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하는 미래와 농업환경 정책

아름다운 경관, 생물다양성, 문화유산 등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고려했을 때 ‘지속 가능한 농업’은 지속 가능한 사회의 필수요소다. ⓒ대산농촌재단
아름다운 경관, 생물다양성, 문화유산 등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고려했을 때 ‘지속 가능한 농업’은 지속 가능한 사회의 필수요소다. ⓒ대산농촌재단

‘성장의 한계’에 다다른 지구
1972년 로마클럽1)에서 발표한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는 자원 환경과 경제성장을 함께 이루는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성장의 한계’에서는 12개의 세계 모형을 바탕으로 100년 미래를 예측하였고, 인구 증가, 산업화, 환경오염, 식량생산, 자원 약탈이 계속된다면 100년 안에 지구는 성장의 한계에 도달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기술진보와 같은 요인을 간과했다는 점에서 ‘성장의 한계’ 또한 미래 전망의 한계를 보여주지만, 이러한 국제적 논의 촉발은 1972년 유엔이 인간환경회의를 개최하고 ‘인간환경선언’을 제정·선포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동년 12월에는 유엔환경계획UN Environment Programme 설립을 이끌어냈다.
  이후 1992년 ‘리우지구정상회의’에서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행동계획을 ‘의제21Agenda21’로 채택하였고, 이어서 2012년 ‘리우+20정상회의’에서는 ‘우리가 원하는 미래The Future We Want’ 선언문을 채택하고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설정하는 것에 합의하였다.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은 그만큼 오랜 기간 논의되어 왔으며, 현재도 지속 가능한 사회를 확보하는 것은 전 지구적인 협력과 실천이 요구되는 주요한 이슈이다.

농업, 지속 가능한 사회의 필수요소
‘지속 가능한 발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여기에 농업 부문은 어떤 목표와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하다. 단순한 수치로 보면, 2016년 기준 국내 농림업은 국내 총 부가가치의 2%만을 차지한다. 그러나 사회 유지를 위한 식량생산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점에서, 농업을 단순히 농업인의 생산 활동이나 장래 사양 산업으로 취급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농업의 ‘공익적 가치’까지 고려한다면 ‘지속 가능한 농업’은 ‘지속 가능한 사회’를 이루기 위한 필수요소임을 알 수 있다. 공익적 가치를 이야기하려면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해서 먼저 이해해야 한다. 다원적 기능이란 농업 활동을 통해 식량 생산 이외에도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경관, 생물다양성, 환경질, 온실효과, 농촌 활력, 문화유산, 동물복지 등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을 의미한다.
다원적 기능이 농업 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긍정적·부정적 산출물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라면 공익적 가치는 다원적 기능 중에서도 사회적으로 필요하다고 보는 기능(공공재적 또는 공익적 기능)에 대해 국민이 가지고 있는 가치로 이해해야 한다.

농업환경 현황과 개선 필요성
과연 국내 농업활동은 국민이 원하는 ‘공익적 기능’을 효율적으로 제공하고 있을까? 농업환경 현황을 잠시 살펴보기로 하자.2)


▣ 토양 
– 농경지 토양 화학성은 점차 비옥해지고 있으며 토지개량제 보급으로 산성도와 유효 규산 함량은 증가하는 추세
– 시설재배지의 경우 다른 농경지 유형에 비해 유기물, 유효인산, 치환성 양이온이 적정범위보다 과다한 지점의 비율이 높은 편
– 2015년 OECD 양분수지 기준으로 질소(N) 수지는 222kg/ha(OECD 회원국 중 1위), 인(P) 수지는 46kg/ha(OECD 회원국 중 2위)로 높은 수준
– 농약사용량과 화학비료사용량은 감소 추세
– 농경지 유형별 심토 용적밀도가 밭, 논, 과수원, 시설재배지 순서로 높으며 이것은 밭토양의 물리성 관리가 시급함을 의미
– 국내 농경지는 여름철 집중 강우와 농경지 경사도로 토양 침식에 취약한 편


▣ 농업용수와 가축분뇨 
– 2016년도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업용수 수질실태 일제조사’의 1단계 간이수질조사에서 주 오염원은 토지계(83.1%), 생활계(11.6%), 축산계(4.2%), 기타(1.1%)로 조사
– 동 조사의 2단계 수질분석시험에서 주오염원은 토지계(71.7%), 생활계(18.2%), 축산계(9.4%), 기타(1.1%)로 조사
– 한국농어촌공사 관리 저수지 중 수질이 악화된 곳의 개소는 증가 추세
– 국립환경과학원의 전국오염원조사에서 가축분뇨 폐수 및 고형물 발생량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관찰


▣ 대기 
– 2015년 기준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내에서 농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비중은 3.0%,
배출량은 20.6백만 톤 CO2-eq3)로 2014년보다 1.2% 감소
– 기후변화 대응으로 완화·적응 측면에서 「농림수산식품 기후변화 대응 세부추진계획(‘11-’20)」 추진 중
– 2016년 기준 악취 민원은 매년 평균 14%씩 증가 추세이며 2015년도 기준 악취 민원 15,573건 중 축산시설악취가 4,323건으로 가장 큰 비중 차지


▣ 농촌 생활환경과 폐기물 
– 2014년 기준으로 군 단위 기초지자체(농어촌 지역)는 가연성, 재활용, 음식물, 불연성 폐기물의 순서로 발생량이 많음
– 농어촌 지역 생활폐기물 수거·운반·처리는 거점수거 비율이 높고 톤당 수거 및 운반비용이 높은 편
– 생활폐기물 매립 비중이 높아 토양오염과 같은 2차 오염 우려되며 재활용률은 다른 유형 지역보다 낮은 편
– 2014년 기준 농경지 경작을 통해 발생하는 폐비닐의 양은 연간 약 32.9만 톤이며 수거되는 양은 약 18.7만 톤으로 56.8% 정도, 이 중 재활용되는 하우스용 비닐은 약 7만 3천 톤으로 22.1% 정도임
– 폐농약용기 발생량은 증가 추세이며, 2014년 기준 약 7,800만 개 발생, 약 5,000만 개가 수거·처리됨

2015년 파리협정 이후 온실가스 감축 요구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농업 부문도 국내외 흐름에 맞추어서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힘써야 할 것이다. 또한 축산시설 악취 문제가 민원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가축분뇨 관리와 함께 축산 악취 저감도 꾸준히 해결해나가야 하는 환경문제이다.

  농업환경 개선 노력이 있었고 일정 성과도 있었으나, 여러 환경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여전히 존재한다. 토양의 경우에는 비옥도가 높아지고 농약사용량과 화학비료사용량이 꾸준히 감소하였으나 여전히 OECD 내 높은 양분수지를 보이며 화학성 개선 여지가 필요한 지역이 존재한다. 또한 밭의 물리성 개선과 토양 침식 문제 대응도 필요하다. 특히 농업용수 수질 오염 부분에서 토양계 오염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토양질 관리는 수질 관리와도 연계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며 비점오염원 관리 측면에서 가축분뇨 관리 및 처리 또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다.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2015년 파리협정 이후 신기후체제가 출범하면서 온실가스 감축 요구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농업 부문도 국내외 흐름에 맞추어서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 힘써야 할 것이다. 또한 축산시설 악취 문제가 민원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가축분뇨 관리와 함께 축산 악취 저감도 꾸준히 해결해나가야 하는 환경문제이다. 폐기물 처리의 경우에는 지자체별로 수거함과 수집장 설치가 미흡하거나 농업인의 분리 배출 노력이 부족한 곳이 있는 것으로 보여, 관련 시설 설치 및 농업인의 참여 제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친환경 ‘인증’ 농업은 친환경농업의 일부
현재 국내 시행 중인 농업환경 정책으로는 친환경농업 육성, 공익형 직불제(친환경농업․친환경안전축산물 직불제, 조건불리지역직불제, 경관보전직불제), 국가농업유산제도, 환경오염 관련법․제도․사업 등이 있다. 이 중 환경오염 관련 정책은 환경부 주도로 시행되고 있으나,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가축분뇨 관리나 수질 보전,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이용 효율화, 재생에너지 보급 등 관련 정책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련 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농업환경 개선’보다 경쟁력 제고, 생산기반 확충, 식품안전관리, 농업인 경영안정 등에 더 중점을 둔다.

농업환경과 가장 밀접한 정책으로 ‘친환경농업 육성’을 고려할 수 있으나 기존의 친환경농업 육성 정책은 친환경농축산물 ‘인증’에 중점을 두어서 진행되어 왔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친환경(또는 환경친화형) 농업을 인증 농업으로 좁게 인식하게 되었다.

  농업환경과 가장 밀접한 정책으로 ‘친환경농업 육성’을 고려할 수 있으나 기존의 친환경농업 육성 정책은 친환경농축산물 ‘인증’에 중점을 두어서 진행되어 왔다. 이것은 국민에게 친환경농업은 ‘인증’ 받은 농축산물을 생산할 때에만 적용 가능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되었는데,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친환경(또는 환경친화형) 농업을 인증 농업으로 좁게 인식하게 되었다. 친환경 인증 농업은 친환경(또는 환경친화형) 농업의 일부분으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또한 소비자들이 친환경인증 농축산물을 안전한safe 농산물로 인식하여 구매하기 때문에, 친환경인증 농축산물 구매액이 실제 친환경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지불의사액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식품 안전성에 대한 기대는 농산물 안전성 확보를 위해 도입한 농산물우수관리인증GAP(Good Agricultural Practices)농산물과 친환경인증 농축산물 사이의 경합을 일으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EU의 교훈과 국내 농업환경 정책의 방향
농업환경 정책은 단순히 ‘인증’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농업환경의 복잡성․농업활동과 농업환경 사이의 환류 관계(영농에서의 농업환경자원 활용, 농업활동이 농업환경에 미치는 영향)를 고려하여 설계되어야 한다.
  EU의 경우, 직접지불제, 농촌 개발 및 와인 부문 지불제를 포함한 상호의무준수cross-compliance를 2003년도에 도입하였다. 상호의무준수는 “환경, 식품 안전, 동식물 건강, 동물복지에 관한 기본 기준과 양호한 농업·환경 조건이 되도록 토지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농업인의 준수 사항을 직접지불금과 연결하는 메커니즘4)”으로 정의된다.
  이러한 상호의무준수는 유럽 공동농업정책과 환경적 필요조건을 통합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리고 공동농업정책의 지불금은 지속 가능한 농업 촉진에 사용하여 시민들이 우려하는 환경 문제에 명확하게 대응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특이한 점은 EU 상호의무준수는 일종의 환경적 베이스라인(기준수준reference level)을 설정하고 베이스라인 이하의 활동에 대해서는 상호의무준수 비용을 농민이 부담하는 것이다(오염자부담원칙의 적용).

상호의무준수는 “환경, 식품 안전, 동식물 건강, 동물복지에 관한 기본 기준과 양호한 농업․환경 조건이 되도록 토지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농업인의 준수 사항을 직접지불금과 연결하는 메커니즘”으로 정의된다.
농업의 공익적 가치 제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이러한 환경 기준 준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EU의 사례에서 우리는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농업환경 정책이 농업을 포함한 더 넓은 분야에서의 환경 기준을 준수하도록 설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농업의 공익적 가치 제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이러한 환경 기준 준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또한 이것을 위해서는 농업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가 좀 더 확보될 필요가 있다.
  둘째, 토양, 식품안전, 동물복지, 용수관리, 생물다양성 등을 함께 아우르는 상위 개념의 농업환경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는 「제4차 친환경농업육성 5개년 계획(’16-’20)」에서 농업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 도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농업환경 정책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친환경농업 육성보다 상위 수준의 농업환경 정책 설계가 필요할 것이다.
  셋째, EU의 상호의무준수 정책은 2003년 도입, 2013년 공동농업정책 개혁을 거쳐서 현재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국내 농업환경 정책 도입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여건을 고려한 단계적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 특히, 농업환경 정책 도입·시행에는 농업계 내부, 농업계와 비농업계 사이의 합의가 중요하기 때문에 성급한 정책 도입은 오히려 이해당사자 간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농업계 내부의 논의(기존 공익형 직불제와 농업환경 정책 수단의 통합 등)와 비농업계와의 논의(가축분뇨 관리에 대한 환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의 공동 정책 추진 등)를 전략적으로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으며, 덧붙여 앞서 언급한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방안도 함께 연계해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24※필자 임영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재 농업환경, 농업용수, 기후변화 관련 연구를 수행 중이다. 최근 농업의 공익적 가치 제고 논의와 더불어 효율적인 농업환경 정책 설계 및 도입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다.

 


1) The Club of Rome. 저명한 학자와 기업가, 정치인이 참여하여 1968년 설립된 국제 비영리 연구기관. 인류와 지구의 미래에  관해 연구하며, 보고서 <성장의 한계>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2) 임영아·조원주. 2017.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 도입 방안 연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3 ) 이산화탄소 양으로 환산한 온실가스 배출량 단위
4) 유럽위원회. https://ec.europa.eu/agriculture/envir/cross-compliance_en. 2018. 7. 6. 접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