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농업인을 철저하게 육성하여 제대로 대우한다
알프스하면 떠오르는 나라 스위스. 스위스는 산과 호수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경관으로 세계 곳곳의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관광지로 유명하지만 스위스는 유럽에서 가장 유기농업용지를 많이 가지고 있는 농업국이기도 하다.
산지가 70%에 이르는 등 농업에 열악한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업선진국인 까닭은 무엇일까. 그이면에는 자국의 농산물이 아무리 비싸도 수입농산물보다 자국의 농산물을 선택하는 국민들이 있다. 스위스가 유럽연합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도 바로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1,2차 세계대전을 겪고 나서 농업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깊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스위스 국민들의 농업에 대한 지지와 강한 신념은 애국심을 넘어서 생존의지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들은 농업을 어떻게 이어가는가. 농업인의 자부심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지난 해 가을, 우리나라농업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찾은 베른주립농업전문학교‘인포라마’에서 그 해답을 엿볼 수 있었다.
스위스의 수도 베른 주에는 6개의 농업학교가 있고, 학교마다 지역의 특성에 따라 가르치는 교과가 다르다. 예를 들어 축산지역이면 축산을, 원예지역이면 원예분야를 중점적으로 가르친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산지농업지역에 자리하여 산지농업에 대한 교육을 중점적으로 실시하는 학교였다. 마침 철공작업실에서 용접을 하느라 여념이 없는 학생들을 만났다. 한 학생은 직접 만든 손수레를 이리저리 끌어보며 잘만들어졌는지 살피고 있었다. 학생들은 이렇게 철공작업실이나 목공예실에서 산지 농업 또는 농촌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물건들을 만든다.
인포라마에는 우리나라 농업고등학교 과정과 일반인 과정이 있다. 고등학교 과정은 1,2학년 때는 주 4일을 교육자적 자질과 오랜 현장 경험 등을 갖춘 마에스터 농장에서 실습교육을 받고 하루만 학교에 출석해 이론교육과 실습일지를 제출한다. 3학년은 겨울에만 수업을 하는데(봄부터 가을까지는 산지의 특성상 농업에 종사한다.) 4일간 이론수업을 하고 하루는 실습농장에서 자격증 시험을 준비한다. 그 자격증이란 다름 아닌‘국가농업자격증’이라 부르는 농민자격증이다. 2주일동안 실기와 필기시험을 치러 당락을 결정하는데 합격률이 60% 정도다. 합격하지 못하면 엄격한 의미의 농민이 될 수 없기 때문에 학생들에겐 매우 중요한 시험이다. 스위스에서는 국가농업자격증이 있어야 농민으로 인정받고 최소 1ha당 1,200CHF(스위스달러), 우리 돈으로 140만 원 정도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농업인이 되고 싶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일반농업전문과정’과 도시에서 농촌으로 이주해온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농촌주부양성과정’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두 과정 모두 일주일에 하루, 3년간 실습농장에서 수업을 받고 1년간 농촌실습과정을 이수하면 국가농민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일반농업전문과정은 농장경영, 목공, 농기계 등 농업에 필요한 기술을, 농촌주부양성과정은 침구정리, 전통요리, 청소 등 농가민박운영에 전반적인 내용을 실습을 통해서 교육한다. 대부분 관광농업을 부업으로 하는 알프스의 농가에선‘농가민박’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이 필수다. 알프스의 농가민박이 세계 각지의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 하다.
스위스의 융푸라요후를 올라가는 산악 열차에서 보는 가파른 산꼭대기에도 어김없이 농가가 있다. 환경이 열악할수록 나라에서 받는 보조금은 더 많다. 그만큼 어려움을 감수하고 오랫동안 이어 내려온 문화경관을, 농업을 지켜준다고 나라와 국민이 인정하기 때문이다. 스위스 국민들은 전체인구의 4%에 불과한 농업인들이 나라전체를 먹여살린다고 믿는다. 그렇다고‘아무일도 하지 않으면서 보조금에만 기대어 사는’농업인은 없다. 그들은 농촌에서 살아가기 위해 여러가지 치열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었다. 삶에 대한 경외심과 자연에 대한 존경으로, 또 농업과 문화경관을 지키는 자부심으로 스위스의 농민들은 후손에서 후손으로 자신의 직업을 이어가고 있다.
“농촌이 아름다운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라는 진리를 그들은 말없이 가르쳐주고 있다.
글·김해규 / 사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