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초 영국 정부의 수석 과학자문관인 존 베팅턴은 세계가 2030년이면 식량부족, 물 부족, 석유값폭등이라는‘최악의 폭풍 (perfect storm)’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꾸준히 가속화되고 있는 이상기후변동과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한 지구촌의 식량생산 감소는 해마다 8,000만 명씩 증가하는 70억의 세계인구 중2009년에 벌써 10억 명이 넘는 기아인구를 양산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영국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조너던 포리트전 의장은‘베팅턴의 분석에는 동의하지만, 그 시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면서, ‘최악의 폭풍’의 시기는 2030년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앞서 2020년에 닥칠 것이며 그것은 결코 돌이킬 수 없는‘궁극적인 퇴보’가 될 것
이라고 주장했다.(레스터 브라운, 앵그리 프라넷, Angry Planet, 도요새, 2011)
‘최악의 폭풍’이 오는 소리
지난 66년 동안 지구상의 국가 중 군사적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미국과 새삼스레 동맹관계를 강화한다는 미사여구를 앞세우며 마침내 한미 FTA가 미국회를 통과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빈자격 미국방문에 맞춰 그간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 문제로 그토록 FTA 인준을 반대하던 소 사육지대 몬타나 주의 축산농장주 보커스미상원 재무위원장이 앞장서 국회통과에 총대를 멨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 수입이 재개될 것이라는 소문이 미국 쪽에서 솔솔 불어오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두고 볼 일이다. 아무튼 한미 FTA가 우리 국회에서까지 통과되면 그 발효 첫 년도부터 전체 농축산물의 36%가 넘는 품목이 관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수입된다. 나머지 다른 농축산물도 15년 이내에 순차적으로 모두 무관세로 수입자유화 된다. WTO(세계무역기구)가 예외로 인정한 쌀마저도 2014년 이전에 그렇게 될 것처럼 우리나라 통상교섭 대표가 미국 측에 귀띔했다고 위키리크스가 밝히고 있다. 오히려 우리나라엔‘경제영토’확장이 아니라‘경제 식민화, 식량주권의 포기’를 자초한셈이다.
농업은 미래의 희망, 영원하다
위 사실만 놓고 보면, 소농, 가족농, 그리고 쌀과 한우가 주축인 우리나라 농업 농촌 농민의 미래는 대단히 암울하고 불안하다. 그런데 그 역설(逆說)도 성립한다. 기왕에 맞을 매는 먼저 맞는 것이 덜 아프고(정신적으로) 굳게버틸 힘을 기를 수 있다. 조상대대로 우리 농업이 언제 정부를 믿고 정부의 도움을 제대로 받으면서 살았던가. 백성과 농민이 서로 상부상조하며 살길을 찾아 왔지 않았던가. 세상이 몇십 번 뒤집혀도‘농업이 없는 나라, 농촌이 없는 도시, 농부가 빠진 백성’들의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3농이 없이는 결코 자주 자립국가를 지속하지 못한다.
공동체(community)의 문화도 꽃을 피워내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도시국가인 홍콩이나 싱가포르가 아니다.
인류가 발전하려면 농업은 영원하다. 세상천지가‘최악의 폭풍’에 휩싸일수록 농업의 가치는 더욱 빛나며 민초들의 생명줄이 된다. 아무리 장사꾼(CEO)의 셈법과 선전이 교묘하더라도, 그리고 아무리 세상이 상업적 대기업무역상과 정상배로 설치더라도, 농업 농촌 농민 말고는 기후변화, 식량부족, 석유파동을 제대로 이겨내고 나라를 구할 다른 대안은 없다. 그래서 이 땅의 만백성과 생명체를 살려내기 위하여 우리의 미래가 농업에 달려 있고 희망이 있다.
현실이 아무리 어둡고 고통스러울지라도 길어야 한 20년만 버텨내면 농업이 우대받고 농촌이 활기를 띠며 농민이 존중받는 세월이 찾아오게 예정돼 있고 확신한다. 아니, 10년만 꾹 참고 이겨내면 그런 날 그런 세상이 다가오는 소식을 듣게 될 것이다. 일반 국민도 어느 날 문득 식량 주권을 잃고서는 국가와 민족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진실을 깨달을 때가 더 일찍 찾아올지 모른다. 우리 농업이 한 10-20년 버텨내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국민을 움직이고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농업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른바 국민 농업을 가꿔내야 한다. 농업 농촌 농민이 버틸 힘,살아남을 힘은 적어도 정부가 아니라, 결국 국민소비자로부터 나올 것이다.
국민 농업시대를 만들자 _ 좋은 나라, 좋은 세상으로 가는 10가지 비전
예부터 산에서 길을 잃으면 산 정상으로 다시 올라가 길을 따라 내려오라고 했다. 지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어정쩡한 국정의 미로에서 고민하는 이들이여, 다시 성현의 가르침대로 기본으로 돌아가 냉철히 지금 우리가 서있는 좌표를 살펴보자. Back to the Basic!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우리 농업이 나아갈 방향과 미래가 보인다. 국민들이 떠받드는‘국민농업시대’를 빨리 성취할수록 우리 농촌 농업에 영광의 미래가 있다.
그래서 다음의 10가지 ≪좋은 나라, 좋은 세상≫에 대한 비전을 간절한 염원을 담아 노래해 보자.
첫째, 후손들에게 빌려 쓰고 있는 이 나라 이 땅의 강과 호수와 산과 논밭을 선조들께 부끄럼 없이 친환경적으로 가꾸고 소중히 보전하여 그 생명을 자손만대까지 이어가는 나라. 이러한 나라가 좋은 나라이며, 참으로 좋은 세상입니다.
둘째, 농촌, 농민이 잘 사는 나라, 모든 국민이 더불어 골고루 잘 사는 나라.
셋째, 하늘과 땅과 사람이 하나가 되어 몸에 좋고 안전한 먹거리를 넉넉히 생산하는 나라.
넷째, 농민은 도시소비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고, 도시민은 농민생산자의 삶을 보장하는 나라.
다섯째, 농업도 살고, 수출기업도 살고, 국제수지도 균형을 맞추는 나라.
여섯째, 주식(쌀)만은 안심하고 자급자족하여 조국의 통일에 이바지하는 나라.
일곱째, 농민도 도시민처럼 교육과 의료, 복지, 문화 혜택을 골고루 누리며 행복하게 사는 나라.
여덟째, 선조들이 알뜰히 일궈놓은 전통과 문화 예술의 슬기 위에 현대적인 도시문화를 찬란하게 꽃피우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나라.
우리 농업이 한 10-20년 버텨내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국민을 움직이고 소비자를
감동시키는 농업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른바 국민 농업을 가꿔내야 한다. 농업 농
촌 농민이 버틸 힘, 살아남을 힘은 적어도 정부가 아니라, 결국 국민소비자에게서
나올 것이다.
아홉째, 정치인도, 지식인도, 정부와 재계 언론계도 농업의 다원적인 공익기능을 존중하고 지원, 실천하는 문자
그대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의 나라.
열째, 다국적 초 국경 기업들로부터 배달겨레 후손들의 생존권이 붕괴하지 않도록 농민과 소비자, 정부(農·消·政)가 슬기를 모아 식량주권을 지켜내는 나라.
이러한 나라가 좋은 나라이며, 참으로 좋은 세상입니다.
도농상생의 국민 농업_ 소비자를 감동시켜야 농민이 산다!
첫째, Local Food(로컬 푸드) 운동을 전국화, 생활화 하자.
※ 로컬푸드 운동이란? 지역내 생산·가공·소비를 통합하는 운동.
미국 및 캐나다의 CSA(Community Support Agriculture)운동,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 쿠바의 도시농업 및 전국적 친환경 학교·군대 급식운동.
원거리 수송과 CO2 감축, food mileage 최소화 운동, 미국: 100마일(160㎞) 이내, 캐나다: 5~6시간 내 수송거리※ 선진국의 로컬 푸드 운동에 따라 非GMO, 非화학농법, 친환경 유기농업이 주축 되어야 한다.
둘째, Slow Food(슬로우 푸드) 운동을 적극 뿌리 내리자.
친환경 유기농산물의 전통 가공발효식품(김치, 된장, 간장, 고추장, 젓갈, 막걸리, 식혜, 조청 등)이 우리 국민소비자의 건강증진과 농어민의 소득 향상, 나아가서 우리나라 환경생태계와 전통문화를 보전하는 1석 3조의 공생의살길.
※ CODEX: 김치, 고추장을 세계 표준 발효식품으로 인증, living foods.
※ Health誌: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 한식의 세계화 기반 구축.
셋째, 농업을 1+2+3=6차 산업으로 육성하자.
농수산식품 가공을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연산업(地緣産業)으로 육성하고 지역주민과 농어민이 직접 참여하여 그혜택을 공유하도록 현행 대기업 위주의 식품위생가공법, 주세법, 도정법 등을 개정하자.
※ 선진국처럼 지자체가 일정한 위생조건하에 농촌주민이 직접 식·음료 및 주류를 제조·판매할 수 있도록 농촌 가내가공업 및 일촌 일품 운동을 적극 권장하는 시·군 조례 만들기.
넷째, 농산어촌 어메니티(amenities)를 소중히 가꾸고 자산화 하자.
도회지의 웰빙 욕구를 해결하는 도농 상생의 대안으로 농산어촌의 유기농 전통식품과 자연 경관과 환경생태계와 역사문화전통, 농촌 인심(情) 등을 농어촌의 자산 및 농가소득원으로 만들어 나가자.
※ 名品, 名人, 名所化운동, Green Tourism, Farm Stay 활성화.
다섯째, 농어민은 도시소비자의 건강과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고 도시소비자는 농어민의 소득을 보장하는 도농상생의 관계 구축에 앞장서자.
※일사일촌운동, 일교일촌운동, 농지 지키기, 환경생태계 지키기 및 식품안전성 지키기, GMO퇴치, 수입농산물 안전성 현지조사 및 검사·검역 강화.
여섯째,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발상으로 세계화 (globalization) 추세를 지방화(localization)로 대응하는 세방화(glocalization) 전략을 농어업과 농산어촌에서부터 보편화하자. 예를 들어 지역특산품, 토종 식음료, 지방문화의 세계화를 들 수 있다.
일곱째, WTO, FTA 등 농산물시장 개방 압력으로부터 국민 국가 고유의 식량주권(Food Sovereignty)을 지켜나가자. 개방화 정책으로 혜택을 받는 대기업 무역업계, 수입원료 가공산업 분야와 그로 인해 피해를 받는 농어촌부문과 균형적으로 이익이 분배되도록 제도적으로 정책 조정을 도모하자.
※ J.R. 힉스의 보상의 원칙(Principle of Compensation)을 실현한다.
여덟째,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과 기후변화대책의 으뜸으로서 유일한 생태적 대안인 농축산업을 유기농업으로 육성하고 산림을 가꾸는 살아있는 대책을 촉진하자.
※ 세계 50억ha의 농지를 유기농화하고 40억ha의 부실산지와 숲을 올바로 복구 보전하면 현재 지구의 온실가스(GHG) 수준을 390ppm에서 안전한 340ppm으로 줄일 수 있음.(세계 유기농소비자협회 추정치)
※ 산림보전, 숲 가꾸기, 유기농 육성, 마을가꾸기, 농지·하천·습지 보전, 로컬푸드, 슬로우 푸드 운동, 신재생에너지 활용, 에너지 효율화 정책 등이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의 열쇠다.
아홉째, 중앙정부 중심의 세원과 예산권을 선진국처럼 지방자치 정부로 대폭 이양. 80 대 20을 최소한 50 대50, 종국적으로 20 대 80으로 예산 및 세수제도를 개혁하자.
※ 지자체장과 시·군의원 선출에 있어 정치정략적인 정당후보 공천제도 폐지.
전국민과 전국의 지자체가 국회를 움직여 입법화를 추진한다.
열째, “도시는 꽃, 농촌은 뿌리!”우리나라 경제·사회문화가 기초단계에서부터 농업 농촌 발전의 확고한 토대위에서 선진화가 이루어지도록 균형 잡힌 경제발전 정책을 이뤄내자.
※ WTO가 허용하는 선진국형 Direct Payment 제도를 활성화하고. 헌법에서 규정한 경자유전, 소유자 이용원칙의 고수. 농정은 local 문제이므로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지역농업발전 계획, 예산배분, 세원조달 등 모든 실체적 농정주도, 중앙정부는 총괄기획 기능. 농가소득직불제와 소득보전업무, 방제·방역 업무 강화.
농업인 스스로와 지자체가 희망이다!
지자체가 농업인이 참여하는 농정을 주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한미 FTA 이후의 우리농업·농촌·농민이 살아남기 위한 중앙정부가 독점해 오다시피 하던 농정권한과 예산 등 주요 농정과제의 대부분을 지방자치단체와 농축협 등 지역주민과 농업인들에게 맡겨 현지화 해야할 때이다. 도, 시, 군, 지방자치 정부가 실질적으로 대한민국 농업 예산의 80% 이상을 집행하도록 정부 재정운용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현행 중앙정부의 기획기능과 예산제도를 대폭 지자체와 농축협 등에 이관하여 현지농정을 현지인들에게 맡겨 지역특성을 살리고 무한개방체제에 대응케 해야 한다. 이미 선진국들이 취하고 있는 농정체제를 본떠 중앙정부는 WTO가 허용하는 범위의 과제와 업무만 수행하고 나머지 농정일반을 프로그램(포괄적) 예산방식으로 지방정부와 농민 생산자 자조조직에 대폭 이양하여 지역사회의 자구적 개발계획을 담당케할 때이다. 그것이 WTO의 간섭과 구속을 피하는 현재 선진 각국이 행하고 있는 농정방식이다.
그리고 농업인들이 스스로 살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제 미흡한 정부지원체제 하에서는 농어촌,농어민 스스로가 살 길을 찾겠다는 의지와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완전히 개방되어 세계 각국에서 가장 값싼 농산물이 밀려들어와 우리 시장과 식탁을 점령하는데 비싼 땅 값과 노임 때문에 가격으로는 경쟁력이 없는 우리 농수산 분야가 다시 살아남으려면 명품(名品), 명인(名人), 명소화(名所化)로 소비자를 감동시켜 농어촌의 활력을 다시 찾는 길 뿐이다.
※필자 김성훈: 중앙대 명예교수, (사) 환경정의 이사장, 광주세계김치문화축제 위원장.
농림부장관과 상지대학교 총장을 역임하였고, 국제농업경제학회(IAAE) 한국 상임대표,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 아시아 태평양 지역 경제책임자 및 아태농업금융기구 사무총장으로 활동하였다. 현재 산사랑국민운동 산지보전협회 명예회장, 수목장 실천회명예회장, 기후변화 그린네트워크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저서『더 먹고 싶을 때 그만 두거라』,『 자원·환경경제학』외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