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그림 남도현
여섯 번째 여름이다. 아내와 귀촌한 지 6년 차다. 우리의 여름은 매번 달랐다. 첫 여름은 적응하는 시간이었다. 두 번째 여름부터는 경제생활을 해야 했다. 아내는 장인어른과 함께 유기농 농사를 시작했다. 나는 담배와 음료를 파는 ‘농부부구판장’을 담당했다. 담배와 커피로는 먹고살 수 없었다. 담배는 돈이 안 되고, 커피는 찾는 사람이 없었다. 구판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무엇이 필요했다.
주변을 둘러봤다. 밭과 논, 산뿐이었다. 산에 올랐다. 보리수, 앵두, 오디를 발견했다. 오디로 잼을, 보리수와 앵두로 청을 담갔다. 오디를 너무 조린 탓에 엿이 됐다.
“이거 봐, 엿 됐다. 엿.”
오디잼을 보면서 나와 아내는 웃었다. 보리수와 앵두는 생각보다 손질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무엇보다 결과물이 애매했다. 팔 수 없는 맛이었다.
애플민트와 바질이 있는 아내의 밭으로 갔다. 레시피에 맞춰 재료를 찾는 게 아니라, 재료를 발견하고 레시피를 찾아 만들었다. 직거래나 인터넷을 통해 추가로 필요한 재료를 구했다. 바질로는 토마토와 함께 바질토마토청을 만들었는데, 에이드로 만드니 호불호가 있기는 해도 무엇보다 신선했다. 애플민트와 라임으로 모히토를 만들었다. 알코올이 없는 버전이었다. 인기가 좋았다.
“맛있어요.”
손님들의 반응에 기성 제품을 쓰지 않고도 손님들이 좋아할 음료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나 단점이 뚜렷했다. 바질토마토청은 보관기간이 짧았다. 바질이 쉽게 갈변됐다. 게다가 모히토는 손이 많이 갔다. 한 잔 만들 때마다 밖에서 애플민트를 따서, 라임을 갈아서 즙을 내고, 애플민트를 쪄서 향을 낸 뒤 섞어서 만들다 보니 한 잔을 만드는 데 20분이 걸렸다. 생산 효율이 매우 떨어져 시골에서 팔기에는 적절치 못했다.
다음 해에는 지인 찬스를 썼다. 인연이 있는 제주도 유기농 농가에 연락해 청귤을 주문하고 청귤청을 만들었다. 다른 청보다 만들기가 쉬웠다. 씨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약을 치지 않아서 세척이 편리했다. 무엇보다 맛있었다. 동네 주민에게는 복숭아를 샀다. 복숭아를 키우는 농부는 새벽마다 복숭아를 가게 앞에 배달해 주었다. 막 딴 복숭아를 조려서 콩포트(Compote)로 만들어 아이스크림 위에 얹어 팔았다. 어떤 손님은 미국에서 먹었던 맛이라며 극찬했다. 상태가 좋지 못한 복숭아는 얼려서 복숭아스무디로 만들었다. 땀이 나왔다가 쏙 들어가는, 달고 시원한 ‘여름의 맛’이었다.
여섯 번의 여름을 지나며 매년 만드는 메뉴가 늘었다. 재능으로 만드는 것도 아니고, 훌륭한 교육을 받아 만드는 것도 아니었다. 매년 꾸준히 만들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 혼자만 알고 있기 아까워 음료 레시피를 공개한다.
농부부구판장 추천 여름 음료(1인용 기준)
1. 토마토주스 : 토마토 3개(200g), 얼음 10개(80g), 꿀 한 스푼, 소금 한 꼬집을 넣고 믹서기로 갈면 완성!
2. 청귤에이드 : 청귤 1~2개를 착즙하여 꿀 한 스푼과 탄산수(200ml)를 섞으면 완성!
3. 복숭아스무디 : 썰어서 얼린 복숭아 1개(200g), 플레인 요거트(100g), 우유 반 컵(100ml), 꿀 한 스푼(생략 가능), 레몬즙 한 스푼(생략 가능)을 믹서기로 갈면 완성!
필자 남도현: 농부부구판장 대표
강원 원주시 부론면에서 아내와 함께 유기농 농사를 짓고 시골 카페 ‘농부부구판장’을 운영하며 직접 생산한 유기농 농산물과 지역 생산물로 제철 디저트를 만든다. 시골 정착기를 담은 만화책《풀링》(2023, 인디펍)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