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농업·농촌 현실과 정책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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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농업·농촌,농민이 설 땅이 사라진다
현재 한국 농업·농촌이 처한 현실은 암울하다. 우선 수입농산물 증가에 밀려 식량자급률은 갈수록 하락하고 국산 농산물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따라 2011년에 식량자급률 목표를 60%(곡물자급률 30%)로 설정했으나, 2015년 식량자급률은 50.2%, 곡물자급률은 23.7%로 내려갔으니 크게 실패한 셈이다. 정부는 2015년까지 토지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답리작 재배면적을 58만 1천㏊로 확대해 밀·조사료·녹비작물 등의 재배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21만 5천㏊로 목표치의 37%에 불과했다. 2008년 대체농지 지정제도가 폐지되고, 신규 간척도 하지 않아 우량농지는 연간 2만㏊가량 감소하고 있는데다 정부는 2015년 말 8만 5천㏊의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했다. 이러한 농지 감소 추세로는 10년 후 농지가 140만㏊ 초반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곡물자급률 목표치 30%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농지 165만㏊에 크게 부족한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농산물 수입 확대로 농산물가격은 품목을 불문하고 극심한 폭락에 시달렸다. 심하게는 4년을 내리 폭락한 작목도 적지 않았다. 주곡인 쌀값은 끝내 30년 전 수준으로 내려갔다. 80kg 환산 산지쌀값은 13만 원대 이하로 2015년 수확기의 15만 원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공공비축과 시장격리가 이뤄지면서 지난해 11월 말 현재 정부 재고량은 적정치의 3배에 가까운 210만 톤으로 늘어났다. 현재 추세라면 쌀은 2025년까지 연평균 24만 톤가량 초과 공급될 전망이다. 반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85년 128.1㎏에서 2015년 62.9㎏으로 거의 반 토막 났다. 대신 수입 곡물로 사육한 축산물 소비가 늘어났으니 이것도 수입농산물 증가의 영향인 셈이다. 여기에 조류독감 유행으로 가금류 3천만 마리 이상이 살처분되었고, 피해보상액 2,400억 원에다 간접피해까지 포함하면 우리 농업은 1조 원 이상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대체농지 지정제도가 폐지되고, 신규 간척도 하지 않아 우량농지는 연간 2만㏊가량 감소하고 있는데다 정부는 2015년 말 8만 5천㏊의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했다. 이러한 농지 감소 추세로는 10년 후 농지가 140만㏊ 초반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곡물자급률 목표치 30%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농지 165만㏊에 크게 부족한 것이다.

농업 위축에 따라 농업소득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2000년~2015년 사이에 농업총수입은 1,951만 원에서 3,365만 원으로 늘어났지만 이는 경영비가 862만 원에서 2,240만 원으로 많이 늘어난 탓이다. 이에 따라 농업소득률은 55.8%에서 33.4%로 내려갔다. 농업소득이 낮다보니 다른 소득원에 의존하는 ‘겸업농가’ 비율이 전체 농가의 45%에 이른다. 도시근로자가구 소득 대비 농가소득은 1994년 97% 수준에서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2002년 73%로 하락했고, 2010년 66.8%, 2015년 64.4%로 격차가 더욱 커졌다. 2015년 말 기준 농가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107만 5천 명으로 전체 농촌인구의 40%를 차지하는데, 농촌 노인의 64.1%는 연소득 1천만 원 미만의 빈곤층이다(2012년 기준, 연세대 ‘SSK 고령화사업단’ 연구). 이러한 가운데 축산과 시설원예를 중심으로 극소수 고소득농가도 나타나고 있다. 농업총조사 자료를 근거로 ‘1억 이상 버는 부농, 전국에 3만 가구’라는 보도도 있었지만 이는 판매액 기준이고 여기에서 생산비를 뺀 순소득 기준으로 1억 이상 버는 농가는 6천 가구 안팎으로, 전체 농가 108만 9천 가구의 0.5%에 불과하다.

사상누각의 ‘창조농업’ 정책
이러한 농업·농촌의 피폐 원인은 기본적으로 농산물 수입확대와 농업보호 미흡 등 정부의 잘못된 농업정책에 있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농업’으로 첨단기술 도입, 6차 산업화, 수출농업 육성 등을 내세웠지만 내용을 따져보면 농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첫째, 스마트 팜과 수출농업의 기반이 취약하다. 정부는 농업의 경쟁력 제고와 미래성장산업화를 위해 농사기술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팜의 확대를 추진했다. 유리온실의 경우 네덜란드에서 많이 배워 와 한국의 재배기술이 일본에 앞설 정도이나 선도농가들이 스마트팜 등 선진기술을 도입하려 할 때 가장 큰 우려는 기술보다는 큰돈을 빌려 투자했는데도 가격 하락으로 수지를 못 맞춰 빚을 갚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가격안정을 지탱해주지 못한 탓이다.

농산물 수출을 확대한다고 하지만 2015년 농식품 수출은 61억 달러로 대부분 가공식품이고, 그 중 신선농산물은 10억 달러로 2014년의 11억 2천만 달러에서 감소했다. 신선농산물 수출은 해당 품목의 가격 안정과 경영안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확대되기 어렵다. 수출가격이 국내 가격보다 낮으면 농가는 수출을 기피하고 수출가격이 높으면 수출을 하겠다고 아우성이다. 수출업체로서는 안정적인 수출물량 확보가 어려운 것이다.

©한국농어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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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농업 6차 산업화도 농업생산의 발전과 괴리된 채 추진되고 있다. 농식품부가 2013년 7월 ‘농업의 6차 산업화 추진방안’을 발표할 당시 목표는 2017년까지 농업·농촌 부문에서 매출액 100억 원 이상의 6차 산업 농가·법인 1,000곳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었다. 6차 산업 누적성과를 보면 2013년 창업은 360개소, 2014년에는 창업과 인증사업자수가 각각 752개소/1,020개소, 2015년 1,224개소/802개소, 2016년에는 550개소가 신규 창업했고 인증사업자의 평균 매출액도 전년대비 1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6차 산업화가 1차 산업인 농업생산의 축소를 전제로 추진한다면 잘못된 방향이다. 1차 산업과 2, 3차 산업은 보완관계가 되어야지 대체관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한 농가에서 가족 사이에 1차 산업과 2, 3차 산업을 분업으로 운영할 때 성공하는 사례가 많다. 2차 산업인 제조가공을 하더라도 재료를 수입 농산물로 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도시민들 역시 농촌체험을 하더라도 농사를 잘 짓고 생활이 안정된 농가에서 체험하고 싶어 한다. 결국 6차 산업화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1차 산업인 농업생산이 안정적으로 발전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 농업예산이 부진했다. 전체예산 중 농림축산식품 분야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8.7%에서 우루과이라운드 타결 전후인 1995년 15.7%로 상승했다가 2000년 7.0%, 2010년 5.9%, 2015년 3.7%로 점차 감소했다.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과 기금 총지출 규모 14조 4,887억 원에 쌀 수급안정의 단기대책인 ‘벼 생산조정제’ 예산 904억 원은 반영되지 않았다. 농식품부 수급안정 사업의 핵심인 생산안정제 사업예산은 고작 20억 원에 불과하다. 정부안에 비해 증액된 것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쌀 변동직불금이다. 애초에 9,777억 원으로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으나, 올 가을 수확기 쌀값 하락세로 변동직불금 예산은 WTO 감축대상 보조금 최대한도인 1조 4,900억 원으로 증액되었다.

결국 박근혜정부의 창조농업 정책은 농민의 오랜 염원인 올바른 농협 개혁, 직불제 확대를 통한 가격보장, 소득안정의 요구를 저버린 사상누각 정책이었다. 2017년에도 농산물 수입 확대 속에서 쌀 과잉 문제는 지속될 전망이다.

농업소득 중 직불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한국은 11%, 일본 44%, 유럽은 동구권을 포함하면 30%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평가해서 보상차원의 직불금을 확대, 강화해야 한다. 고령농가가 농사를 지으며 지역사회를 유지한다거나 인구유지, 고용창출 등으로 기여하는 다원적 기능을 평가해서 직불금 제도 확충에 응용해야 한다.

직불제 중심으로 예산을 증가해야
네덜란드를 농업선진국으로 만든 힘은 정부의 두터운 농업보호정책과 농민의 능력이다. 농민의 능력은 다시 기술력과 조직력이다. 한국 농민의 기술력은 네덜란드에 근접할 정도로 발전했다. 문제는 조직력 면에서 네덜란드 농민이 세계 최강이라면, 한국 농민은 아직 걸음마를 뗀 정도라는 데 있다. 한국도 식량자급률 향상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농산물 수입 억제, 농산물 가격 및 소득보장, 직불제 중심 농업예산 증가 등의 농업보호정책 강화, 협동조합 개혁에 의한 농민조직력 강화로 농업을 회생시켜야 한다.

우선 WTO 농업협정 하에서도 확대가 허용된 직불제 중심으로 농업예산을 증가시켜야 한다. 식량자급률을 높이려면 경지이용률을 현재의 105% 안팎에서 130~140%로 올려야 한다. 이것은 보리, 밀 등 논 이모작과 콩 등 밭작물 재배 농가의 소득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실현 불가능하다. 부족한 농업예산 중에서도 많은 부분이 소수 대농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구조조정에 투입되었다. 생산기반 정비나 농기계구입자금, 축사건립자금 지원 등을 확대한 결과 과잉생산을 초래하고 농산물가격을 하락시켜 농업 조수입을 정체시켰다. 또한 과다한 농기계 구입으로 인해 이용효율성이 떨어지는 등 농업경영비가 증가하여 농업소득은 제자리걸음했다. 지원받은 대농에도 부채 누적이라는 부담만 지우게 되었다.

정부는 2013년까지 직접지불제 예산 비중을 23%까지 늘리고, 농가소득 중 직접지불이 차지하는 비중을 1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2012년의 직불제 예산 비중은 15.2%로 23%에 한참이나 미치지 못했다. 농가소득 중 직접지불의 비중은 2010년 5.4%에 불과하고 미국 12.2%(2007년), 일본 7.9%(2009년), 영국 19.5%(2008년)와 비교해 대단히 낮은 수준이다. 2009년~2013년 이명박 정부 아래의 농식품부 예산 분야별 내역을 보면 농가소득·경영안정의 비중은 21.8%에서 18.1%로 낮아진 반면, 농업생산기반 조성 비중은 4대강 사업으로 17.6%에서 23.3%로 높아졌다.

농업소득 중 직불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한국은 11%, 일본 44%, 유럽은 동구권을 포함하면 30%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평가해서 보상차원의 직불금을 확대, 강화해야 한다. 고령농가가 농사를 지으며 지역사회를 유지한다거나 인구유지, 고용창출 등으로 기여하는 다원적 기능을 평가해서 직불금 제도 확충에 응용해야 한다. 농림어업분야 예산을 늘리고 직접지불 예산 비중을 40~50%까지 대폭 확대해 농가소득 중 직접지불의 비중을 20% 이상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

쌀 과잉 대책에도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한다. 정부는 올해 쌀 재배면적을 3만5천ha 줄이고, 사료용 쌀 공급을 9만1천 톤에서 47만 톤으로 크게 확대하고 쌀 가공식품 생산을 늘리기로 했다. 쌀 재배면적을 줄이기 위해서는 생산조정제에 소요되는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또한, 가공용 쌀 소비량이 42만 톤에서 2020년까지 70만 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데 문제는 높은 원료가격이다. 쌀가루 가격이 밀가루보다 2배 이상 높다. 그러니 정부 보조로 가공용 쌀을 저렴하게 공급해야 한다.

농업예산의 편성과 집행 권한을 지역으로 이관해야
농업예산 중 미집행액이 매년 1조 원 이상 되는 것은 중앙정부가 비현실적인 예산을 편성한 탓이다. 농민의 실제 사정과 품목별 생산자단체의 요구와 더 밀접하게 접할 수 있는 지역으로 농업예산 편성과 집행 권한을 이관해야 할 것이다.

또한 품목조직을 강화하고 농업협동조합을 개혁해서 농민의 시장 교섭력을 높여야 한다. 채소와 과수, 축산물의 가격 안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강력한 품목조직이다. 현재 한돈생산자자조회, 파프리카생산자자조회 등 극히 일부 품목에서 구성되어 출하조절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의 자조단체 지원이 있지만 해당 작목 농가나 물량의 3분의 2를 모으지 못하면 지원을 받지 못한다. 발의하여 조직을 키워가는 과정에 있는 임의 자조조직들은 소수 추진농가의 희생에 의존해야 하고 품목조직 발전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조직 발전 과정에 있는 임의 자조단체에 대해서도 정부가 지원해야 할 것이다.

농산물 공급사슬에서 도매시장 상인뿐만 아니라 대형소매업체의 지배력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이에 대항하여 농산물 각 품목의 공동판매, 가공 등을 통해 제값을 받고 농민의 몫을 키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 품목별 농업협동조합이다. 2011년 농협법 개정에 의한 경제지주회사는 자체 수익을 위해 움직이고 회원조합 사업과 경합할 뿐, 상인, 대형유통업체, 가공업체와 대항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농협법 개정안에서 중앙회장 간선제도를 더욱 악화시키려 했을 뿐 올바른 농협 개혁을 추진하지 못했다. 지주회사 방식이 아니라 주인의식을 가진 조합원들과 품목 조합이 의무 출하하는 품목별 농업협동조합연합회를 건설해야 강력한 공동판매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품목별 농민조직을 활성화하고, 농협 개혁과 같은 실질적인 정책들이 시행되어 암울한 농업·농촌의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2017년 농정을 기대한다.

12※필자 장상환: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이사장. 한국사회경제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한국 농지개혁과 농지제도, 농민운동, 소득불평등에 관련된 많은 연구를 이어왔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의 농업정책』(1995,미래사)(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