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생명, 사회가 연대하는 새로운 농農

2022년 2월 22~24일, ‘대산장학생 2022 동계연수’가 있었다. 홍성군농업기술센터·풀꽃농원(충남 홍성군), 상하농원(전북 고창군), 두리농원·담양군농업기술센터(전남 담양군) 등 다양한 농업·농촌 현장을 둘러보며 ‘사람, 생명, 사회가 연대하는 새로운 농農’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한 장학생들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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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역전 만루 홈런’을 위해서
–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강의

나는 오랫동안 농촌에서 살아왔지만, 실제 농민들의 평균 소득에 대해서는 주의 깊게 살펴보지 못했다. 지역주민들이 매년 먹고살기 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이야기, 농산물 가치가 떨어졌다는 이야기, 나라의 지원 없이는 버티기 힘들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은 바 있지만, 김정섭 박사님의 강의를 통해 실질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민들이 처한 가슴 아픈 현실에 대해 정확히 자각하게 되었다. 생각보다 농촌의 현실은 훨씬 더 참혹하게 느껴졌다. 뚜렷한 변화 없이 이대로 계속 가면 농촌의 소멸은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그 결과를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전 만루 홈런’처럼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나는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더 깊이 있게 생각해 보게 된 것 같다. 강의를 들으며 ‘농업은 원래 돈을 벌기 어려운 것이며, 가난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자본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청년들에게 농업이 희망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없는 것인가’ 등 여러 질문이 두서없이 떠올랐지만, 나는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며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농업이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믿고 싶고, 방법을 찾아나가고 싶다.

– 이재혁(대산농업리더장학생, 전남대 응용식물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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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이 줄 수 있는 여유와 편안함
– 상하농원

지금까지 재단 연수에서는 대규모보다 중소형 규모의 개인 농가를 많이 찾았었기에 이번 상하농원은 여러모로 의외의 방문지였다. 1박 2일 동안 농원에서 머무르며 자연과 동물, 그리고 아름다운 경관이 어떻게 도시민에게 힐링을 줄 수 있는지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아침 햇살과 함께 창문을 열면 마주하는 차갑지만 기분 좋은 공기, 산책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나오는 풍경,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던 동물과의 따뜻한 교감,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을 모두 경험하며 바쁜 연수 일정 속 달콤한 휴식을 즐길 수 있었다. 개인 농가 단위로는 펼치기 어려운, 깨끗한 농산물과 먹거리에 대한 홍보를 농원 군데군데 자연스레 담아놓은 것 또한 인상적이었다. 농촌이 줄 수 있는 여유와 편안함. 말로만, 글로만 들어서는 쉽사리 이해할 수 없던 것을 직접 몸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 김진수(대산농업리더장학생, 한국기술교육대 디지털시스템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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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도, 사람도, 지속 가능하게 하는 농민
– 두리농원

농사가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 시간이었다. 어려운 시간을 거치면서도 친환경·유기농업을 고수해 온 김상식 대표의 자세에서 배울 점들이 많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그의 얼굴에 번진 미소에서 농촌살이에 대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대표님은 “오래갈 수 있는 농사를 지향한다”고 하셨는데 짧은 시간 안에 눈으로 결과를 보아야 하는 현시대의 ‘빠름’과는 반대되는 가치를 지향하고 있었다. 식물과 꽃을 보기만 해도 생명체의 상태가 어떤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을 “식물과 대화를 한다”고 표현하셨는데, 그만큼 자신이 하는 일에 진심과 애정을 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자신이 직접 실천하고 축적해 온 농업경영 노하우를 지역 농민과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농업경영 모델도 아주 인상 깊었다. 개인의 차원을 넘어 지역과 사회와 연대하는 대표님의 모습이 그가 일궈 온 땅의 속성과 겹쳐 보였다.

– 박시몬(대산농업전문언론장학생,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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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가 놓지 말아야 할 현장 소통의 끈
– 담양군농업기술센터

내가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는 수확 후 관리 분야에서 최근 딸기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담양군농업기술센터 방문이 내내 기대되었다. 담향, 죽향, 메리퀸 등 우수 딸기 품종을 육성한 이철규 소장님을 직접 만나 뵐 수 있었다. 긴 세월 동안 한 가지의 연구를 꾸준하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이 부럽기도 했고, 끈기 있게 해내셨다는 것이 참 존경스럽기도 했다. 사전에 접한 연수 자료에서 딸기 육종 연구를 시작할 때 농민들이 비닐하우스를 흔쾌히 내주었다는 내용을 보고, ‘농민들의 열린 마음이 신품종이라는 결실을 맺었구나’ 생각했는데, 현장에서 이 소장님께서 농민들을 대하시는 태도, 그리고 함께 말씀을 나누시는 모습을 보며 그 생각이 달라졌다. 소장님의 정성과 노력 덕분에 농민들이 마음을 연 것이고, 그랬기에 결국 우수한 딸기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육종가 또는 연구자라 하여 실험실의 세상에서만 사는 것이 아닌, 현장을 방문하고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는 소장님의 철학이 감명 깊었다. 소장님이 농민들과 스스럼없이, 격의 없이 지내는 모습을 보며 꾸준한 교류와 신뢰를 통해 쌓은 관계라는 것을 단박에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앞으로 농업 연구와 기술 개발에 종사하면서도 현장 소통의 끈을 놓지 않고 꾸준하게 이어감과 동시에 더 많은 현장, 더 많은 농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소통의 창구를 늘리기 위해서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 김가흔(대산농업리더장학생, 중앙대 식물생명공학전공)

정리 최상아

 ※ ‘대산장학생 2022 동계연수’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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