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 농가와 다랭이논
풍경 하나_융프라우와 알프스 농가
유럽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 중 하나는 알프스의 보석이라 불리는 ‘융프라우(Jungfrau)’다. 아이거, 묀히와 함께 3대 고봉으로 꼽히는 융푸라우는 알프스 최초로 유네스코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융프라우에 오르는 산악열차를 타면,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초록색 초지와 띄엄띄엄 자리한 집들을 볼 수 있다. 가파른 언덕에 어떻게 차가 닿을까 걱정스러운 위치에 자리한 집은, 요한나 슈피리의 『알프스소녀 하이디』에 나오는 하이디 할아버지의 오두막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고립’의 이미지로 대변되는 하이디 오두막과는 달리 이곳의 집들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이곳을 지키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농민들이다. 유럽의 농민은 자격증을 지닌 전문가로, 문화경관지킴이로서 관광산업을 이끌고 있다. 집의 위치가 더 높을수록, 주변환경이 더 열악할수록 그들은 정부 보조금을 더 많이 받는다. 국민은 이러한 문화경관 보존을 위해 기꺼이 세금이 쓰이길 바란다. 아름다운 문화경관으로 전 세계 여행객들을 감동시키는 알프스의 풍경 뒤에는 농민의 땀과 철학이 숨어있다.
풍경 둘_다랭이논
경상남도 남해군은 서울의 소식이 가장 늦게 소식이 도착하는 곳 중 하나였다. 그 중에서도 또 가장 외진 곳에 있는 농촌마을. 평지가 아닌 탓에 농사지을 땅이 마땅치 않았고 먹고 살 것이 없어 농사지을 땅을 한 뼘이라도 더 만들기 위해 바다 가까운 곳으로부터 45도 경사의 비탈에 석축을 쌓아 논과 밭을 만들었다. ‘삿갓배미’라는 말도 생겨났다. 삿갓에 가려 안 보일만큼 작은 논이라는뜻이다. 기계를 쓸 수 없어 여전히 소와 쟁기로 농사를 지어야 하는 곳. 그러나 산기슭에서 바닷가까지 구불구불 흘러내리는 ‘다랭이 논’이 만들어 낸 경관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이제 다랭이논은 서울의 소식이 가장 늦게 도착하는 오지가 아니라, 여섯 시간을 달려서라도 꼭 가고 싶은 명승지가 되었다.
아름다운 세계적 관광지 알프스와 한국 남해의 다랭이논은 자연이 만들어준 선물이 아니라, 농
민의 손과 땀과 시간이 만들어낸 ‘희망’이었다.
글·신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