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파재배로 쌀 경쟁력의 희망을 보여준

박광호 한국농수산대학 교수

우리나라는 삼한시대부터 벼농사를 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고려 공민왕 때 이르러 모판에 모를 길러 논에 옮겨 심는 이앙법이 도입되었다. 이앙법은 벼농사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다. 2014년, 다시 직파재배가 관심을 끌고 있다. 기존 직파재배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노동력과 생산비를 크게 낮춘 새로운 직파재배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박광호 한국농수산대학 교수(제20회 대산농촌문화상 수상자)를 만나봤다.

직파재배가 무엇인가요?
모판에 모를 키워 논에 옮겨 심는 이앙법과는 달리, 바로 논에다 볍씨를 뿌리는 것입니다. 이앙재배를 하면 종자소독, 파종, 그리고 30일간 묘를 키우는 육묘과정과 모내기까지 한 40~50일 정도가 걸립니다. 하지만 직파재배는 봄에 종자를 논에 직접 뿌리면 되니까 5일 정도면 끝이 납니다. 인건비나 자재비 등 생산비를 많이 줄일 수 있죠.

그런데 왜 그동안 직파재배를 안 했을까요?
기존에는 볍씨를 파종하면 씨가 가벼워서 바람에 날아가거나 물에 흘러가기도 했어요. 새들이 많이 쪼아 먹기도 하고 쓰러지거나 뜬모가 생기는 문제, 묘의 키가 1.5배 이상 크게 자라다 말라죽는 키다리병 등 직파재배에 문제점이 많았습니다.

전남 보성 직파재배 시범 단지 현장의 모습. 고르게 잘 자란 벼들을 확인 할 수 있다.

철분코팅기술로 문제점을 해결하셨다고 하는데?
볍씨 표면에 철분과 소석고를 혼합해 코팅하면 무거워서 땅속에 고정됩니다. 뿌리도 잘 내리고 새가 쪼아 먹기도 불편하죠.
지난 5월에 전남 보성, 벌교, 득량 지역의 9개 농가와 3만 평 논에 이 기술로 시험재배를 했어요. 올해 시범 단지 작황을 중간 조사하여 분석해보니 평균 80kg당 12,000원~15,000원의 생산비 절감과90%가량의 노동력을 줄이는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직파재배라는 말에 처음에는 손사래를 쳤다가 참여한 농민들은 성과가 좋아 만족하고, 주변 다른 농가들도 벌써부터 참여하고 싶다고 합니다.

대산농촌문화상 수상자회, 재능기부로 이루어낸 첫 성과라는데
대산농촌문화상 수상자회에서 수상자들이 사회 환원과 재능기부를 하자고 뜻을 모아 시작한 사업입니다. 사전 설명회와 농가 시연을 해 농가를 모으고, 수상자회 회원인 전문가들이 매달 1~2차례씩 현장을 방문해 기술 지도를 했습니다.
내년에는 30만 평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첫해의 성과로 10배가 늘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거지요. 대산농촌문화상 수상자회가 이룬 첫 성과라 더욱 의미가 큽니다.
이번 사업은 소농과 고령농이 많은 농촌의 현실에서 노동력과 생산비를 줄일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더 많은 농민에게 유용한 직파재배 기술을 보급하기 위한 체계를 갖추고 현장 컨설팅 사업을 추진해나갈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대산농촌문화상 수상자회의 활동을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