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강성애
산골에서 맞이하는 아홉 번째 겨울이다. 도시를 떠나 강원도 인제에서 살게 되면서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거기 겨울에 엄청 춥지 않아?”이다.
몇 해 전 겨울, 하추리산촌마을에서 ‘자발적 고립’이라는 키워드로 시작한 ‘혼자 하는 산촌여행’ 프로그램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꽁꽁 얼어붙어 춥기만 하고 아무것도 못 할 것처럼 보이지만, 들어가 보면 따뜻한 온기가 더욱 강하게 느껴지고 소소한 재미가 가득한 곳이 바로 산골 마을이다.
자발적 고립을 선택해 한겨울 산골 마을에 제 발로 걸어 들어온 여행객은 열 명 남짓 모여 2박 3일을 함께한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 가마솥에 밥을 해 먹고, 손수 빚은 만두를 보글보글 끓여 허기진 몸과 마음을 채운다. 물을 대 얼린 논바닥에서 얼음 썰매를 타고, 난롯가에 모여 앉아 달고나를 해 먹는 겨울 놀이를 한다. 한겨울 땀을 흘리며 자작나무숲에 올라 신비로운 겨울 풍경에 감탄을 쏟아내기도 하고, 한계령 꼭대기에 올라 맞이하는 장엄한 풍경에 넋을 잃기도 한다.
산골에서 보내는 시간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가슴 깊은 곳을 울리는 감동과 위로가 된다. 무심한 듯하지만 따뜻하게 맞이하고 마을 한 곳을 정성껏 내어주는 산골 사람들의 마음이 또 그렇게 살가울 수가 없다.
나에게 시골 생활이란 이런 것이다. 별것 아닌 것들에 “아~ 좋다!”라는 혼잣말을 내뱉으며, 한편으로 도시에서는 왜 이런 것들을 마음껏 누리지 못했는지에 대한 반성과 함께, 이렇게 산골 생활을 선택한 나에 대한 칭찬으로 웃음 짓는 것이다.
도시 사람들 관점에서는 시골 생활이 심심하고 따분하고 어렵기만 할 것 같지만, 정체 모를 막연한 두려움과 달리 막상 살아 보면 도시 못지않게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재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내가 살고 있는 하추리는 그런 ‘사는 재미’가 있는 산골 마을이다. 마을 사람들은 숲과 계곡을 터전으로 삼고 즐길 줄 아는 신선들이다. 그 재미를 새로 이사 오는 사람들, 여행 오는 사람들과 더불어 즐길 줄도 안다.
어릴 적 방학이면 찾아가 머물곤 했던 외갓집의 막냇삼촌과 외할머니처럼, 그 계절 가장 값진 자연의 선물을 나누어 주고 신나게 계절을 즐기는 방법을 알려 준다. 이 산골에서 나는 그 시절 철없는 외손녀처럼 아랫목을 차지하고 앉아 가져다주는 음식을 아기 새 마냥 받아먹고,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서 모르는 사람은 절대로 모를 숨은 장소에서 아는 사람만 아는 놀이를 함께 한다. 이런 재미가 시골 생활의 불편함 따위 상관할 바가 아니게 만들고, 나 역시 이 산골 마을에 진심을 다하게 만든다.
도시를 떠나온 지 8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겨울이 오고 기온이 떨어진다는 예보가 나오면 지인들은 어김없이 “거긴 너무 춥지 않아?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그들은 절대 모를 거다. 산골 마을의 겨울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필자 강성애: 하추리산촌마을 사무국장
도시에 있는 홍보·마케팅 회사에서 약 15년간 일했다. 취재차 방문한 산촌마을 ‘하추리’의 매력에 빠져 2017년에 귀촌했다. 스토리텔링 콘텐츠 기획 경력을 바탕으로 하추리의 특색을 살린 농촌체험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여 2023년 ‘제10회 행복농촌만들기 콘테스트’ 우수활동가 분야에서 금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