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양과 인제에서 만난 2026 청촌맛공감

청촌맛공감은 “청년이 농촌에서 제철 먹거리와 농을 만나 공감한다”는 의미를 담아, 농업·농촌과 건강한 먹거리를 가까이할 기회가 적은 2030 청년층을 주요 대상으로, 농이 지닌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지난 5월, 2026 청촌맛공감 첫 행사가 열린 전남 담양군과 강원 인제군을 차례로 찾아 전국 각지에서 모인 참가자들의 경험과 목소리를 담았다.
[인제] 생명의 조화, DMZ 자락을 걷다

홀씨를 날리기 시작한 할미꽃 군락, 흑염소와 거위가 돌아다니는 동물 농장, 토종 씨앗을 보존하는 채종포 텃밭을 지나 산 중턱에 다다랐다. ‘상서로운 평화’라는 뜻을 담은 서화(瑞和)리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곳으로, 비무장지대로 이어지는 인제의 너른 들판이 한눈에 펼쳐졌다.
1시간여의 산책 끝에 도착한 식당에는 ‘만사지식일완(萬事知食一碗)’이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세상만사의 이치가 한 그릇 밥에 담겨 있다’는 뜻이다. 동산에서 키운 농산물을 수확해 말리고 담근 식재료로 차린 밥상이 참가자들을 맞이했다.
[담양] 간장부터 시작하는 채소장아찌

유기농 채소장아찌 만들기 체험에 앞서 전남친환경농업담양교육원 김민자 원장이 질문을 던졌다. “우리가 먹는 간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고 있나요?” 여러 명의 참가자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수개월에서 1년 이상 발효·숙성을 거치는 전통 간장과 달리, 시중에 유통되는 ‘산분해간장’은 발효 과정 없이 탈지 대두를 염산으로 분해한 뒤 중화해 만든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날 장아찌 만들기에 쓰인 간장은 자연적인 발효 속도에 맞춰 직접 끓여낸 것이다. 양파, 파프리카, 오이, 고추 등 유기농 채소를 한입 크기로 썰어 통에 담고 간장을 부으니 채소장아찌가 완성됐다. 참가자들은 직접 만든 장아찌를 맛보며 재료와 제조 방식의 차이를 확인했다.
[인제] 청촌맛농담, 품종 다양성을 지키는 힘

전문가 강연 프로그램 ‘청촌맛농담’에서 40년간 감자 육종과 씨감자 보급에 앞장선 권혁기 왕산종묘 대표가 ‘종자로부터 시작하는 지속 가능한 농업’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평소 알고 있는 감자 이름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참가자들은 ‘수미 감자’를 답했지만, 그 외 품종을 묻자 선뜻 대답하는 이가 없었다. 권 대표는 국내에 등록된 감자 품종이 50여 종에 달함에도, 1975년 미국에서 들여와 1978년 보급종이 된 수미 감자가 여전히 국내 감자 재배 면적의 70%를 차지하는 현실을 짚었다. 단일 품종 감자에 의존하다 역병으로 100만 명이 굶어 죽은 1845년 아일랜드 대기근 사례를 들어, 이러한 농업 구조가 병충해나 기후변화 같은 위기에 얼마나 취약한지 설명했다. 농민으로서 직접 육종 연구에 뛰어들어 개발한 국산 품종 ‘단오’를 소개하며, “아무리 좋은 품종을 연구·개발해도 결국 소비자가 찾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품종 다양성을 지키는 진짜 힘은 ‘소비자의 선택’에 있다는 것이었다.
[담양] 딸기는 왜 11월에 나올까

방울토마토 수확 체험을 위해 농장으로 가는 길, 김상식 두리농원 대표는 애플망고를 재배하는 농가를 소개하며 말했다.
“원래 애플망고는 아열대 작물이에요. 하지만 요즘은 우리 남부 지방은 물론 중부 지방에서도 아열대 작물을 재배해요. 온실 재배가 시작되고 환경 제어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전국 어디에서나 똑같은 과일을 키울 수 있게 된 거예요.”
온실 재배로 연중 과일을 생산하게 되면서, 계절과 상관없이 특정 과일을 찾는 소비자 수요도 커졌다. 노지딸기의 제철은 5~6월이지만, 시설 재배로 출하를 앞당기면서 11~12월이 성수기다. 소비자의 선호는 출하 시기뿐 아니라 과일의 맛과 품종까지 바꾸고 있다.
“원래 봄철에 나오는 과일은 신맛이 나요. 다가올 여름 더위에 대비해 우리 몸을 보호하려는 자연의 섭리죠. 마찬가지로 겨울 추위를 견디기 위해 가을 과일은 단맛이 나는 거예요. 그런데 사계절 내내 단맛이 나는 과일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생산 구조에도 변화가 생긴 겁니다.”
인위적으로 당도를 높인 신품종이 인기를 끌고, 이에 따라 종자 회사도 단맛이 강한 품종 중심으로 개발을 이어가면서 농가의 생산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김 대표는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선택이 농업·농촌의 미래를 바꾸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의를 마치고 참가자들은 방울토마토 수확 체험에 나섰다. 줄기마다 달린 방울토마토의 꼭지를 비틀어 따낸 뒤, 싱그러운 제철 토마토의 맛을 직접 확인했다.

농촌과 도시는 연결되어 있다
담양과 인제에서 펼쳐진 청촌맛공감은 먹거리의 생산과정과 농촌의 역할을 현장에서 직접 살피는 자리였다. 2박 3일간의 행사를 마치며 김민자 전남친환경농업담양교육원장은 “이제는 농촌의 자산과 문화를 전하는 교육도 농업의 일부”라고 말했다. 이어 “나무로 보면 농업과 농촌은 뿌리입니다. 뿌리가 있어야 잎이 자라고 열매가 맺히듯이, 농촌이 없으면 도시도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참가자 유세경 씨(서울 동작구)는 “분주한 일상을 벗어나 소소한 행복을 찾고자 왔는데, 막상 와보니 결코 사소하지 않은, 과분한 대접을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먹었던 음식들이 얼마나 소중한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오게 되었는지 알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씨앗을 고르는 농민의 손에서 시작해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우리가 매일 대하는 먹거리는 수많은 선택의 결과다. 담양과 인제의 2박 3일은 그 선택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2026 청촌맛공감은 5월부터 10월까지 총 10회 운영된다. 담양에서는 천연염색 스카프 만들기, 죽녹원·메타세쿼이아길 탐방, 유기농 채소장아찌 만들기, 지역 농산물 활용 요리 체험 등이 운영되며, 인제에서는 고구려 북소리 체험, 하추리산촌마을 여행, 손두부 만들기, 오행순환의 집 건강 체험 등이 진행된다. 두 지역 모두 유기농사 체험과 전문가 강연을 포함한 2박 3일 일정으로 구성되며, 인제에서는 4박 5일 농촌활동 프로그램도 한 차례 진행한다. 참가자는 전산추첨으로 선정하며, 세부 일정 및 신청은 대산농촌재단 홈페이지(www.dsa.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리 편집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