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올듯 말듯 망설이는 것처럼,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던 초봄의 문턱에서 미래 농업을 이끌어갈 젊은 인재들이 ‘세상의 중심이 된 농업’을 만났다.
지난 2월 19일~21일 경남 거제시와 통영시에서 있었던 대산장학생 동계연수 현장이다.
“멀리까지 오느라 욕 봤습니더.” 이양일 거제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의 구수한 인사가 장학생들을 맞이한다. 작년 농업·농촌 정책 부문 대산농촌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양일 소장은 거제 농업의 살아있는 증인이다. 이 소장은 장학생들에게 일조 시간이 제주도보다 길다는 지역 조건을 이용해 도입한 한라봉 산업, 온난한 거제의 기후를 활용한 홍가시 재배, 고급 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높은 지역의 조건을 활용한 판로 개척, 농산물 쿠폰제 도입으로 지역 농가의 실질 소득을 높인 거제 섬꽃축제 등 지역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열정을 토대로 일구어 온 거제 농업의 성공 사례를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다.
이튿날 장학생들은 외도 보타니아, 해금강, 신선대 등 지역 명소를 탐방한 후 홍가시나무, 한라봉, 알로에 등 거제 지역 대표 특산물들의 생산 현장을 찾았다. 소재류로 쓰이던 홍가시나무를 조경수로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한 우리 농장의 진선영 대표, 귀농 5년 차로 한라봉 재배에 뛰어들어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금의 농장을 꾸렸다는 거제 한림농원의 진창환 대표를 만나고 값싼 수입 농산물의 위협으로 침체해 있던 거제알로에산업에 온라인 판로 개척과 가공상품 개발로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은 알로에팜을 둘러보았다. 저녁에는 김현대 한겨레신문 선임기자가 장학생들을 찾아 ‘농업은 협동조합이다’라는 제목으로 협동조합의 개념과 다양한 사례, 그리고 지역 농업과의 접목 가능성에 대한 강의를 들려주었다. 연수 마지막 날에는 거제시 농업개발원의 농업 테마공원, 지역특화작물 육성을 위한 실증시험포, 난지농업관 등을 견학하였다.
연수 소감을 나누는 자리에서 장학생들은 지역 여건에 가장 적합한 정책을 도입하려 애쓰는 농업정책 기관의 열정과 노력, 또 이를 수용해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어 성공 사례를 일구어낸 지역 농업인들의 모습에서 거제의 중심을 이룬 농업의 위상을 확인하고, 지역 문화를 주도해 가는 농업을 볼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강태영(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2학년) 장학생은 “지역의 특성과 조건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소득을 창출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하나의 스토리를 통해 ‘진짜 관심’이 갖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며 “농업전문언론인을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스치는 관심이 아니라 진짜 애정으로 농업을 바라보고, 변화를 이끄는 한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세상의 중심에 선 농업’. 대산장학생이 만들어 갈 미래이기도 하다.
글·최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