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을 넘는 생명 역동 농업 (Bio Dynamics)

퍼디난스 반드루스카 씨 Ferdinand Vondrus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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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밴쿠버에서 휘슬러로 가는 길.
아름다운 만년설의 광경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고속도로가 있다. 태평양을 끼고 이어진 도로의 반대편에는 여름에도 꼭대기가 하얀, 이름모를 산들이 끝없이 펼쳐진다. 아름다운 장관덕분에“See to sky(바다에서 하늘까지)”라는 별칭이 있는 도로를 타고 휘슬러로 가는 길, 스쿼미시 Squmish 라는 지역의 한 자락에‘하늘높은 줄 모르고’솟아있는 울창한 삼림 속에서 특별한 농부 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자연이 만들어낸 삼나무 숲. 비포장도로가 시작되는 지점에 위치한 C-dar rodge farm. 이 농장의 주인인 퍼디난드 반드루스카 Ferdinand Vondruska는 스위스 출신으로 생명역동농업 Bio Dynamics의 창시자 루돌프 슈타이너 박사의 이론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농민이다. 이곳은‘생명역동농업’에 따라 생태학과 경제학적인 분석을 토대로 지속적인 토양을 관리하는 비영리기구인 C-dar Biodynamic Society의 현장 실습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생명역동농업은 식물의 생장이 단순히 햇빛의 광합성뿐 아니라 우주 전체가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 화학비료와 농약의 과도한 사용으로 생태환경의 균형을 깨뜨리고 오염을 확산시키고 있는 현대 농업의 문제를 풀어내는 대안으로 토양의 복원과 생태순환농업을 강조한다.

반드루스카 씨가 키운 마늘(오른쪽)은 그 뿌리가 훨씬 길 고 잔뿌리가 많다.
반드루스카 씨가 키운 마늘(오른쪽)은 그 뿌리가 훨씬 길고 잔뿌리가 많다.

반드루스카 씨는 30년 전부터 생명역동농업을 전파해왔다.
“(처음) 멕시코 땅은 척박하고 화학물질에 심하게 오염돼서 냄새도 났습니다. 풀들은 아주 억셌구요. 5~7년 안에 황무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죠. 3년간 생명역동농업을 도입해 1억㎡의 땅을 되살렸습니다. 7년 후 그 땅에 나무 5만 그루 심었는 데, 나무의 1년 생존율이 종전 25%에서 90%로 높아졌습니다.”
반드루스카는 지금도 1년에 4~5번은 멕시코에 다녀온다.
또한 네팔의 카투만두, 볼리비아와 아르헨티나에 가서 그 곳 토양을 다시 살리는 일을 한다고 했다.
“해마다 200명~700명의 농민들을 만나 생명역동농업을 교육합니다. 제가 안 가면 그 사람들이 다 (본인의 농장으로) 올텐데 그 사람들을 다 맞이할 수는 없지요.(웃음)”

농장을 돌면서 낯익은 풍경을 보았다. 그가 안내한 밭에서는
한참 마늘이 자라고 있었다. 흙은 그냥 보기에도 비옥했다. 그
흙을 파헤쳐 꺼낸 마늘에는 유난히 잔뿌리가 많았는데, 반드루 스카 씨는 물을 따로 주지 않고 자연의 섭리에 맡겨 마늘의 뿌리가 스스로 힘을 길러 땅속 깊숙이 그리고 넓게 내리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흙을 깊숙이 파고 들어간 뿌리는 흙속에 남아 흙을 살리는 또 하나의 요소가 됩니다.”
생명역동농업은 일반 유기농과 비슷하지만 토양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한다. 바로‘증폭제’라고 불리는 것이다.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병들어가는 지구를 회복시키는 유일한 방법이 흙과 생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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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역동농업은 일반 유기농과 비슷하지만 토양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한다. 사진은‘소똥증폭제’.
생명역동농업은 일반 유기농과 비슷하지만 토양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한다. 사진은 ‘소똥증폭제’.

살리는 것이며, 501번부터 509번까지 아주 다양하고 특이한 방법으로 만든 9가지 다양한 증폭제를 이용한다.
그가 안내한 헛간 안에서 조금 희한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여러 개의 소뿔이 담긴 얼기설기 엮인 그물이 천장에 걸려있었다. 이것이 바로 501번 소똥 증폭제라고 했다.
암소뿔 안에 암소의 똥을 넣고 그물에 넣어 헛간 천장에 6개월간 두었다가 다시 땅속에 파묻어놓고 또다시 그것을 꺼내어 15배로 희석한 물에 넣어 일정한 횟수로 저어주어 작물에 뿌려주면 어린 식물의 생명력이 왕성해진다는 것.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 정농회에서 정리해놓은 9가지의 증폭제와 반드루스카는 그 증폭제를 혼합한 또 하나의 증폭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509번이라 불리는 그 증폭제는 이집트 피라미드의 공식을 그대로 대입한 나무 피라미드 안에서 발효하여 사용한다.
어떻게 보면 참으로 엉뚱(?)하지만 이러한 증폭제가 실제로 흙을 재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는 이러한 농작물에서 나오는 생활 쓰레기에 증폭제를 집어넣어 만든 부식토로 유기농사를 지을 때 사용한다.
어느 것 하나도 버려지지 않는, 자연 안에서 모든 생명들이 제몫을 다하는게 하는 것, 그것이 생명역동농업이다.
반드루스카 씨는 올해로 일흔 살, 예순 한 살에 있다는 딸이 마침 맨발로 뛰어놀다가 우리 일행과 만났다. 그는 우주의 움직임과 소리를 들으며 살고 있는 덕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농장 안에는 6명의 정원사가 있는데, 이들은 생명역동농업을 하기위해 배우는 사람들로 수확한 농산물을 스쿼미시 시장으로 내다 판다. 이렇게 생명역동농법으로 만들어진 농산물과 가공품에 데메터(Demeter)라는 상표로 유기농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일반 유기농산물과 혼동하는데서 오는 혼란을 막고 고유의 품질을 인정받기 위한 것이다. 이들에게서 반드루스카가 받는 임대료는 1년에 1달러. 그는 생명역동농업에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게 하기 위해 2주간의 속성 교육과 매년 가을 세계 각 나라의 농업인이 참여하는 학술 행사도 펼친다.

이집트 피라미드의 비율대로 만든 나무 피라미드 속에 증 폭제를 섞어둔다.
이집트 피라미드의 비율대로 만든 나무 피라미드 속에 증폭제를 섞어둔다.
한줌의 증폭제로 농장 전체의 땅을 회복할 수 있다.
한줌의 증폭제로 농장 전체의 땅을 회복할 수 있다.
피라미드에서 발효된 증폭제
피라미드에서 발효된 증폭제
 1천년이 넘은 나무 밑둥을 이용하여 양봉을 한다.
1천년이 넘은 나무 밑둥을 이용하여 양봉을 한다.
반드루스카 씨는 생명역동농업을 알리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반드루스카 씨는 생명역동농업을 알리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미시 시장으로 내다 판다. 이렇게 생명역동농법으로 만들어진 농산물과 가공품에 데메터(Demeter)라는 상표로 유기농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일반 유기농산물과 혼동하는데서 오는 혼란을 막고 고유의 품질을 인정받기 위한 것이다. 이들에게서 반드루스카가 받는 임대료는 1년에 1달러. 그는 생명역동농업에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게 하기 위해 2주간의 속성 교육과 매년 가을 세계 각 나라의 농업인이 참여하는 학술 행사도 펼친다.

농장 한 모퉁이에 쌓아둔 504번 쐐기풀 증폭제 앞에서 그는 말한다.
“콘서트가 시작되기 전, 연주자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악기를 조율합니다. 끽끽 뿌우뿌 하고 제멋대로 소리를 냅니다. 이윽고 지휘자가 들어오면 조용해지죠. 지휘자가 지휘봉을 휘두르는 순간, 아름다운 연주가 시작됩니다.
이 증폭제는 이런 지휘자의 역할을 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리듬을 갖고 있습니다. 그 리듬 속에서 모든 생명이 살아있는 것입니다.”

생명역동농업은 생명에의 외경과 자연이 주는 목소리에 더 많이 귀를 기울이며 유기농을 넘어 더 지속가능한 농업과 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또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글·사진 신수경(skshin70@hanmail.net)

생명역동농업이란
생명역동농업의 창시자인 루돌프 슈타이너(1861~1925)는 인지학이라는 정신과학의 창시자로서 1924년 카이저 링크 백작의 강력한 요청으로 100여명의 농민이 모인 가운데 2주간 강연을 하였다. 슈타이너의 강연 후 농민은 물론 원예업자, 과학자 등이 협회를 결성하였고 현재 활동을 하고 있다. 생명역동농법에서는 태양과 달을 포함한 각종 별들의 운행에 따른 농사력에 따라 농사 계획을 세운다. 태양의 광합성만이 식물의 생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하는 일반론과는 달리. 생명역동농업에서는 식물의 생장이 달과 행성(우주)과 식물의 총체적관계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