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소득 보전 직불제
개편을 둘러싼 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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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농업계를 뜨겁게 달굴 현안 중 하나는 ‘쌀 소득 보전 직불제(이하 쌀 직불제) 개편’이다. 올해 예산만 1조5433억 원에 달하는 쌀 직불제가 어떤 식으로 바뀌느냐에 따라 쌀산업은 물론 농정의 주요 흐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연말에 내놓은 중장기 쌀 수급안정대책을 통해 “2016년 중에 적정 쌀 생산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쌀 직불제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쌀에 치우친 직불제 예산을 다른 품목으로 분산하는 동시에 직불제 틀을 생산 확대와 연계되지 않는 방향으로 개편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농식품부는 올 3월부터 ‘직불제 정책포럼’을 가동했고, 4월에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직불제 개편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예산편성권을 쥔 기획재정부도 최근 농업 직불제 심층평가에 들어갔다. 심층평가는 운영성과를 분석ㆍ평가해 지출 효율화 방안을 높이는 절차로, 구조조정을 의미한다. 기재부는 농업 직불제가 쌀 중심으로 이뤄져 쌀 과잉생산을 유발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쌀 직불제에 칼을 대겠다는 뜻이다.
 
왜 개편하나
쌀 직불제가 도입된 것은 추곡수매 정책이 폐지된 2005년 7월이다. 올해로 도입 12년째를 맞았지만, 목표가격(188,000원/80kg)만 한차례 올랐을 뿐 기본 틀은 달라진 게 전혀 없다. 그렇지만 정부나 농업계 내에서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쌀 과잉생산 유발 논란’과 ‘농가 간 형평성 문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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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쌀 직불제는 공익적 성격의 고정 직불제와 소득보전 차원의 변동직불제로 나뉜다. 고정형은 재배 작목과 관계없이 논의 형상을 유지하면 되지만, 변동형은 반드시 벼를 재배해야 수급 자격이 주어진다. 정부가 쌀 직불제를 손보기로 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농가들이 쌀값 하락분을 만회하려고 생산을 늘리면서 쌀값이 더 떨어지고 변동직불금 지급액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쌀 과잉 문제가 심각했던 2009년부터 변동직불금을 생산과 연계되지 않는 방식으로 바꿀 것을 주장해 왔다. 논에 다른 작목을 심더라도 쌀 변동직불금을 주자는 얘기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변동직불금 수급조건에 벼 재배의무를 없애면 논에 콩·잡곡 같은 다른 작물 재배가 활성화되면서 벼 재배면적이 10년간 2만8,000㏊ 줄 것으로 분석했다. 또 수확기 산지 쌀값이 80㎏들이 한 가마당 6,000원가량 오를 것으로 추산했다.
진보적인 학자들은 쌀 직불제가 대농에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점을 지적한다. 현행 쌀 직불제는 농가별 경작면적에 비례해 직불금이 지급되는 구조다. 이를테면, 지난해 벼 재배면적이 1㏊인 농가는 고정·변동직불금을 합해 200만 원을 받았지만, 10㏊인 농가는 열 배인 2,000만 원을 받았다. 한국농업경제학회의 ‘농가 특성별 맞춤형 경영 안정화 방안’에 따르면 면적 기준 상위 10%의 농가가 전국 논 면적의 50%를 경작하고 있다. 전체 쌀 직불금의 절반이 상위 10%에 돌아간 셈이다. 반면 하위 50%의 농가가 받는 직불금 총액도 전체 직불금의 4% 수준에 그쳤다. 보고서는 “경작면적이 10㏊ 이상인 대농의 직불금 수령액은 평균 농가의 25배에 이른다”며 “농지 규모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직불금 양극화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도 면적에 비례한 직불금 지급체계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한 개선책 마련에는 손을 대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이후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영세농보다는 기업농 위주 정책을 수립하다 보니 직불금에 따른 소득불균형 문제를 눈감아 왔기 때문이다.  

과제는
변동직불금 수급 요건에 벼 재배의무를 삭제하는 방안은 언뜻 보면 쉬운 정책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실행에 앞서 검토해야 할 과제와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일단 벼농사를 짓지 않은 농가에 쌀 직불금을 지급한다는 점이 문제다. 이를테면, 콩 농사로 높은 소득을 올리는 농가에 쌀값 하락분인 쌀 변동직불금까지 지급한다면 납세자인 국민은 물론 기존 콩 농가로부터 ‘과도한 지원’이라는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전작한(작목을 바꾼) 타작목과 쌀 소득 차이만큼만 지원하자는 주장도 있지만, 이 경우 농가들의 전작 의향이 높지 않고 작목별 객관적 소득 기준을 마련하기도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고정직불금을 계속해서 받을 수 있느냐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밭으로 전환된 농지는 장기적으로 쌀 직불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게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기존 타작목 재배 농가와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쌀 고정직불금 단가가 밭 직불금보다 훨씬 높은 상황에서 누가 쌀 고정직불금을 포기하면서까지 전작에 나서겠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전작한 품목의 수급 과잉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농가들이 특정 작목으로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심 수급 논란에서 자유로운 사료작물 재배가 활성화되기를 바라지만, 소득이 워낙 낮은 탓에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직불금 양극화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면적 비례 방식을 완화하면 대농의 반발을 살 수 있다. 대농은 주로 쌀이 주업인 쌀 전업농들이다. 이들은 일반 농가에 비해 쌀 가격변화에 민감하고, 쌀값이 하락하면 경영구조도 악화할 수 있다. 쌀 직불금이 이런 변동성을 완화해주려고 도입한 만큼 면적 비례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해법은
쌀 감산정책, 즉 쌀 생산을 줄이려는 목적이라면 쌀 직불제를 건드리기보다는 다른 방안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농가들이 다른 작목에 눈을 돌리도록 3년간 한시적으로 1㏊당 300만 원가량의 전작 보상금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지원 시한이 없는 생산조정제에 견줘 정부 부담이 단기간에 그친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작했던 농가들이 3년 뒤 다시 쌀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점, 추가 재정 소요로 예산 당국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밭 직불금 단가를 인상해 농가의 자연스러운 전작을 유도하자는 주장도 있다. 2015년산 고정 직불금은 논 1㏊당 고정형 100만 원에 변동형 100만 원이 추가로 지급됐다. 반면 2015년 밭 직불금은 1㏊당 최대 40만 원에 그쳤다.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은 농식품부에 제출한 ‘쌀 직불제 개선방안 연구’ 용역보고서에서 “변동직불금 수급 요건 완화가 쌀 수급 조절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기존 타작물 재배농가와의 형평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밭 직불금 단가를 쌀 직불제 수준으로 인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산학협력단은 직불제 양극화 해소·완화 방안으로 ▲경작규모에 관계없이 농가당 일정액의 고정직불금을 지급하는 방안 ▲대농의 고정직불금 지급단가를 낮추는 대신 소농 단가를 올리는 방안 ▲경작규모가 1㏊ 미만인 65세 이상 경영주를 대상으로 복지 차원의 새로운 직불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영농 규모화와 농가 형평성 제고라는 두 가지 정책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면 기존 직불제 체계를 유지한 채 영세 고령농 대상의 직불제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유럽연합EU은 2013년 직불제를 개편하면서 취약농을 대상으로 면적과 무관하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소농직불제를 도입했다. 산학협력단은 보고서에서 “경영주가 65세 이상이고 경작면적이 1㏊ 미만인 쌀농가는 전체의 절반 정도인 30만5,000가구”라며 “이들에게 매달 10만∼20만 원의 직불금을 지급한다면 연간 2,158억∼4,337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산학협력단은 쌀을 대규모로 재배하는 농가를 대상으로 수입收入보장보험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수입보장보험은 가격 하락이나 재해로 줄어든 농가 조수입 일부를 보험금으로 보충해 주는 제도다. 상업농 비중이 큰 미국은 직불제 비중을 줄이는 대신 수입보장보험에 정책을 집중하고 있다. 보고서는 “장기적으로는 농가당 직불금 최대 수급 면적을 30㏊에서 10㏊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고, 대농의 수입보장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업경제학회는 면적 기준 직불제에 새로운 지급기준 변수를 추가하자고 제안했다. 구체적인 대안으로는 ▲‘65세 이상 고령농 중 농업판매액이 500만 원 미만’처럼 특정 취약층을 대상으로 일정액을 지급하는 방안 ▲농가당 일정액 이상이 돌아가도록 직불금 하한선을 설정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밖에 농촌사회학회는 변동직불금은 기존처럼 면적에 따라 지급하되 고정직불금은 면적 대신 농가 인원수를 기준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9※필자 김상영: 농민신문 편집국 농정부 기자. 농업기자포럼 회원. 1999년 입사해 경제ㆍ사회부서를 거쳐 2006년부터 농업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관심 분야는 식량, 농업통상, 농가소득 분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