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은 지난 7월 6~9일, 「대산장학생 2021 하계연수」를 시행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모두의 일상을 뒤흔드는 요즘, 성찰과 대안으로 부상하는 ‘농農’의 가치와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한 방향을 살핀 기록을 장학생들의 보고서에서 발췌해 소개한다.
“농업이란 사람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대답입니다”
_평화나무농장
글 김가흔 / 대산농업리더장학생, 중앙대 식물생명공학전공
평화나무농장은 연수 전부터 기대했던 곳이다. 김준권 선생님과 농장을 둘러보며 유기농업에 대한 실질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관행농보다 두 배 이상의 품을 들이면서도 건강한 농업에 대한 신념 하나로 그 모든 수고를 감내하는 것이 존경스러웠다. 평화나무농장의 가장 큰 수입원은 유기농 토마토주스인데, 완전히 빨갛게 익은 완숙 토마토를 사용한다는 점이 신기했다. 보통 시중에서 유통되는 토마토는 취급의 용이성을 위해 숙성이 되기 전에 수확하고 유통 과정에서 후숙을 시켜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자연의 힘으로 숙성한 토마토가 후숙한 토마토에 비해 맛과 품질이 훨씬 더 좋다는 점에 착안해 식물체에서 완숙된 토마토를 주스로 가공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정성 들여 키운 농작물을 가장 맛있는 상태로 세상에 내놓으려는 농부의 마음이 느껴졌다. “농업이란 사람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라는 김준권 선생님의 말씀을 평화나무농장에 머무르는 내내 되뇌었다. 자연의 순환과 활력에 대한 강의를 듣고 나니 생명역동농업에 가졌던 편견을 대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농업은 자연의 생명력을 다루는 업이기에 미시적 자연인 땅과 하늘을 고려함과 동시에 거시적 자연인 우주를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장의 소출로 꾸려진 점심 밥상과 김준권 선생님이 직접 구운 치아바타, 소시지 등을 곁들인 브런치를 통해서 유기농 음식은 일반 먹을거리에 비해 맛이 떨어질 거란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김준권 선생님은 “좋은 음식이란 안전하고 영양가와 맛이 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바로 경험하게 해주셨다. 정확한 기준과 신념을 바탕으로,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관점으로 농업에 접근하는 평화나무농장을 경험한 후로 유기농을 신뢰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농대생, 진짜배기 농업을 만나다”
_우리원농장
글 박신영 / 대산농업리더장학생, 서울대 작물생명과학전공
온 세계를 뒤집어엎은 코로나19로 인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참여하게 된 장학생 하계연수는 내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농대생으로서 3년 반 만에 제대로 농촌에 가는 기회이기도 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우리원농장을 찾았다. 우리원농장은 고故 강대인 대표와 전양순 대표 부부가 유기농에 대한 신념으로 가꿔온 곳이었다. 부부가 농사를 시작한 1970년대는 산업화 풍조에 반하는 유기농업에 대한 주위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3대가 굶어 죽을 각오”, “자식을 무식쟁이로 만들 각오”, “미치광이 소리를 들을 각오” 이렇게 무서운 각오로 유기농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원농장에서는 우렁이농법과 유기농사에 맞게 벼 품종을 개량하여 사용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전양순 대표님은 벼를 건강하게 키워 어떤 재해가 오더라도 이겨낼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또 벼뿐 아니라 사람, 특히나 농부도 스스로 강하게 자라 어떤 역경이 와도 버틸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기 위해서 농부는 유통업자에 끌려다니기보다 자신의 농산물에 자부심을 가지고 주체적으로 생산·가공·판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체적인 농부와 벼, 자연과 사람이 모두 지속 가능한 농업을 지향하는 우리원농장이 너무나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농업은 생산업의 1차 산업뿐만이 아니라 점차 그 범위가 확장되어 제조업의 2차, 서비스업의 3차 산업 모두를 아우르는 6차 산업에 해당하는 폭넓은 분야입니다.”
농생대 홍보단을 하면서 고등학생들에게 매번 기계처럼 읊어주었던 말이다. 툭 치면 자동으로 나올 정도로 입에 붙은 6차 산업에 대한 설명이지만, 실사례를 본 적은 없었는데 우리원농장에서 그 모습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논에서 직접 벼를 기르고 수확하는 1차 산업(생산)과 이를 도정한 뒤 색채 선별기 등 여러 과정을 거쳐 진공 포장하는 2차 산업(가공) 그리고 찰고구마빵 체험 등 다양한 체험과 교육을 하는 3차 산업(서비스)이 농장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진짜 농업을 만나는 경험은 새로웠으며, 앞으로 ‘농農’에 대해 생각할 때 단순히 정부, 연구원, 학생의 눈으로만 보지 않고 농민의 눈으로 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농업은 머리나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닌, 직접 밭에 논에 나가 자연과 함께 어울리면서 하는 것임을 다시금 깨닫는 귀한 기회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