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연수를 다녀왔다. 첫 연수지에서 만난 농촌의 겨울을 기억한다. 끝자락에서 바라본 처음은 더 애틋하게 다가왔다. 꽝꽝 얼어있던 땅, 농부의 목소리 그리고 우리의 표정. 현실이 차가운 줄만 알았던 그 겨울, 나는 그곳에서 꿈꾸는 사람들을 만났다. 봄과 같았다.
연수가 다가오면 매번 따뜻한 푸름을 기대했다. 원래 달콤한 것들은 훨씬 빠르게 흘러가 버린다고 했던가. 어느덧 네 번째다. 이번 3박 4일도 훌쩍 스쳐 갈 것임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 야속함을 희석하는 방법 또한 이미 알고 있었다. 농촌의 소중한 일상에 스민 단편을 놓치지 않는 것. 그 단편을 나만의 이미지로 기억하는 것. 사진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경남 남해로 가는 버스에서 ‘문화 경관’이라는 말을 들었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빚어낸 풍경이다. 먹거리 생산을 위해 오랜 세월 갖춰진 농촌의 모습 또한 문화 경관이다. 산비탈에 층층이 펼쳐진 다랑논과 블랙베리를 수확하는 농부의 손이 그러하다. 수탉을 품에 안은 주인의 미소도 마찬가지다. 경관은 규정되는 것이 아니다.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렸다. 첫날 남해에서 마지막 날 충주까지, 농촌의 삶이 빛을 발하는 순간을 기록했다.
연수는 끝났다. 돌아온 현실은 분명 다르다. 인정한다. 훨씬 차갑거나 시시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일상 곳곳에서는 여전히 소소한 삶의 경관들이 반짝이고 있다. 그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나누는 일을 이어갈 것이다. “농사를 지을 때 단순하고 쉬운 일을 오래도록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 농사의 가장 중요한 기술입니다.” 연수 마지막 날 장안농장 류근모 대표가 건넨 이 한마디가 긴 울림으로 남는다.
※필자 하상윤: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를 졸업하고,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에서 저널리즘(농업PD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제5회 온빛사진상을 받았고, 개인전 <우리 균도> (류가헌, 2015)을 열었다. 현재 세계일보 사진부 기자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