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박물관
문 닫은 동경의 쌀 박물관, 문을 연 서울의 쌀 박물관
지난 2008년 일본 동경의 쌀 박물관(Gohan Museum)을 방문했다. 우리나라의 코엑스 같은 큰건물에 자리한 쌀박물관은 크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대도시 한복판에 농업을 알리는 공간이라는 상징의 의미로서 특별하게 다가왔다. 도시 사람들에게 쌀의 중요성과 기능, 그리고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전시와 체험행사를 하던 이 박물관은 그러나 운영주체가 몇 번 바뀌다가 2011년 급기야 문을 닫았다고 한다. 반면 2012년 2월에는 대한민국 서울의 중심에 쌀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농업과 우리가 매일 먹는 먹을거리의 상관관계를 친절하게 알려주고 우리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
김치볶음밥은 좋아하지만 농업은?
흔히 ‘농업’은 도시와 동떨어져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 딸기가 어디서 나와요?”하니 “마트요!”라고 대답했다는 초등학생부터, 현미와 백미가 다른 품종인 줄 알았다는 40대 직장인까지. 단순한 우스갯소리로 치부하기엔 씁쓸함이 남는다. 우리가 먹는 것 하나하나, 농업으로부터, 농촌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 있을까?
쌀 박물관은 서대문 농업박물관 옆에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벼다. 삼한시대부터 경작했다는 벼의 역사와 벼 재배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면 쌀로 만든 팔도의 대표음식과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이웃 나라의 음식도 눈으로 맛볼 수 있다. 2층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요리교실을 비롯해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는 교육관과 쉼터가 있다.
“박물관은 경제논리로는 접근할 수 없는 것이죠. 그랬다면 쌀박물관은 탄생하지 못했을 겁니다. 음식을 돈 주고 사는 것이 아니라 음식재료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그 과정을 알고, 그 의미와 가치를 알게 해주는 것이 박물관의 기능입니다.”김재균 관장(52)의 말이다.
쌀박물관은 도시민의 삶과 동떨어져있는 것처럼 보이는 농업이 우리 삶의 근원이며 중심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김치볶음밥은 맛있는데 벼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르는”도시민들이 농업과 식품과의 연관성을 알고 우리 농업과 농촌의 가치와 위상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돕는다. 그 넓어진 폭만큼 도시와 농촌의 거리는 좁혀지는 것이다.
무엇보다 쌀박물관은 아기자기하고 맛있고 재미있는 곳이다. 도깨비 요술방망이를 휘두르면, 금처럼 소중한 쌀이 와르르 쏟아지니까.
※쌀박물관은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에 위치. 관람시간 매주 화~일요일. 하절기 기준 18시까지 운영하며 관람료는 무료다.
글·신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