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 차려진 농(農)을 담은 밥상

도심에 차려진 농(農)을 담은 밥상
2024 대지의 밥상 가을 이야기

2024년 11월, 권혁기 왕산종묘 대표가 도시민의 저녁을 풍성하게 책임지고, 농민의 철학을 깊이 있게 나누었다.

  2024년 가을, ‘대지의 밥상’이 두 차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차려졌다. 9월 25일 정경숙 피카그린 대표가 ‘누룩’을 주제로 한 발효 밥상을, 11월 5일 권혁기 왕산종묘 대표가 감자 요리를 선보였다. 두 사람은 건강한 농산물로 만든 푸짐한 밥상과 농사짓는 이야기, 농업·농촌에 관한 철학을 담담하게 나누면서 도시민과 ‘농(農)’으로 연결되었다.

9월 밥상의 주인공, 정경숙 피카그린 대표.

9월, 정경숙 대표가 나누는 ‘회복의 밥상’
  경남 함안군에서 블루베리 농사를 지으며, 치유농업을 위한 복합농업체험공간을 운영하는 정경숙 피카그린 대표는 ‘자연의 힘’을 강조했다.
  “자연에서 충분히 쉬면 그것이 치유고 회복이지요. 어릴 적 자연에서 뛰놀던 아이는 청소년기에 일탈해도 빨리 돌아올 수 있어요. 추억의 힘, 자연의 힘은 우리 마음에 깔려 있습니다. 도시에 있다가 적절히 휴식하고 싶을 때, 와서 쉬었다 가세요.”
  농장에서 ‘요리 선생님’으로 불리는 그는 발효음식, 특히 ‘누룩’이 가지는 효능을 자세히 설명했다.
  “제가 크게 아프고 나서부터 어떻게 하면 ‘몸을 살릴 수 있는 음식’을 만들지 고민하게 되었지요. 누룩은 일본에서 ‘신이 내린 조미료’로 불려요. 그 안에는 100여 가지 발효 효소가 들어 있어서, 모든 음식물을 잘게 쪼개주거든요. 장을 아주 편안하게 만들어줘요. 이따가 한번 드셔보시면 특별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이날 정경숙 대표는 직접 만든 누룩 소금과 발효 간장을 활용한 쌀누룩요거트, 골동반, 헛탕국, 누룩소금오이탕탕이, 블루베리크럼블 등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돋보이는 독특한 음식으로 참가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다.

11월 밥상의 주인공, 권혁기 왕산종묘 대표.
11월 밥상의 주인공, 권혁기 왕산종묘 대표.

11월, 권혁기 대표가 전하는 ‘씨감자와 종자 주권’ 
  2005년부터 ‘정직하게 키우는 국가대표 씨감자’를 목표로 단오, 백작, 왕산 등 우리 지역에 맞는 다양한 품종을 개발한 권혁기 왕산종묘 대표는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이기도 하다. 40년 넘게 ‘감자 외길’을 걸으며 국내 토양에 맞는 우수한 씨감자를 개발하고 보급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종자 주권’을 들었다.
  “농사를 오래 지어서 재배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육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굉장히 궁금했어요.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종자 주권’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바이러스에 강한 씨감자를 공급해야 농가 소득이 그만큼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참가자들에게 우리 농업·농촌이 지속 가능하려면 소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소비자가 우리 농업·농촌을 인정하고 지지해야 우리나라 농업에 미래가 있습니다. 농민이 더 힘차게, 역동적으로 농사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의 응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날 행사의 음식은 권혁기 대표가 육종한 품종 ‘단오’를 재료로 감자 요리 전문점 ‘감자유원지’와 협업하여 감자메밀김밥, 감자옹심이, 감자호떡, 감자술 등 기존과 다른 다양한 감자 요리를 선보이며 ‘감자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