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협력과 농農 생명공동체

올바른 준비만이 바람직한 미래를 보장한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은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로 전쟁 직전이었던 한반도 정세를 평화를 향한 길로 전변시킨 평화올림픽이었다. 어느 고위인사가 말한 것이 기억난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의 평화를 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천재일우의 기회가 와서 평화의 열쇠를 낚아챈 것이다.”
  그렇다. 아무리 나쁜 상황이라도 실망하지 않고 제대로 준비하면 바람직한 현실로 바꿀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상황이라도 어려울 때를 생각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한순간에 무너져버릴 수 있는 것이 세상사의 이치다. 4·27 판문점 선언과 6·12 싱가포르 북·미회담 이후 지금은 남·북(미·중)이 새로운 탐색과 계산으로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상황인 것 같다. 지금 분명한 것은 남북한이 ‘평화의 길을 함께 논의’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정파는 이번에도 김정은에게 ‘틀림없이 속을 것’이라고 확언한다. 또 어떤 사람은 이번만은 ‘북한이 싫더라도 한반도 정세의 안정과 남북 간의 공존’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두 측면과 그런 요소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겠다. 그러나 그것은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의 ‘확신’이나 ‘소망’이지 그 자체가 사실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현실이며,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사실이다.
  이 세상에 고정불변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정세와 조건을 ‘있는 그대로 보는 토대 위에서’ 올바로 준비하고 변화하는 상황에 주동적으로 융통자재融通自在하며 대응하고 적응해야만 한다. 올바른 준비란 무엇이겠는가?
첫째, 내부통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둘째, 어떤 상황이라도 주인정신을 잊지 않는 것이다.
셋째, 외부적응에 있어 원칙과 융통성을 통합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3대 위기가 겹친 형국이다. 근본적인 위기로 한반도 생태계 파괴의 위기, 사회공동체의 분열과 흔들림의 위기 그리고 소모적이고 자기분열적인 남북의 대결이다. 지금 우리가 가야할 길은 ‘남북 간의 평화공존을 토대로’ 한반도의 생태계를 복원하고 보전하는 절박하고 원대한 계획을 수립·실천하면서 우리 겨레와 사회의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것, 곧 생명과 평화의 길을 가는 것이다.

한반도 생명공동체의 기본은 1차산업의 생명산업화
한반도 강역은 육지 22만㎢와 바다 233만㎢이다. 남쪽은 과도한 화석연료소비와 대량생산·소비·폐기체제로, 북쪽은 지나친 폐쇄형 전체주의 체제와 자연수탈로 한반도의 생태계는 지속적으로 파괴되고 있다. 우리는 남북한의 농업을 전면적인 생명산업(유기농업)으로 재편하는 공동의 계획을 수립·실천해야 한다. 큰 틀로서 남쪽의 벼농사와 북쪽의 밭농사가 자급체제를 지향하며 역할을 분담하고, 남쪽의 축산업은 북쪽 농업의 유기농업화를 위한 연관 산업이 될 것이다.
  우리가 지난 30년간 황폐한 산림 3백여 만 정보(㏊)에 100억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어 유엔이 인정한 세계적인 녹화사업에 성공한 것처럼, 북한의 4백만 정보 이상의 황폐 산지에 120억 그루의 나무를 심는 공동의 계획을 현실화해야 한다. 또한 서해와 동해에서 어족자원을 공동으로 증식하고, 죽어가는 바다 밑을 생명의 터전으로 바꿔 가는 동시에 서해·동해의 물고기를 싹쓸이하는 중국어선의 횡포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 남북한의 평화는 한반도의 생명공동체를 튼튼하게 복원하려는 경제사회적 협력사업으로 구체화될 것이고, 그 시작과 토대는 농·림·축·수산업과 이와 연관된 식품산업, 종자산업의 발전으로 나타날 것이다.
  우리는 남북한 공동사업과 DMZ일원의 생물자원을 토대로 2030년경에 본격화될 제4의 물결(생명사회Bio Society)을 제대로 준비하고, 선도하는 생명의 문명(생물문명) 평화국가를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 겨레의 선의와 줄기찬 노력으로, 한반도 생명과 평화의 길은 중국·일본·연해주·몽골을 포괄하는 동북아 생명공동체로 확장될 것이다.

47※필자 정성헌: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 한국가톨릭농민회 부회장, 농협중앙회 이사, 제4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DMZ평화생명마을추진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아 1998년부터 인제군 DMZ지역을 지역 주민과 함께 역사·문화·생태 공간으로 가꾸었고, 이곳에서 평화와 생명, 순환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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