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O를 둘러싼 논점과 실체

GMO 안전성 논란과 GMO 표시제도 도입
인위적으로 유용한 유전자를 분리 또는 재조합하는 GMO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시작된 지 근 20년째다. 그동안 국내외 환경단체와 소비자단체에서는 GMO의 안전성에 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했고, 반대로 GMO 개발 기업은 식량난 해결과 GMO의 안전성을 이유로 계속 GMO를 개발해 왔다. 이에 양측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GMO의 안전성 문제에 대한 확정적인 결론이 도출되지 않았지만, GMO를 여전히 사용할 수 있도록 하되, 소비자 입장에서 해당 식품에 GMO가 포함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GMO 표시제도가 도입되었다.
그런데 여전히 GMO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의 GMO 표시기준의 경우 여러 제한적인 규정으로 그 목적과 입법 취지인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GMO 표시기준에서 GMO 포함 여부에 관한 광고 표시 규정을 개정하겠다는 행정예고 때문에 GMO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현행 GMO 표시 기준상 소비자의 알 권리가 보장되고 있는지
GMO 표시기준은 유전자변형식품등의 안전적인 취급을 도모하고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1) 즉 GMO 포함 여부에 대한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우선 모든 GMO 작물에 대하여 GMO 표시대상으로 삼고 있는 유럽연합이나 호주 등과 달리, 한국은 ‘식품위생법 제18조에 따른 안전성 심사 결과 식품용으로 승인된 유전자변형농수산물과 유전자변형생물체’에 한하여 GMO 표시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2) 현재 승인된 콩, 옥수수, 감자, 면화, 캐놀라, 사탕무, 알팔파 7개 작물만이 GMO 표시대상이다.


1) 유전자변형식품등의 표시기준 제1조 중
유전자변형식품등의 안전적인 취급을 도모하고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함을 목적으로 한다.
2) 유전자변형식품등의 표시기준 제3조 제1항 제1호 중
식품용으로 승인된 유전자변형농수산물과 유전자변형생물체

그러나 개정될 GMO 표시기준에는 여전히 유전자변형 DNA 또는 유전자변형 단백질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 GMO를 원재료로 사용하였을지라도 위와 같은 유전자변형 DNA 등이 남아 있지 않은 간장 등의 식품의 경우, 기존과 같이 GMO 표시대상이 되지 않는다.

한편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개발 완료되어 승인된 작물은 24개에 달한다.3) 그러하다면 한국은 위 7개 GMO 작물 이외의 GMO 작물의 경우에는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GMO 작물임에도 한국 소비자들은 이를 알 수 없는 채로 구입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GMO 가공식품의 경우에도 유럽연합 등에서는 GMO를 원료로 사용하기만 했다면 GMO 표시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한국은 식품가공에 사용한 원재료 중 많이 사용한 5가지 주요원재료에 해당하고, 제조·가공 후에도 유전자변형 DNA 또는 유전자변형 단백질이 남아 있어야 표시대상이 된다.4)
즉 GMO 원료를 사용하여 식품가공을 할지라도, 5가지 주요원재료에 해당하지 않거나 최종 제품에 유전자변형 DNA 또는 유전자변형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다면 GMO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런데 5가지 주요원재료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또는 최종 제품에 유전자변형 DNA 또는 유전자변형 단백질이 남아 있지 않더라도, 그 식품에 GMO 원료가 사용된 것임은 분명한 것인데, 한국 소비자는 GMO가 사용되었다는 이러한 사실 자체를 알 수 없다.
또한 농산물 생산·보관·운송 등의 과정 중에 비의도적으로 GMO가 섞일 가능성을 인정하는 비의도적 허용 한계치 기준에서, 유럽연합은 0.9%, 호주와 뉴질랜드는 1%로 매우 낮은 기준에서 허용하고 있는데 한국은 3%까지 허용하고 있다.5) 즉 유전자변형농산물이 3% 이하인 경우에는 GMO 표시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처럼 한국의 GMO 표시기준은 전반적으로 GMO가 포함되어 있음에도, 이를 표시해야 하는 대상을 시험검사를 통해 GMO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검출기반을 바탕으로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GMO 식품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음에도 소비자는 GMO가 사용되었는지 여부 자체를 알기 매우 어렵다.


3) 농림축산검역본부 LMO 작물현황, 24개 작물 246개 품종
옥수수 53, 유채(2종) 38, 면화 26, 감자 37, 대두 13, 카네이션 14, 쌀 9, 토마토 17, 밀 8, 담배 6, 사탕무 3, 치커리 4,
알팔파 3, 
파파야 2, 호박 2, 메론 2, 아마 2, 편두, 해바라기, Bent grass, 자두, 사과, 장미, 까마중 각 1
4) 유전자변형식품등의 표시기준 제3조 제1항 제2호 중
유전자변형농수산물이나 유전자변형생물체를 주요원재료로 한 가지 이상 사용하여 제조·가공한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 중 제조·가공 후에도 유전자변형 DNA 또는 유전자변형 단백질이 남아 있는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

5) 유전자변형식품등의 표시기준 제8조 제1호 중
유전자변형농산물이 3퍼센트 이하로 포함된 경우에는 “유전자변형농산물”이란 표시를 하지 아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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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음에도 소비자는 GMO가 사용되었는지 여부 자체를 알기 매우 어렵다.

개정될 GMO 표시기준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지
2016. 4. 21.자 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기준 일부개정고시를 살펴보면, 우선 GMO 표시대상 범위가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상 유전자변형건강기능식품과 축산물 위생관리법상 축산물 및 축산물가공품까지 확대 된다.6)
그리고 기존에는 GMO 원료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5가지 주요원재료에 해당하여야 표시대상이 되는데, 이 주요원재료라는 용어를 삭제함으로써 이제는 5가지 주요원재료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GMO 표시대상이 된다.


6) 유전자변형식품등의 표시기준 일부개정고시(안) 제2조 제1호 나목 및 다목
나. 유전자변형건강기능식품 다. 축산물 및 축산물 가공품

이처럼 개정될 GMO 표시기준은 기존의 규정보다 GMO 표시대상을 확대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개정될 GMO 표시기준에는 여전히 유전자변형 DNA 또는 유전자변형 단백질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 GMO를 원재료로 사용하였을지라도 위와 같은 유전자변형 DNA 등이 남아 있지 않은 간장 등의 식품의 경우, 기존과 같이 GMO 표시대상이 되지 않는다.
특히 개정된 식품위생법 제12조의 2제1항에 단서7)로 ‘제조·가공 후에 유전자변형 디엔에이(DNA, Deoxyribonucleic acid) 또는 유전자변형 단백질이 남아 있는 유전자변형식품등에 한정한다’는 규정이 추가되어, 이제는 유전자변형식품등의 표시기준에서만 유전자변형 DNA등의 잔류기준이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변형식품등의 표시기준의 근거법이 되는 식품위생법에서 위 기준을 확고히 규정함에 따라, 위 기준의 삭제를 위한 개정이 더욱 어려워지게 된 상황이다.
또한 개정될 GMO 표시기준에는 GMO 표시대상에 해당하는 유전자변형농축수산물이 아닌 농축수산물 또는 이를 사용하여 제조·가공한 제품에는 ‘비유전자변형식품’ 또는 ‘무유전자변형식품’의 표시로 일반 소비자에게 오인·혼동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를 금지하는 규정이 추가되었다.8)
즉 ‘GMO 표시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 non-GMO 농축수산물일지라도, 또는 이를 사용하여 가공한 식품이지만 non-GMO임을 표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유전자변형식품등 표시대상 중 유전자변형식품등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비유전자변형식품 또는 무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광고를 할 수 있으며 외국어로 표시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비의도적 혼입치가 인정되지 아니한다.’라는 규정을 추가하여9), ‘GMO 표시대상’ 중 GMO 식품이 아니지만 비의도적 혼입치가 0%일 경우에만 non-GMO 표시를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갈수록 GMO 작물과 품종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식품의 생산·보관·운송 등의 과정에서 0.1%의 GMO가 섞이지 않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즉 애초부터 non-GMO 식품일지라도 비의도적 혼입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비의도적 혼입치가 0%일 경우에만 non-GMO로 표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non-GMO 식품임에도 non-GMO임을 표시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7) 식품위생법 제12조의2(유전자변형식품등의 표시) 제1항 중
제조·가공 후에 유전자변형 디엔에이(DNA, Deoxyribonucleic acid) 또는 유전자변형 단백질이 남아 있는 유전자변형식품
등에 한정한다. 개정일:2016. 2. 3. 시행일: 2017. 2. 4.

8) 유전자변형식품등의 표시기준 일부개정고시(안) 행정예고 제6조 제2항 중
표시대상 유전자변형농축수산물이 아닌 농축수산물 또는 이를 사용하여 제조·가공한 제품에는 ‘비유전자변형식품’ 또는
‘무유전자변형식품’ 등 소비자에게 오인·혼동을 줄 수 있는 표시·광고를 해서는 아니 된다.

9) 유전자변형식품등의 표시기준 일부개정고시(안) 행정예고 제6조 제1항 제7호 중
유전자변형식품등 표시대상 중 유전자변형식품등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비유전자변형식품’ 또는 ‘무유전자변형식품’ 등의 표시·광고를 할 수 있으며, 외국어로 표시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비의도적 혼입치가 인정되지 아니한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GMO 식품과 non-GMO 식품을 구별하여 구매하고 싶더라도, 현행 기준과 같이 GMO 표시대상이 적고 게다가 앞으로 시행될 기준과 같이 non-GMO 표시 식품을 찾아보기 어려워져, 오히려 소비자는 어느 식품이 GMO와 non-GMO 식품인지 오인 또는 혼동할 가능성이 현저히 커지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개정될 GMO 표시기준이 시행된다면 GMO 표시대상에 해당하는 non-GMO 식품일지라도 사실상 non-GMO임을 표시할 수 없게 되며, GMO 표시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non-GMO 식품은 non-GMO 표시 자체를 아예 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이에 따라 소비자는 GMO 식품과 non-GMO 식품을 구별하여 구매하고 싶더라도, 현행 기준과 같이 GMO 표시대상이 적고 게다가 앞으로 시행될 기준과 같이 non-GMO 표시 식품을 찾아보기 어려워져, 오히려 소비자는 어느 식품이 GMO와 non-GMO 식품인지 오인 또는 혼동할 가능성이 현저히 커지게 될 것이다.

앞으로 도입해야 할 GMO 표시기준
GMO가 안전하다는 것이 확실시된다면 GMO 표시기준이라는 것은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GMO가 안전하다는 점이 확정되지 않았고 오히려 GMO의 위험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GMO 개발 기업은 GMO가 인체에 무해하고 안전하다는 점을 끊임없이 밝혀내야 할 것이며, 그때까지 최소한 소비자가 GMO가 포함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하고 GMO와 non-GMO 식품을 가려서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확실히 보장하기 위해, 우리 사회의 안전한 먹거리를 조성하기 위해, 한국은 GMO 표시기준을 지금과 같이 검출기반을 바탕으로 규정할 것이 아니라, 유럽연합과 같이 GMO를 사용하기만 해도 GMO 표시를 하도록 하는 GMO 완전표시기준을 서둘러 도입할 필요가 있다.

17※필자 박일지: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회 변호사. 중국 칭화대학교를 졸업하고 FTA와 GMO 등 법률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