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시 : 2026년 9월 3일(목) 14:00~18:00
•장소 : 교보재단빌딩 회의실
•토론 : 강마야 충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선아 한국농어민신문 편집국장
남재작 (사)식량과기후 대표
조병옥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지제도 개선 TF 단장
신수경 대산농촌재단 사무국장(사회)
신수경(대산농촌재단 사무국장): 지금을 ‘전환의 시대’라고 하죠. 많은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이 변화 속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같은 곳을 보면서 생각이 달랐다면, 지금은 아예 다른 세계를 보고 있는 것 같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시각이 점점 한쪽으로 굳어지고, 서로 다른 입장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할 기회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라보는 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지향점이 다른 건 아닐 겁니다. 농업과 농촌이 지속해야 한다는 큰 목표는 같다고 봅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방법을 어떻게 찾아갈 것인가를 함께 해보자는 취지로, 지금 가장 뜨거운 현안인 ‘농지’를 주제로 다양한 시선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경자유전, 현재도 유효한가?
신수경: 2026년 5월 사상 처음으로 농지 전수조사가 시작됐습니다. 여기에 농지법 개정 논의까지 맞물리면서, 1950년 세운 경자유전의 원칙을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가에 대한 오래된 질문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경자유전의 원칙, 지금도 유효하다고 보시나요?
남재작((사)식량과기후 대표): 1950년 농지 개혁 당시에는 소작농이 대부분인 농업 사회였잖아요. 농지를 공정하게 분배한다는 개념에서 경자유전의 원칙이 시작된 거고요. 그런데 지금은 시대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현실에 맞게 계속 논의하고 손봐야 하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했어요. 헌법을 너무 엄격하게 해석한 채로, 제대로 된 토론을 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게 지금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조병옥(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지제도 개선 TF 단장): 요즘 경자유전뿐 아니라 농지농용, 경자경농 등 여러 말이 나오는데. 저는 이게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라고 봐요. 헌법 자체에 경자유전의 원칙과 임차를 인정하는 조항이 함께 들어있으니까요. 문제는 이 관계를 진작 정리해야 했는데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묵혀뒀다는 거죠. 그러는 사이 하위법인 농지법에서는 경자유전의 원칙이 사실상 다 허물어졌어요. 주말 체험농장 목적의 농지 취득, 상속 농지 허용······. 이 상황에서 마치 금과옥조처럼 경자유전의 원칙만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건 우리도 모순 구조에 빠진 거죠.
“1950년 농지 개혁 직후 바로 농지 관리 체계를 정비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봐요.
현장에는 이미 광범위하게 임대차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어떻게 이것을 정상화하고 실제 경작자를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는 함께 만들지 못했다는 겁니다.”

1995년 한국농어민신문에 입사해 국제부, 편집기획부, 농업부, 전국사회부 등을 거쳐 현재 편집국장으로 있다. 농업·농촌·농민과 관련한 다각적인 관심으로 폭넓게 취재하며 기사를 쓴다.
김선아(한국농어민신문 편집국장): 1950년 농지 개혁 직후에 바로 농지 관리 체계를 제대로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봐요. 농지 개혁 당시 자작농 비율이 92% 정도였지만, 이후 급격한 산업화·도시화로 이농과 상속, 투기적 수요가 겹치면서 1995년에는 임차 농지가 이미 42%까지 올라갔습니다. 1996년 농지법이 만들어질 당시 정부도 이 현실을 알고 있었고, 비농업인의 투기적 농지 취득을 막는 게 필요했습니다. 문제는 이미 광범위하게 존재하던 임대차를 어떻게 정상화하고 실제 경작자를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는 함께 만들지 못했다는 겁니다. 기존 부재지주의 소유는 사실상 그대로 두면서 1996년 이후 취득 농지만 규제했고, 그마저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거죠. 결국 지난 30년간 부재지주도 막지 못하고 임차농도 보호하지 못한 구조가 지금까지 이어진 셈입니다.
강마야(충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해외 문헌을 봐도 소유란 결국은 땅을 온전하게 관리하면서 그 땅에서 목적에 맞는 행위를 하는 것을 뜻해요. 그런데 우리는 그 소유를 재산권으로만 인식하면서 문제가 어그러진 거죠. 농지를 살리고 보존하는 방향으로 소유의 개념을 다시 세워야 해요.
김선아: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라고 봐요. 우리나라는 압축 성장을 거치면서 부동산으로 부자가 되는 과정을 전 국민이 지켜봤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농민들에게 “농지는 재산권이 아니고 공유재이자 생산수단”이라고 말하면 수용하기 어렵죠. 농지를 재산으로 보는 인식은 농민들의 이기심이나 토지를 보는 시각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봐요. 정책 당국자들의 이해관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농촌에 부모를 두고 도시로 올라온 세대가 정책의 중심에 있었고, 정작 자기 재산권에 손해가 가는 결정은 하고 싶지 않았던 거죠. 그런 사회적 이해관계가 농지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제도 개혁을 어렵게 한 배경이었다고 봅니다.
조병옥: 실제로 2021년도 농지법 개정 이후 저희 동네만 해도 지가가 40% 가까이 빠졌어요. 공식 통계로도 34%가 하락했다고 하거든요. 도시 아파트값이 그만큼 떨어졌다면 난리가 났을 텐데, 정작 평생 농사지은 농민들은 무던해요. 그러면 지금 농지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목소리를 높이는 쪽은 누구고, 그걸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잘 봐야 하는 거예요.
김선아: 맞아요. 농지를 보유한 입장에서는 가격이 오르는 게 이익이지만, 임차농이나 이제 진입하는 청년농 입장에서는 높은 농지 가격은 부담이자 진입장벽이거든요. 같은 농촌 안에서도 서로 충돌하는 이해관계가 분명히 있는 거죠.
농지 전수조사, 전국을 하나로 평균화할 수 있을까
– 27% 의심 농지, 30만 ha가 말해주는 것
– 읍면사무소 0.2명이 떠안은 전수조사
강마야: 이번 농지 전수조사에 참여해 보니, 지역 내에서도 농지에 대한 문제 지점이 다 달라요. 충청 이남 쪽으로 내려올수록 지가에 대한 기대 자체가 없다 보니, 상속 농지를 가진 소유자조차 자기 농지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아 영농 조건이 열악한 농지는 방치, 휴경 되고 있거든요. 또, 흔히 농업진흥지역이 값이 더 싸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반대예요. 잘 개간되고 농기계 쓰기 좋은 곳은 오히려 농업진흥지역이 더 비싸고, 경기도처럼 지가 상승이 예상되는 지역에서는 농업진흥지역이 오히려 더 싸죠. 이렇게 지역마다 농지를 보는 조건 자체가 다른데, 이걸 평균값으로만 접근하면 안 되는 거죠. 그런데 지금 통계나 기반 자료들이 부실하다 보니, 학자든 연구자든 행정가든 다들 평균값으로 뭉뚱그려 얘기해 버리는 오류를 반복하고 있다고 봐요. 농지 얘기를 할 때는 이게 누구의 목소리인지, 어느 지역 이야기인지 면밀하게 봐야 합니다.
신수경: 그렇다면 이번 농지 전수조사에서는 이런 지역 간의 차이 같은 것들이 세세하게 파악되고 있나요?

TF 단장
경남 함안에서 벼와 매실을 친환경으로 재배하고 있다.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분과위원이며,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병옥: 그렇지는 않아요. 이번 조사의 쟁점은 그런 지역별 농지 현황보다는, 농지 안에 무엇이 들어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춰 항목이 설계되어 있어요. 외국인 노동자 숙소가 있는지, 시멘트 포장을 해서 농기계 창고로 쓰고 있는지, 농막을 지어 놨는데 문제가 있는지 등을 중점으로 보기 때문에, 지역별 편차는 애초에 조사 대상이 아닌 거죠.
강마야: 맞아요. 정작 파악돼야 할 건 지역별 휴경률이나 불법 전용 여부, 실 소유자와 경작자가 누구인지, 상속 농지인지 주말 체험 농지인지 같은 것들인데, 이러한 항목은 서류 심사 단계에서만 확인하고 서류가 미비한 경우에만 현장에 나가요. 현장에 나가서도 농지에 어떤 시설물이 설치돼 있는지, 그 시설이 적법한지 아닌지, 면적이 초과되어 있는지 아닌지 등 농지의 이용 실태 관점으로만 접근하니, 한계가 있는 거죠.
“결국 중요한 건 이번 조사로 만들어진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예요.
상속·임차 실태를 파악하고, 임대차 절차는 통합 기구로,
농지위원회는 실질적 관리기구로 재편해야 합니다.”
조병옥: 결국 중요한 건 이번 조사로 만들어진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예요. 적어도 상속 농지와 임차농이 각각 얼마나 되는지 데이터가 나와야 하고, 거기에 맞는 제도가 새로 설계돼야 합니다. 그리고 절차 자체도 손봐야 해요. 고령 농민들은 농지 임대차 절차를 간소화 해달라는 요청을 꾸준히 해왔거든요. 지금은 농지은행에서 임대차를 하고, 면사무소에서 농지대장 신고하고, 또 농산물품질관리원에 가서 경영체 등록까지 따로 해야 해요. 심지어 농관원의 본래 업무는 원산지 표시 단속이라, 이 역할 배분 자체도 맞지 않고요. 이런 문제들을 풀려면 데이터베이스 구축부터 현장 업무까지 아우르는 통합기구가 필요해요. 2021년 농지법 개정 이후 읍면동에 농지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형식적인 절차 기구에 머물고 있어요. 이걸 실질적 관리기구로 재편한다면 기초단위에서 농지를 보존·활용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강마야: 그런데 그 기초단위가 어떤 상태인지 봐야 해요. 실제로 현장에서 농지 전수조사를 하는 사람들을 조사해 봤더니, 읍면 사무소의 산업계 팀장이나 주무관, 아니면 기간제 노동자였어요. 이 사람들이 임대차 관리부터 농지취득자격증명, 농업인 수당, 공익직불금, 가축방역, 각종 바우처 업무 등 본청의 5~6개 부서 업무를 한꺼번에 수행하면서 농지 조사 업무까지 추가로 맡아서 하고 있는 거죠. 결국 논의는 읍면 단위 전담 인력의 부재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지방 사무로 넘길 거면 인력을 제대로 배정해 주거나, 아니면 국가가 농지 관리기구를 하위 단위까지 촘촘하게 구축해야 하는데, 지금은 다 지방 위임 사무로만 해놓고 관리를 맡겨 놓은 상태입니다.
조병옥: 매년 9월부터 11월까지 농지 이용 실태 조사를 하긴 하는데, 예산이 1년에 몇십억밖에 안 돼요. 농민단체는 계속 전수조사를 요구했지만, 농림축산식품부는 대장이 있으니 필요 없다고 해왔죠. 그런데 막상 농지 전수조사를 해보니 농지법 위반 의심 농지가 전체 경지 면적의 27%, 30만 ha로 나왔어요. 전라북도 전체 농지가 약 19만 ha인데, 그것보다 훨씬 넓은 면적이 문제 있다고 나온 겁니다. 그럼 지금까지 실태 조사를 할 때는 이게 왜 안 나왔을까요? 문제가 없던 것이 아니라, 제대로 조사를 안 했던 거예요. 이번 전수조사로 모든 답이 나오진 않겠지만, 산적해 온 농지 문제를 새롭게 정리하기 위한 정부의 첫 단추가 될 거라고 봐요.
‘농가’ 기준 통계, 아직도 유효한가
농민 사업자 등록, 사회적 논의 필요

농업과학자이자 기후변화·식량안보 전문가. 유튜브〈짓다〉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대한민국 식량의 미래》, 《식량위기 대한민국》, 《기후대란 – 준비안 된 사람들》 등이 있다.
남재작: 저는 농지에 관한 토론이 이루어지려면, 이 시대에서 ‘농업인’에 대한 정의가 먼저 서야 한다고 봐요. 경자유전의 ‘경자’도 옛날로 치면 작은 농가를 의미했지만, 요즘으로 보면 농업경영체인 거죠. 지금은 농업의 주체가 농지를 가지고 농사짓는 농민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영농 대행 회사부터 유통인까지 농업의 주체가 다양하게 존재해요. 농촌은 이미 이렇게 분화되어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농사짓는 사람만 농업인으로 보고 있는 거죠. 이런 분화는 해외에서는 이미 된 일이에요. 경영체를 운영하면서 자가 노동을 하는 사람이 있고, 외부 경영체나 농업법인에 소속된 사람이 따로 있어요. 그래서 농업의 주체를 자가 노동인지, 외부 노동인지, 가족 노동인지로 구분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여전히 ‘농가’라는 개념을 쓰고 있는 거예요.
김선아: 그 개념이 정책 설계에서도 계속 문제가 돼요. 공익직불제만 봐도 소농직불금은 농가 단위로 주고, 면적직불금은 개별 농업인이나 농업법인을 대상으로 지급합니다. 2025년 지급실적을 보면 소농직불금은 53만 농가, 면적직불금은 76만 농업인에게 지급됐습니다. 농가와 농업인, 농업경영체라는 개념이 정책과 통계에서 혼재돼 있으니 실제 농업의 주체가 누구인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농가 경영주 중 70세 이상이 이미 절반을 넘었어요.
5년, 10년 안에 농촌의 변화는 불가피합니다.
이 변화를 전제로 농지를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강마야: 가족농은 이미 다 무너졌는데, 그 시절 통계 단위만 지금까지 어정쩡하게 남아 있는 거죠. 그런데 일각에서는, 농산물 가격이 좋고 농업 소득이 보장되었으면 가족농이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한데, 산업 정책이 파편화된 지원을 하면서 가족농이 깨지고 있다고 지적해요. 결국 농업 소득만으로 유지가 안 되니 농가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 거지만, 원래 태생은 한 가구가 함께 농사짓는 가족농을 하는 개념이었던 거죠.
남재작: 그래서 해외에서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부터 농가라는 통계를 쓰지 않는 추세예요. 일본은 농가 통계를 낼 때 경작 규모에 따라 판매 농가와 자급적 농가 2단계로 나눠서 봐요. 우리나라도 농업 형태가 이미 이렇게 분화되고 있으니, 거기에 맞춰서 농가라는 통계가 지금도 유효한지 살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농촌에는 고령 농민 1인 가구가 많은데, 다른 농가와 똑같이 통계에 잡히고, 그걸 기준으로 평균을 내니, ‘농가 소득’이라는 개념 자체가 더는 유효하지가 않은 거예요.
조병옥: 농가 개념이나 지금의 고령화 상황도 그렇고, 이거는 우리 사회가 한 번 정리를 하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예요. 연로하신 분들은 농지 연금 같은 복지 영역으로 보호하고, 본격적으로 농사짓는 분들은 제대로 농사지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해요. 저는 그 시작이 ‘사업자 등록’이라고 봐요. 농업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한 정서적인 반발도 있고, 고령농에게는 세금 신고 절차 자체가 부담이라는 현실적 문제도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함께 논의해 봐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재작: 지금 농가 경영주 중 70세 이상이 이미 절반을 넘었어요. 5년, 10년 안에 농촌의 변화는 불가피합니다. 그러니 이 변화를 전제로 농지를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수조사로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국가가 지켜야 할 최소 농경지를 지정해서 집적화의 토대를 만들고, 그 안에서 농사짓는 전업농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거예요. 반면 산간 지역처럼 관리가 어려운 곳의 소농들에게는 또 다른 설계가 필요하고요. 이렇게 영농 조건이 다른 지역마다 어떤 미래를 만들어 갈지를 정하고, 그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토론이 이뤄져야 해요. 중요한 것은 과거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농촌에 대한 구상이 필요하다는 거죠.
진짜 농민과 가짜 농민
농지 안내자, 연결자가 필요하다
신수경: 지역에 가보면, 임차농들이 임차료를 내고 땅을 빌려 농사를 짓고, 정작 농사짓지 않는 땅 주인이 직불금을 받는 구조를 많이 보게 되는데요. 이 지점에서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를 순수한 재산권으로 볼 것인지, 혹은 제도적 개입이나 규제 강화가 필요한 문제로 볼 것인지도 이야기 나눠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조병옥: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핵심은 두 가지예요. 첫째는 8년 자경 양도세 감면 문제, 둘째는 소농직불금 문제죠. 여기서부터 갈등이 생기고 진짜 농민과 가짜 농민이 뒤섞이는 거거든요. 가령 8년 자경 쪽에서는 양도세 감면을 받기 위해서 “내가 농사를 짓는 것으로 해줘, 대신에 임차료를 안 받을게” 하는 경우도 실제로 많아요. 임대인과 임차인의 합의라 조사로 밝혀내기도 어렵죠.
“8년 자경 요건과 소농 직불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가짜 농민을 걸러내지 못하고 불법 투기 세력을 막지 못한
무너진 농지 관리 체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강마야: 사실 8년 자경 요건과 소농 직불제 자체는 죄가 없어요. 그 제도를 원래 취지대로 운영하고 관리하지 못한 탓을 해야죠. 이 제도를 통해 농업계에 진짜 농민이 더 많이 유입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요? 진짜 문제는 가짜 농민의 유입을 막지 못하고, 불법 투기 세력을 현장에서 걸러낼 수 없는 현행 농지 관리 체계 혹은 농지 관리 행정 전반이 무너졌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 같아요. 보통 우리들은 제도가 당초 취지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그 제도가 문제가 있다고 여기고 그냥 쉽게 없애는 방향으로 가는 일이 잦습니다. 정책과 제도의 일관성이 없으니 정부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고 농업계 내부 사람들끼리 이전투구하는 양상이 전개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김선아: 그런데 현장에서는 소농직불금 도입 이후 고령농의 경영 이양과 농지 규모화가 오히려 어려워졌다는 얘기도 나오거든요. 농사를 줄이거나 다른 농가에 맡겼던 고령농들이 다시 최소 면적만큼 직접 경작하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이런 현상이 결과적으로 농지의 집적이나 이용 효율화를 가로막는 측면은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2011년 충남연구원에 입사한 이후, 15년간 지방정부입장의 농업정책, 농정예산, 농지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강마야: 그건 맞는 말이에요. 평야 지대에 한두 명이 ‘알박이’처럼 남아서 규모화를 막는 건 분명 문제지만, 이건 층위가 다른 이야기예요. 예를 들어 청년농이 농촌에 와서 “여기서 제일 좋은 땅 주세요”라고 하지 않아요. “나는 농사만 짓고 싶은데, 어디라도 좀 알려주세요”라는 얘기가 더 많은데, 지금은 그걸 물어볼 사람이 없어요. 그러니 농지은행이나 개인 간 거래로 남는 땅을 사게 되는 거죠. 나중에 알고 보면 주민들이 “저 땅 누가 샀대, 저기 알박아놨어” 이렇게 되는 거예요. 사실 어느 땅을 규모화해야 하고, 어디에 좋은 농지가 있는지 주민들은 이미 다 알아요. 농지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려 주는 체계가 있었다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지금 농촌에는 그런 안내자, 연결자가 없어요. 마을만들기센터나 지역사회보장협의체처럼 복지 쪽 중간지원조직은 많은데, 농업 쪽에는 이런 조직이 별로 없거든요. 마을에서 직접 신규 농민을 받고 연결지을 수 있는 구조만 마련된다면, 이런 현상은 상당히 줄어들 거라고 생각해요.
영농형 태양광을 둘러싼 다른 시선들
효율과 정당성, 우리가 가야 할 미래는?
신수경: 최근 영농형 태양광을 두고도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죠. 지역을 다녀보니, 산비탈이나 농지에 태양광 패널이 빼곡하게 들어선 모습이 생각보다 많아 놀라기도 했어요. 프랑스의 경우 영농형 태양광을 하더라도 농작물 수확량이 90% 이상 나와야 한다는 법적 규제 수준이 꽤 엄격하던데, 우리는 이러한 제도적 기준이 마련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남재작: 국가에너지계획을 보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GW 정도가 농경지에 들어와야 합니다. 이 정도 용량이면 약 2만 ha의 농지가 필요한데, 우리나라 전체 시설하우스 면적이 약 5만 ha 정도라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작은 규모가 아닙니다. 2040년 이후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요.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들어오느냐, 마느냐”만을 놓고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들어올 물량이라면 어떤 방식으로 들어오는 것이 농업과 농촌에 가장 유리한가를 함께 고민하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개별 농지에 흩어져 들어오면 난개발과 경관 훼손 문제가 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일정한 규모의 공동경영체를 중심으로 집적해서 배치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예를 들어 국가 목표치인 2만 ha를 여러 공동경영체 단위로 나눠 배치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100ha 규모의 공동경영체가 있다면, 그중 20~30% 정도의 농지에 영농형 태양광을 한쪽으로 모아 집약적으로 배치하고, 그 구역에서는 영농형 태양광에 적합한 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시설이 여기저기 흩어지는 것을 줄여 경관 훼손 문제도 완화할 수 있고, 여기서 나오는 태양광 수익을 공동경영체 참여자들이 함께 공유하는 구조도 만들 수 있습니다. 결국 규모화 농업과 비슷한 관점입니다. 농업도 농지를 집적할수록 생산성과 효율을 높일 수 있듯이, 영농형 태양광 역시 분산해서 난개발하기보다 계획적으로 집적해 농업과 에너지 생산의 효율을 함께 높이자는 것입니다.
강마야: 저는 좀 다르게 봐요. 핵심은 방식이 아니라 그 재생에너지의 생산 주체가 왜 하필 농촌이어야 하는가예요. 농촌을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으로 봐서는 안 되고, 지역 균형 발전이나 공익적 기능 보호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아요. 소득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농정 실패의 책임을 재생에너지로 떠넘겨선 안 됩니다. 도시도 재생에너지 발전의 주체로 충분히 나서야 하고, ‘에너지의 지산지소 – 전력을 필요로 하는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하는 개념’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이 개발 사업의 이면에는, 지역 정치와 행정, 개발 회사가 얽힌 이권 구조도 자리하고 있어요. 농지·농민 문제로만 보이는 이 논쟁의 이면도 함께 들여다봐야 합니다.
“영농형 태양광이든 햇빛소득마을이든, 너무 속도전으로 가고 있어요.
제도를 갖추기 전에 재정 지원을 앞세워 밀어붙이다 보면,
정책의 허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생깁니다.”
조병옥: 농지가 잠식되는 방식이 우려스러운 지점이 또 있어요. 농지 전용 심의하는 곳에 가보면, 너도나도 농업진흥지역을 전용하겠다고 들고 와요. 여기에 불을 지핀 게, 지난 정권에서 3ha 미만의 농지를 ‘자투리 농지’로 규정하면서 전용을 쉽게 허용한 것이죠. 대한민국 농민 평균 경작 면적이 1.5ha인데, 그 두 배가 ‘자투리’가 된 셈이죠. 태양광 문제도 결국 같은 구조예요. 경지 정리가 잘 돼 있고, 지가가 낮아 개발하기 좋으니 눈독을 들이는 건데, 제가 사는 함안의 뚝방길만 해도 둘레가 400km예요. 고속도로, 국도, 제방 같은 빈 땅부터 활용해야지, 농지는 농사짓기에도 모자랍니다.
강마야: 결국 지금 상황을 보면 국가는 농지를 지킬 뚜렷한 목표 자체가 없는 거 아닐까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그러니 이런 이권 구조가 끼어들 틈도 생기는 거고, 이미 지역에서는 난개발때문에 공동체가 파괴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요.
김선아: 정부는 협동조합을 만들거나 주민 참여 절차를 거쳐야 허가를 내주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절차를 형식적으로 충족하는 방법들이 이미 생겨나고 있어요. 정책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막상 사업이 시작되고 돈이 풀리면 현장에서는 다른 이해관계가 개입할 수 있죠. 저는 영농형 태양광이든 햇빛소득마을이든, 옳고 그름의 문제라기보다 너무 속도전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도가 충분히 갖춰지기 전에 재정 지원을 앞세워 밀어붙이다 보면, 정책의 허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생깁니다.
조병옥: 결국 문제의 뿌리는 같아요. 농민들에게는 농사지어서 생활을 영위하는 게 핵심인데, 국가는 자꾸 “다른 것도 해보지 않겠느냐”고 엉뚱한 제안을 하는 거죠. 농민들이 원하는 건 간단해요. 농사지어서 제값을 보장받으면, 그걸로 충분히 잘 살 수 있다는 겁니다.
다시, 농지는 무엇이어야 할까

1994년부터 대산농촌재단에서 일하며,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에 관한 다양한 방법, 실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신수경: 지금까지 농지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주셨는데요. 처음 던졌던 질문으로 돌아와서, 농지는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오늘의 좌담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남재작: 결국 핵심은 농지가 제대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저는 지금과 같은 방식을 고수해서는 다음 세대가 들어올 수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 세대의 농업이 맞다’는 전제에서 벗어나, 지금 20~30대에게 농업이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고민하는 관점으로 오늘 이야기 나눴습니다. 그 고민 위에서 앞으로의 농지 논의가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김선아: 돌이켜보면 LH 사태가 농지 문제를 바꿀 계기가 되길 바랐지만, 일부 제도 개선에 그쳤고 농민이 체감할 만한 변화는 크지 않았습니다. 어렵게 만든 농지위원회도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죠. 그런 점에서 지금 진행되는 농지조사는 어렵게 마련된 기회라고 봐요. 농업계가 이것을 어떻게 기회로 만들 것인지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설령 이번 조사가 투기 단속에서 시작된 거라 해도, 청년농 유입이나 고령농의 농지 이양, 임대차 문제까지 함께 풀어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그러려면 결국 공감대가 필요하죠. 농민과 국민 모두의 공감대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농지는 모두의 것, 공공재입니다.
소유와 이용에서 보전으로 패러다임이 옮겨가고,
시민과 농민이 다양한 목소리를 농지에 투영해야
창의적인 상상력이 나올 수 있어요.”
조병옥: 그동안 농림부나 기재부를 탓하기는 쉬웠지만, 정작 미래 농업의 근간이 되는 농지 문제에 우리 스스로 얼마나 천착해 왔는지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혁신적, 혁명적인 시기예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전수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농협 개혁이나 사업자 등록 같은 논의가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내부 반발과 저항도 있겠지만, 이런 시기에 우리는 어떻게 농업을 설계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폭넓게 토론하는 계기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강마야: 농지는 결국 우리 모두의 것, 공공재라고 생각합니다. 소유와 이용에서 보전으로 패러다임이 옮겨가야 하고, 일반 시민과 농민이 모여서 다양한 목소리를 농지에 투영해 줘야 해요. 그렇게 다양한 주체가 모일 때 농지를 지키는 창의적인 상상력이 나올 수 있어요. 그렇게 모두가 들여다보고 함부로 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농지를 다음 세대에 잘 넘겨줄 수 있겠죠.
신수경: 농지에 관한 다양한 시선을 보고자 했던 오늘 좌담회를 마치겠습니다. 앞으로도 농지에 관한 이야기를 더욱 촘촘하게, 그리고 창의적인 상상력을 발휘해서 다양한 가능성을 함께 모색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리 조가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