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주민을 연결하는 ‘농촌 청년정책’

강마야

‘농촌으로 오라’고 하기 전에 해야 할 일
  몇 년 전 청년농업인 관련 연구를 위해서 청년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에서 한 청년이 내게 던진 첫마디가 꽤 인상적이어서 아직도 뇌리에 강하게 박혀 있다.

  “요즘 청년은요, 농업과 농촌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관심이 왜 없게 되었는지부터 들여다봐야 합니다.”

  농업과 농촌은 이미 청년세대의 머릿속에 행복한 삶을 연상할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청년이여, 농촌으로 오라’고 주문하기 전, 우리는 이 말이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모든 것이 풍요로워진 시대라고 하지만, 농촌으로 내려온 청년은 도시 삶의 패턴에서 벗어나 조금은 다른 삶을 경험하고자 하는 갈망, 욕구 등이 있을 것이다. 결국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하여 찾은 곳이 농촌인데, 농촌은 청년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지, 청년은 농촌을 알아갈 준비가 되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연구자로서 관련 정책과 사업의 실태를 파악하면서 기성세대의 눈으로 설계한 정책과 사업의 익숙함에서 벗어나 청년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농촌에서 청년을 맞이할 마을주민조직에 이런 일들을 믿고 맡겨야 한다는 생각을 깊이 하게 되었다.

자료: 통계청(2020), 인구총조사. 주: 마상진 외(2022)의 ‘농촌과 청년 : 청년세대를 통한 농촌의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1/2차년도) : 제2장 청년인구 현황과 전망, pp.25~28’로부터 통계치를 일부 인용하여 재구성함.
자료: 통계청(2020), 인구총조사.
주: 마상진 외(2022)의 ‘농촌과 청년 : 청년세대를 통한 농촌의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1/2차년도) : 제2장 청년인구 현황과 전망, pp.25~28’로부터 통계치를 일부 인용하여 재구성함.

농촌에 사는 청년은 얼마나 될까1)
  2020년 인구총조사(통계청) 기준, 우리나라 국민 5182만 명 중 81.2%가 도시에 살고, 18.8%가 농촌에 산다. 농촌 인구 중에서 2030 청년세대는 약 4.5%(231만 명)이며, 그중에서도 면 단위에 사는 청년은 1.9%(97만 명)이다. 97만 명은 대산농촌재단이 소재한 서울 동대문구 인구 34만 명보다 2.85배 많은 수치이자, 경기 성남시 인구 94만 명과 비슷한 수치다.
  2020년 농업경영체 등록정보(농림축산식품부) 기준, 우리나라 농촌에 사는 청년 인구 231만 명 중 농사짓는 청년농업인은 13만 3900명으로 5.8%를 차지한다. 이 중 경영주로 등록한 청년농업인은 4만 2706명으로 1.8%를, 경영주 외 농업인으로 등록한 청년은 2만 4244명으로 1.0%를 차지한다. 나라 전체 행정리 마을 개수가 약 4만 4000개인 것으로 파악하는데, 마을당 1명이 채 안 되는 수준으로 청년농업인 경영주가 있는 셈이다.

자료: 농림사업정보시스템(AgriX), 농업경영체 등록정보 통계(2020년 기준).
주: 비중(%)은 모든 항목을 나라 전체 인구 대비 비중으로 계산함.

1) 농촌 청년인구만 따로 집계된 통계가 없어서 아직까지 농림축산식품부도, 국책연구기관(KREI)도 2020년 인구총조사, 농림어업총조사 통계치를 사용하고 있음. 따라서 동대문구 인구, 성남시 인구 모두 2020년 기준을 준용함. [저자 주]

지자체는 청년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가
  충청남도(이하 충남) 사례를 살펴보겠다. 2024년 본예산은 10조 8109억 원, 이 중 청년과 관련한 사업은 연간 123개 사업에 총 3597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69개 실과부서 중에서 30개 부서, 약 43% 부서가 청년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농업·농촌 분야는 이 중 21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충남은 15개 시군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들 시군의 청년 관련 정책 178개 사업(연간 338.8억 원 규모)을 추가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진다.

자료: 충청남도(2024),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2021-2025) 중 2024년 시행계획.
주: 123개 청년 관련 사업 비중(총 3597억 원)

  일자리, 주거, 복지·문화, 교육, 참여·권리 등 5개 분야 중 일자리 분야에 45개 사업, 1978억 원을 투자하여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예산을 많이 투입하는 사업순으로 살펴보면, 상위 4개 사업에 총 2328.9억 원(64.7%)을 투자하고 나머지 119개 사업에 총 1268.1억 원(35.3%)을 투자하는 구조다. 가짓수는 많아서 얼핏 ‘청년에게 많은 지원이 가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몇 개의 특정 사업에 예산이 집중되어 있고 고만고만한 사업들이 산재해 있다.
  예산 규모가 큰 순위로 1위는 청년농 맞춤형 스마트팜 보급 지원(1114.5억 원), 2위는 충남형 ‘도시리브투게더’ 사업(500억 원 / 반면, 충남형 ‘농촌리브투게더’ 사업은 53억 원), 3위는 충남대회 개최(414.4억 원), 4위는 청년농 임대형 스마트팜 단지 조성(300억 원) 순이다.

청년농업인 이전에 ‘청년’
  그렇다면 청년을 위한 정책 방향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 먼저 ‘청년농업인’ 이전에 ‘청년’을 생각하는 정책이 되면 좋겠다. 대부분 지자체 농업정책 구호는 ‘청년농업인 육성’이다. 청년농업인을 육성하려면 일단 청년이 농촌에 유입되어야 하는데 그 단계의 정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 즉, 유입(관심·탐색·준비) 단계보다 정착(육성·정착·자립) 단계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녹록지 않은 농촌 생활을 결심하기까지 이들에게 필요한 첫 단추는 관심, 탐색, 준비 단계에서의 보살핌인데 말이다.
  예를 들면, 충남 농업정책과에서 시행하는 청년농업인 사업은 아래 표와 같다. 그나마 유입 단계에 지원하는 교육사업은 다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농촌에서 지역주민으로서 살아가는 방법보다는 농산물 생산기술 또는 농가소득 향상을 위한 내용이 중심이라 아쉽다.

자료: 충청남도(2024),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2021-2025) 중 2024년 시행계획.
자료: 충청남도(2024),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2021-2025) 중 2024년 시행계획.

  농촌형 지자체와 도시형 지자체가 청년을 위하여 많은 협업을 했으면 한다. 대도시권에 청년이 모일 수 있는 곳(장소), 청년의 네트워크가 집중되는 곳(모임), 청년을 위한 공익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관(조직, 재단법인, 사단법인 등), 농촌에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지역살이, 지역유학, 지역체험, 농촌 지역사회 경험 공유 집담회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 단, 지원은 하되 자율성을 존중하여 간섭은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농촌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뿌리내리도록
  농촌으로 이주한 청년이 농촌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영역을 포괄하는 농촌 청년정책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농촌으로 이주한 청년과 마을주민이 원하는 수요는 다양한 데 비해 정책은 주로 농업 영역에 국한되어 있다. 농업을 하지 않는 귀촌 청년을 위한 정책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청년이 농촌 지역사회를 알아가는 데는 시간과 경험이 필요한데, 우리 사회는 아직 그것을 기다려줄 여유가 없는 것 같다.
  마을주민은 청년을 힘쓰는 젊은이로만 보지 말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하는 마음을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는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청년에게 등불을 들어주는 농촌 지역사회 내 안내자, 조력자가 필요하다.
  청년을 받아들이고 도와줄 조력자, 사업 진행을 맡을 마을현장조직(실천농장, 사회적협동조합, 영농조합법인 등)을 발굴하여 육성, 지원했으면 한다. 청년농업인도, 청년도 농촌에 들어올지 말지 결정하면서 농사 관련한 것 외에 지역사회 분위기, 청년 네트워크 구축 정도, 주택, 교육, 문화와 여가 생활, 교통 여건, 일자리 유무 등을 알아본다. 이때 이러한 일을 돌봐주는 마을현장조직의 역할이 무척 소중하다. 이들은 청년의 욕구(청년이 마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와 마을주민의 욕구(마을에서 청년을 필요로 하는 일)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청년이 농촌 지역사회에 유입하여 정착하기까지 다양한 경험, 시행착오가 필요한데, 행정력이 미처 닿지 않는 곳에 마을주민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청년이 원하고 지역이 원하는 일자리, 먹고살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을2)
  청년이 농촌 지역사회에 정착하는 결심에 앞서 가장 먼저 들여다보는 것은 ‘먹고사는 일, 생계 문제’, 즉 일자리이다. 근데 그 일자리는 도시형 일자리와는 형식도, 내용도 다를 것이다. 청년이 하고 싶고 잘하는 것(일거리, 일자리)과 농촌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일거리, 일자리)을 일치시키는 정책을 설계했으면 좋겠다. 일하는 과정은 청년이 지역을 알아가는 경험의 시간이다. ‘반농반X’ 형태를 비롯해 도시와 다른 형태의 삶을 살기 위해 온 청년에게 유연한 방식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주5일 근무제나 9 to 6 전일 근무제 형태가 아닌 다양한 근무 시간과 근로 형태, 최소한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정착하는 데까지 걸리는 것을 감안한 지원 기간, 안정적인 생활 기반이 되는 수준의 인건비 지원 등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마을이 필요로 하는 공적 사회서비스와 관련된 일자리 형태와 종류에 대하여 마을주민과 청년의 수요가 얼마만큼인지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한다. 청년이 농촌에서 어떠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일을 벌여도, 든든한 후원과 비빌 언덕이 있음에 안도하게 하는 정책 기반이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면, 농촌 마을주민이나 청년이 원하는 일거리 수요는 교육, 돌봄, 환경 및 경관 관리, 마을 사무장, 농산물 유통 및 가공 등이다. 이러한 일은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 형태가 필요하지 않다. 청년이 능력을 펼칠 수 있다면, 그 일이 마을에 조금이라도 기여한다면, 청년이 농촌에서 안정적으로 살 만한 경제적 조건이 된다면 금상첨화이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실행하고 있는 일본의 지역부흥협력대3)가 대표 사례이다.

2) 자료: 강마야·박춘섭·이다겸(2024), 저출생·초고령 농촌 지역사회에서 청년의 역할을 고려한 관련 정책 추진실태 조사 및 분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협동연구과제.
3) 지역부흥협력대: 농촌지역에 도시지역의 인재를 적극적으로 유치하여 농촌지역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역협력 활동을 함에 따라 침체된 농촌 지역사회와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목적으로 총무성이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역협력 활동’은 농촌지역(마을) 공동체 유지, 농업과 관련된 경제 활동 활성화 등을 위해 지원하는 각종 활동을 의미하고 직무 범위나 영역은 대원이 활동하는 지역 또는 마을의 특성과 실정을 고려하면서 상호 간(지자체와 지역부흥협력대원 간) 협의를 통해 정한다. 참여한 대원에게는 연간 최대 400만 엔을 지원한다. [저자 주]

청년정책의 과감한 변화
  청년세대의 특징을 고려하여 기존 집행 방식 패턴에서 벗어나 과감한 집행 방식의 변화를 시도하면 좋겠다. 청년 관련 정책과 사업 홍수 속에서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농업은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소득수준이 낮아서 겸업할 수밖에 없는데, 청년농업인 정책의 자격 조건 중 겸업을 불허하는 점, 사업 개수는 많아도 정책대상자 기준과 자격이 제한되어서 지원받는 사람만 받는 구조, 반면 행정은 적합한 정책대상자 발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 정책과 사업이 청년의 역할을 고려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 단순히 보조사업을 받는 정책대상자 시각에 머무르고 있는 점, 농촌 지역사회를 알아가는 일자리 경험을 주지 않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가짓수만 많은 사업, 단발성 사업, 1회성 사업, 단년도 보조사업, 농업 영역에 국한된 사업이 아닌 금액이 적더라도 장기간 실행하는 사업, 다양성과 종합성을 지향하는 사업, 유용한 정보 제공과 같은 간접 지원 등 제대로 된 한 개의 사업만이라도 안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청년정책의 성과지표를 마을당 한 명의 청년이라도 유입해서 정착시키는 지표로 변경하고, 청년정책의 사업비 지원 후 모니터링을 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청년사업 홍보 횟수’, ‘청년일자리 발굴 건수’ 등과 같은 지표가 아닌 ‘청년이 마을에 몇 명이 유입되었는지’, ‘마을과 얼마나 연결되어서 활동하고 있는지’, ‘안정적인 생활기반을 마련했는지’ 등의 지표로 변경하는 것이다. 그리고 청년창업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을 받았던 친구들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농업을 계속하고 있는지, 농촌에 정착했는지, 농사를 포기하고 도시로 다시 향하였는지 등을 모니터링하고 피드백을 남겨주도록 한다.

청년의 비빌 언덕을 구상해 본다
  농사만 짓는 청년농업인 정책 영역이 아니라 농촌 지역사회에 정착하는 것을 돕는 농촌 청년정책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청년의 유입부터 정착까지 모두를 이어주는 ‘이음 프로젝트(안)=청년의 유입+중간 지원+정착 경로 만들기’를 구상해 본다. 이 과정은 행정뿐만 아니라 마을주민, 청년 모두의 참여와 고민, 활동과 실천을 전제로 한다.

  “제가 농사짓게 된 계기는 어릴 적 농사짓는 재미를 느끼고, 농사와 관련한 좋은 추억을 가진 덕분입니다. 유년 시절, 청소년 시절의 좋은 기억이 다시금 나를 농촌으로 오게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지역에 머무를지 알아보는 중 만났던 농업기술센터 팀장님, 농장 대표님과 마을 이장님 등이 저를 여기에 남게 하였습니다.”

  최근에 들었던 인상적이었던 이 말 또한 내 뇌리에 강하게 박혔다. 정책이 청년의 모든 삶을 책임질 수 없지만, 어떤 따뜻한 정책 하나로 인해, 그리고 청년의 삶이 따뜻한 기성세대의 대물림으로 인해, 청년의 삶이 행복하게 바뀔 수도 있다는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필자 강마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2011년 충남연구원에 입사하여 13년간 농정추진체계와 농정예산, 농업보조금, 공익형직불제, 농업노동력, 농지실태조사, 스마트팜, 축산업과 환경 등 다양한 주제의 연구를 해왔다. 최근에는 농촌 청년정책, 청년농업인 정책에 관한 주제로 연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