 한다.
다음으로는 농정철학을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국회는 농정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여 국민적 의견수렴에 나서야 한다. 식량 안보와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농정, 농업농촌의 다원적 생태적 환경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농정, 친환경유기생태농업의 확대를 위한 농정, 농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농가 실질 소득 안전장치 등일 것이다.
그 밖에도 농협법 개악을 위한 정부의 의도를 파악하고 이에 대응하여야 하며, 차제에 ‘농협의 올바른 개혁을 위한 위원회’를 설치 운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농협법개정은 분명 농협 본연의 기능을 망각한 악법이 분명함으로 국회가 이제 전면에 나서야 한다. 농협중앙회는 중앙회 본연의 기능인 비사업적 기능 즉, 회원조합에 대한 지도.교육.감사 기능과 정책건의 등의 역할을 하도록 하고, 금융지주회사와 경제지주회사를 각각의 연합회 체제로 개혁해야 한다. 지역조합도 지역주민들의 행정권역중심 보다는 경제생활권을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고 점진적으로 기능중심의 품목별협동조합, 생활협동조합, 지역신용협동조합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개혁해야 한다.
또한 국회는 GMO완전표시제를 위한 입법에 나서 정부의 무모함을 경고해야 하고 견제해야 한다. 할 일이 산적한 20대 국회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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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양양로뎀농원 농부. 중앙대 산업과학대 학장, 한국농업정책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쌀은 주권이다’, ‘농업문명의 전환’, ‘농산물 시장 개방의 정치경제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