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성헌
“지극히 중요한 10년 동안 새로운 대응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2023년 12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최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채택한 공동선언문의 시대인식(상황인식)은 엄중하다. 국제적 합의문이라 극히 절제된 표현임을 고려할 때, 앞으로 10년간 인류가 허송세월하면서 하는 둥 마는 둥 하면 ‘삶(生)과 죽음(死)’이 갈리게 될 것이라는 엄중한 경고이다. 상황은 절박하고 시간은 촉박하다. 인류는 그리고 우리는 살길을 선택할 것인가? 절멸의 길을 재촉할 것인가?
다행히 대한민국과 인류는 살길(道)도 알고, 살 방법(術)도 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사정이 얽히고설켜 걱정하는 척, 실천하는 척하거나, 아예 전쟁이나 자연을 수탈하고 파괴해 이윤을 얻는 틀과 방법을 바꾸지 않고 있는 것이 과거와 현재의 보편화된 모습이다.
19세기 산업 혁명 본격화 시기와 200년이 지난 21세기 초의 몇 가지 지표를 보면, 인구는 10억 명에서 80억 명(2022년 11월)으로 8배 증가했고, 경제 규모는 1조 달러에서 80조 달러로 80배 증가했다. 지구 생태 용량에 맞는 인구는 30억 명이며, 1970년대 인류의 총 공급이 총 수요를 넘어섰고 현재는 총 공급이 최소 3배 이상 초과한 상태다.
독점과 차단의 사회 구조와 거대와 낭비의 문명 양식으로 기후변화가 기후위기가 되고, 이제 기후파탄으로 가고 있다. 이것은 인류가 절멸하는 틀이고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인류가 자초한 복합 다중의 위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
유럽연합(EU)이나 유엔에서 논의하고 실천하는 전환을 넘어선 ‘대전환’이 새로운 사회인 생명 사회, 새로운 문명인 생물 문명으로 안내할 것이다.
첫째, 모든 생명은 연결돼 있다는 생명의 세계관으로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둘째, 단순하고 소박한 생활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생활관으로 생활을 바꾸고 셋째, 자연 파괴, 인간억압형 독점과 차단의 사회 구조에서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공존과 순환의 구조화로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 넷째, 거대 문명, 광물 문명에서 적정 문명, 생물 문명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러한 전환을 선택하고 실천하면 인류는 인류 출현 200만 년 이래 처음으로 진정한 새로운 인간, 새로운 세상을 살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우리는 10년이라는 시간이 있다. 개인의 생활 실천, 대한민국의 정책 실천, 국제간의 정의로운 협력 실천이 열쇠이다. 개인의 생활 실천은 위대한 전환을 견인하리라 믿는다. 그 실천은 먼저 고기를 1주일에 한 번 정도 먹고 곡·채식을 하는 건강식食 생활로의 대전환을 제안한다. 이렇게 하면 개인 건강은 물론 지구 건강이 34% 정도 회복된다. 다음 건강의衣 생활 실천이다. 인류는 80억 명인데 1년에 1000억 벌의 옷이 생산되고 그중 3분의 1은 버려지는데, 옷만 제대로 입어도 CO2를 10% 이상 줄일 수 있고, 건전한 주住 생활과 교통·통신 생활로 화석연료를 30% 줄일 수 있다. 이와 함께 우리 아이들을 정신과 육체 모든 면에서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학교 급식, 군대 급식, 공공기관, 공기업, 식단 전환과 지·덕·체 교육을 체·덕·지 교육으로 대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마침 2024년 4월은 국회의원 총선거이다. 선거라는 뜻은 원래 ‘선현거능選賢擧能’에서 나온 말인데, 현명한 사람을 선택하여 능력을 발휘하게 한다는 뜻이다. 똑똑한 국민 유권자가 훌륭한 입법부와 행정부를 만든다. ‘갈라치기’나 ‘공짜로 나눠주기’, ‘끊임없는 성장’을 입에 달고 있는 국회의원 입후보자와 정당을 철저히 가려내 교훈을 줘야 한다. 우리 국민 스스로가 주인 된 마음으로 세상을 살펴보고 올바른 선택을 할 때, 생명 사회의 정책광장이 열릴 것이다. 생명 사회, 생물 문명을 개인의 생활 실천, 공동체의 사회적 실천, 국가의 정책 실천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생명의 길이자, 우리가 바라는 선진국의 모습이다.
필자 정성헌: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
한국가톨릭농민회 사무국장,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장, 제4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DMZ평화생명마을추진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아 1998년부터 인제군 DMZ지역을 지역 주민과 함께 역사·문화·생태 공간으로 가꾸었고, 이곳에서 평화와 생명, 순환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