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미래다

경기침체 터널로 진입하고 있는 한국경제
한국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
그리스의 국가부도위기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나머지 PIGS국가들, 즉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위
기설도 증폭되고 있다. 외환확보를 위한 유럽계자금의 한국증권시장 이탈과 대출금 회수가 본격화하면서 국내 증
권가격은 폭락하고 있고 외환의 대량유출에 따라 원화의 통화가치도 통화 당국의 강력한 개입에도 불구하고 하락
세를 계속하고 있다. 2008년의 금융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난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경기도 다시 침체기로 빠
져드는 소위 더블딥(이중침체;Double dip)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의 세계화에 의해서 선진국 금융위기는 곧 바로 한국의 금융위기로 연결된다. 또한 선진국의 경기침체는
한국 상품의 수출수요의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제의 대외의존성이 지나치게
높은 한국경제의 불확실성과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안으로는 과다한 수준의 국가, 기업, 가계 등의 부채가 부동산 거품붕괴와 맞물리면서 경제위기감을 더욱 증폭
시키고 있다.
정부부채는 IMF 기준으로 GDP의 40% 수준인 400조 원이지만 공공기관의 부채(예:LH공사 부채 118조 원
(2010.6) 등)와 지방정부 및 지방공기업의 부채를 합하면 1,000조 원 규모에 육박하여 유로존(Euro zone)의 불량
국가(포르투갈, 스페인 등)와 같은 위험수준에 처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부채는 1,782조 원이
고 가계부채는 923조 원이다(2010.3 기준). 기업은 부채보다 더 많은 돈을 벌면 문제없다고 치더라도 부동산 경기
의 침체로 인한 PF 대출부실로 인한 저축은행 부실화와 이로 인한 건설사의 위기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
다. 가계부채 역시 위험수준이다. 부채의 가처분소득 비율은 146%로 치솟았으며 빚 폭탄을 안고 있는“주의 또는
위험등급자”가 경제활동인구 3~4명 중 1명꼴인 것으로 금융감독원은 발표하고 있다(2010.6).
여기에다 식량위기와 자원위기에 대한 취약한 대응력이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크게 훼손시키고 있다.
OECD 31개국 중에서 29위에 해당하는 낮은 식량자급률(26%)상태인 한국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제식량가격
의 고공행진 추세 속에서 속수무책이다. 또한 중국의 고도성장 속에서 이루어진 자원의 중국 블랙홀(Black hole)
현상으로 인한 지속적인 자원가격의 상승과 자원확보난(資源確保難)도 우리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크게 위협하
고 있다.
시장주의에 기반을 둔 성장지상주의의 추구 결과 계층간, 산업간, 지역간 발전격차와 갈등구조의 심화가 또 다른 불안요인이다.
최근 10년간 소득상위계층 20%의 소득은 55%가 증가했지만 하위 20%의 소득은 오히려 35%나 감소했다. 이
에 따라 성장과실의 공평한 분배를 통한 공정사회 실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원도 자본도 없는 가운데 오로지 왕성한 근로의욕(Will to economize)하나만을 가지고 절대빈곤을 극복한
한국경제가 전형적인 성장통(成長痛)속에서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경제의“잃어버린 10년”은 부동산거품의 붕괴로부터 시작되었다. 일본부동산 가격은 1974~1991년까지 3
배 상승했으나 거품붕괴 이후(1991~2006) 주택가격은 60%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국의 부동산시장 거품 붕괴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상환기간(2012)의 도래, 혁신도시와 보금
자리주택의 완공(2016)에 따른 대량 출시, 은퇴한 베이비붐세대의 주택판매 등으로 주택공급이 확대되면 부동산
거품붕괴는 본격화할 전망이다.
다가오는 2012년의 총선과 대선과정에서 표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선심성 공약에 의한 포퓰리즘적 복지정책의
홍수도 정부채무를 더욱 부풀릴 요인이다. 지난 20년간 GDP에 대한 복지비 비율은 연평균 16.5%씩 증가하였다.
현 추세대로만 증가하더라도 복지비는 2016년에 전체 예산의 20% 수준에 이르러 국가부도상태에 처한 그리스와
같아지게 된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경제활동인구 1인당 피부양인구가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되는 것도 또 다른 경
제위기의 요인이다. 한국은 2050년이 되면 총 인구의 46%가 60세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현재는
젊은이 7~8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게 되지만 젊은이 1~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게 되는 고령화사회에서는 경제
발전의 희망이 없다. 앞으로 짧게는 5년, 길어야 10년 안쪽에 우리는 고령사회가 불러오는 경제위기에 맞닥뜨리게
된다.
근본적으로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 기업의 퇴직연금제 강화를 통하여 연금고갈에 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고
령노동자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인과 농업연결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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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익부 빈익빈」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적 폐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소득재분배정책의 강화도 필요하지만 방만한 재정지출에 의한 재분배정책은 남유럽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바와 같은 국가의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경제주체
간의 협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상생적 경영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최선의 선
택이다.

한국경제의 질적 전환을 위한 과제
「상생」을 화두로 하는 따뜻한 시장주의 추구
무엇보다 상생(相生)을 화두로 하는「따뜻하고 화합적인 시장주의」로 전환해야 한다.
2008년의 세계금융위기는 모든 나라에 값진 교훈을 주었다. 그것은 이윤추구만을 위한 경제주체들의 도덕성상실이 자본주의 자체마저 붕괴시킬 수 있으므로 정의와 윤리라는 가치를 이윤이라는 가치와 조화시킬 수 있는 한단계 진화된 자본주의 질서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부익부 빈익빈」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적 폐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소득재분배정책의 강화도 필요하지만 방만한 재정지출에 의한 재분배정책은 남유럽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바와 같은 국가의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경제주체 간의 협력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상생적 경영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이 현재까지의 결론인 것 같다.
「선 성장 후 분배」는 절대 빈곤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효한 경제 전략이었다. 그러나 소득 2만 달러 시대에 접어든 오늘날에는 성장의 혜택을 골고루 나누는 화합적이고 상생적인 분위기가 뒷받침되지 않고는 새로운 성장계기(Motive)를 창출하기는 어렵다.
어떻게 상생하는 경영문화를 일구어낼 것인가?
첫째, 고용 있는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최근 5년간 3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30조 원에서 53조 원으로 77% 증가했지만 고용은 43만 명에서 48만 명으로 12% 증가하였다. 일하고 싶지만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취업애로계층이 공식적인 실업자(84만 명)의 두배가 넘는 182만 명(국가고용전략회의, 2010.1)이란 사실은 고용문제의 심각성을 입증하고 있다.
둘째, 불로소득(不所得)은 철저히 사회로 환수함으로써 복지재정을 강화해야 한다. 여기에서 조성된 재원은가난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서 저소득층 자녀의 교육기회 확대에 우선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사회보험 강화를 주축으로 복지개혁에 나서야 한다. 절대빈곤층 250만 명, 노령화된 영세농가를 비롯한근로빈곤층 400만 명, 저소득층 400만 명 등 전체인구의 20%에 해당하는 1,000만 명이 사회보험의 사각(死角)지대에 놓여 있다. 이들의 복지향상문제가 무상복지 확대정책보다 반드시 우선되어야 한다.
넷째, 수출대기업과 농업 등 내수산업 간의 균형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시책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1년간 영업이익은 2년 연속 15조 원으로 농업총생산액의 절반에 육박한다. 수출산업의 영업이익은 내수산업 위축을 불가피하게 한 시장개방 확대정책과 저환율정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러므로 수출 대기업의 영업이익일부를 제도적으로 출연 받아「농업 등 내수산업발전기금」을 조성하고 내수산업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는 것이공정하고 화합적인 시장주의를 실천하는 길이 된다.

선진국의 위축되고 있는 시장을 대체하는 신흥시장(Emerging Market) 개척
인구규모가 크고 청년과 중산층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BRICs등 Next 15개국(골드만삭스, 2005)은 인구와 유휴지가 풍부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초점을 맞춘 농업협력사업 진출의 활성화를 통하여 개도국의 자원과 신시장을 적극 개척함으로써 일자리와 함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효율성 실현 위주의 성장패러다임을 지속적 성장으로 패러다임 전환
에너지·자원낭비적이고 환경훼손적인 현재의 산업구조를 친환경녹색산업을 주축으로 하는 지속적 성장체계로 전환시켜야 한다. 효율성(산출액/자원투입비용)실현 기준에 의해서는 농업은 상대적인 쇠퇴산업(DecliningIndustry)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환경과 자원위기 및 식량위기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에는 세계 각국이 농업의 미래 성장산업으로의 가치에 주목하여 새로운 농업발전계획에 국력을 모으고 있음을 지나쳐선 안 된다.

한국농업의 기회와 농업정책혁신 방향

한국농업의 기회
세계화·개방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내농업은 비효율적인 산업으로 지목되어 식량안보 등 공공적 목적 달성을 위해서 정부에 의해 보호되어야 할 부담산업이란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대량생산과 대량유통이 지배하는 대중시장(Mass market)시대가 품질과 서비스 등 비가격적인 가치가 보다 중시되는 정밀시장(Precision market)시대로 전환되면서 한국의 소농생산체제의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고있다. 최근 10년간 한국농산물의 수출증가율은 연평균 7.62%로 농림업생산증가율(2.91%)의 2.6배였다는 사실이이를 입증한다. 또한 예상되고 있는 경제침체기에 처하여 한국농업이 수행해야 할 한계노동력 고용과 위기대응능력 확보에 대한 기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농업의 새로운 기회요인이다. 주식인 쌀의 완전자급이 IMF환란의 조기극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밑거름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북한지원정책의 콘텐츠 혁신을 위한 농업의 역할도 새로운 기회요인이다.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햇볕정책」의 지원대상은 북한정권이었다. 북한정권을 지원하는 것은 현재의「우낭(牛狼)관계」를 지속시킬 뿐이다. 그러므로 북한주민을 직접적인 지원 대상으로 바꾸어야 한다. 북한당국에게 쌀을 주고 비료를 주는 종래의 방식을 북한 집단농장의 경영혁신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방식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한국의 절반수준에 불과한 북한의 식량생산성(2.76톤/㏊)을 향상시킴으로써 북한주민의 민생고와 식량난을 해소하고 북한주민을 남한 우호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야 말로 북한 리스크(Risk)를 줄이는 동시에 통일비용을 줄이는 길이 된다.
한국농업의 가능성
농민들이 시장개방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가능성이다.
“개방되면 다 죽는다”라는 심각한 저항 속에서 타결된 GATT/UR 협상에 의해서 시장개방 폭이 확대되어온 지난 15년(1995~2010) 동안 농업부문은 연평균 1.6%씩의 예상치 못했던 실질성장률을 보여 왔다. 억대소득을 실현하고 있는 농가들도 여기저기서 우뚝우뚝 솟아나고 있다. 3~4배 수준으로 벌어져 있는 국내외 가격차에 기인한가격경쟁력의 절대적인 비교열위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농산물의 품질과 서비스 등 비가격경쟁력의 비교우위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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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한·미 FTA 타결에 이어서 한·중간 FTA도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농산물의 품질과 서비스 경쟁력을 보다 차별화시키면 개방으로 인한 피해도 최소화시킬 수 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농산물이 50% 이하의 저율관세구간에 속해 있으므로 수입개방으로 인해서 농산물수입원가의 하락률은 평균 20~30%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쌀 등 고율관세품목에 대한 적절한 개방대책만 뒷받침된다면 개방도 극복할 수 있다는 농민들의 자신감 회복이 가장 큰 자산인 것이다.

농가소득 악화문제도 생각을 바꾸면 길이 보인다.
평균적으로 볼 때 농가소득과 도시가구소득은 1980년의 균형수준(농가/도시:95.9%)에서 2010년에는 66.8%수준으로 크게 악화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농가소득은 경지규모별로, 연령별로, 영농형태별로 크게 차이가 나고 있으며 상위 소득농가와 평균농가소득 간에도 현저한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전농가와 전품목을 대상으로 하는 평균적인 접근방식을 개선하여 접근하면 농가소득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길이 보인다.

한국농업의 르네상스 실현을 위한 정책혁신 방향
수입농산물과 한국농산물은 동질적인 상품(Homogeneous Products)이 아니다. 가격경쟁력 상의 절대적인 비교열위를 품질과 서비스 등의 비가격경쟁력의 비교우위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시장개방 15년의 값진 교훈이었다. 그러므로 한국농업의 국제경쟁력의 원천은 품질과 서비스 경쟁력의 향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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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농업정책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혁신되어야 한다.
첫째, 글로벌 수요변화에 초점을 맞춘 신기술 개발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저수준으로 활용되고 있는 국내농업자원 활용 기술, 식품안전성과 기능성 향상을 위한 생산기술, 농산물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가공, 융합기술의 개발을 통해서 신제품을 창출하여 국내외 신시장을 확보해야 한다. 신시장확보를 위해서는 소비트렌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통의 규모화, 광역화 및 국가식품클러스터의 개발과 같은 농산물 유통과 수출인프라의 확충을 통해서 수출신시장을 적극 확대하는 전략이 강구되어야 한다.
둘째, 농업부문의 R&D와 구조개선을 위한 투자가 확대되어야 한다.
2011년도 농정예산은 전년도에 비해서 국가전체예산 증가율의 절반 수준인 2.7% 증가하는데 그쳤으며 중기재정운영계획(2010~2014)에서도 농정예산증가율은 연평균 0.5%씩으로 국가전체예산증가율(4.8%)의 1/10 수준이다.
재정에 의한 농정예산의 증가가 어렵다면 수출대기업의 출연을 통한 상생발전기금에 의해서도 대표적인 내수산업인 농업의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 또한 소득보전에 치우친 현재의 직불제를 개편하여 농업자원결합구조의 개선을 이끌어야 한다.
셋째, 평균적인 농정수단을 경쟁력 향상과 복지향상정책으로 정책대상과 정책접근 방식을 차별화해야 한다. 전품목과 전농가를 대상으로 하는 평균적인 시혜농정(施惠農政)으로는 새로운 농업의 르네상스시대를 결코 열어나갈 수가 없다.
한국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하는 바탕산업인 한국농업 르네상스 실현은 이를 위한 국민적 합의형성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필자 성진근: (사)한국농업경영포럼 이사장, 충북대 명예교수. 충북대 농경제학과 교수와 농협대학 석좌교수 등을 역임. 『새농업경영론』을 비롯해 일생동안 논문 132편, 저서 40편 등 활발한 저술과 활동으로 농업경제학 발전에 기여했고 제12회 대산농촌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