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장학생 2019 동계연수기
지난 2월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과 충청도 일대에서 ‘협력과 연대로 상생하는 농農’을 주제로 대산장학생 동계연수를 시행했습니다. 다양한 농업 현장을 둘러보고, 농민과 농업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협력과 연대’를 배운 장학생들의 여정을 따라가 봅니다.
상생상회
재단 세미나실에서 발대식을 마친 연수단이 처음 찾은 곳은 서울 종로구 상생상회였습니다. 김원일 슬로푸드문화원 원장은 ‘좋은 삶은 식탁에서부터’라는 주제로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 음식이 사회와 환경에 무슨 영향을 미치는지, 소비자는 어떤 책임감을 가지고 음식을 소비해야 하는지 이야기했습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먹거리를 매개로 도시와 농촌을 잇는 상생상회를 견학하며, 농업과 먹거리의 유기적 관계를 도시민과 소통하는 현장을 봤습니다.
“내가 선택하는 오늘의 음식이 내일의 농업을 바꾼다”
기숙사형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로 집밥을 먹은 기억이 거의 없다. 대학교 와서는 더욱 심해져서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 더 자극적인 음식을 즐겨 먹었다. 내가 먹는 음식이 어디서 생산되는지, 유기농인지 아닌지 같은 생각은 일절 해본 적 없다. 그런데 김원일 원장님의 강의를 듣고 알게 되었다. 한 끼를 먹더라도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먹느냐에 따라 세상이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식품 기업이 내놓은 획일적인 맛에 길들여진 소비자들로 인해 우리 고유의 맛이 언젠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 한쪽이 무거웠다.
김경원 / 대산농업리더장학생, 경북대 응용생명과학부
홍성 마을공동체
충남 홍성 오누이권역센터에서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을 만났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농업, 농촌, 농민이 처한 사회경제적 현실에 대해 담담히 들려주었습니다. “새로운 농민이란, 농업에 필요한 자원을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고 관리하고, 시장에 예속하지 않는 농사를 짓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는 농민”이라며 환경과 지역사회를 돌보며 보람과 긍지를 갖는 농민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젊은협업농장, 행복농장, 밝맑도서관, 갓골작은가게 등 홍성 지역의 다양한 농촌형 협동조합과 주민자치조직을 둘러보며, 지속 가능한 농촌사회를 이루기 위한 협동과 나눔의 가치를 확인했습니다.
“‘촌스러움’이 세상을 구한다”
부끄럽지만 홍성에 처음 도착해서 든 생각은 ‘촌스럽지 않다’였다. 깨끗하게 잘 지어진 건물과 세련된 디자인의 강좌 홍보 포스터, 여느 농촌과 는 달리 젊은이들이 홍성에 있었다. 하지만 강의를 통해 홍성이 마을공동체로 탄탄하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가 ‘촌스럽기 때문’인 것을 깨닫게 됐다. 건강한 농업에 대한 고집과 신념으로 자연과 더불어 사는 농부, 마을 주민들이 힘을 모아 지은 도서관, 지역의 물건을 파는 생협, 농업을 가르치는 학교까지 어느 하나 협력과 연대라는 ‘촌스러운’ 방식이 묻어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무엇이 세련된 것인지, 어떤 모습이 우리의 미래가 되어야 하는지 확신할 수 있었다.
정소희 / 대산농업전문언론장학생,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농업PD과정
농업법인 도담
충북 청주에 있는 친환경 과일 전문유통업체 ㈜농업법인 도담으로 향했습니다. 이원영 대표는 ‘흐르고流 통하게通’ 하는 유통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농가와 상생하는 유통을 하려면, 농민과 판매기업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 튼튼한 징검다리 역할이 되어 농산물이 제 가치를 발휘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경영에도 협력과 연대를 접목할 수 있을까?”
이원영 대표님의 경영 철학과 소신이 인상적이었다. 500원짜리를 600원에 팔면 좋은 장사지만, 800원에 팔면 사기나 다름없다던 말이 새로웠다. 농민에게 폭리를 취하지 않고, 소비자에게 좋은 농산물을 비싸지 않은 가격에 파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도담의 유통업은 상품과 소비자를 잇는 마케팅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경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품과 가격의 교환이 아니라, 농부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남기는 가치교환을 추구하는 도담의 행보를 응원한다.
조현아 / 대산농업전문언론장학생,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농업PD과정
알알이거둠터, 장안농장
청주시에 있는 알알이거둠터에서 송예슬 대표의 가족을 만났습니다. 건강한 농산물에 대한 철학, 가족 구성원의 특성을 살린 철저한 역할 분담을 바탕으로 유기농산물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안정적인 농가 소득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며 가족농의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충주시 장안농장에서는 오랫동안 유기순환농업을 실천하며, 혁신적인 농업경영으로 유기농업의 위상과 경쟁력을 높여온, 대를 잇는 농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맛있는 채소를 마음껏 먹기도 했고요.
“농農이 주는 기쁨을 다른 이들과 나눌 수 있다면”
온가족이 농사짓는 아버지의 일을 도울 때면, 갈등이 생기는 순간이 있다. 서로 생각하는 일의 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가족이 합심해 건강한 농사를 지으며 다양한 형태로 ‘농’의 가치와 자부심을 소비자와 나누는 알알이거둠터 식구분들을 보고 새삼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어 방문한 장안농장에서는 ‘유기농을 이렇게 할 수도 있구나’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전통 생태순환농법을 실천하는 대규모 농장, 다양한 농부들의 농산물로 운영하는 채식뷔페가 새로웠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장안농장에서 순환적 농업, 유기농의 가치를 깨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인안 / 대산농업리더장학생, 충북대 산림학과
2박 3일의 연수가 끝나고, 재단으로 돌아와 해단식을 가졌습니다. 열두 명의 대산장학생은 제각각 연수에서 배우고 느낀 점을 함께 나눴습니다. 박혜은 씨(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는 “농업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내 역할의 중요성도 깨달았다”며 “밥상 위의 음식을 감사히 여기고, 농민의 수고를 생각하며, 올바른 먹거리와 올바른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가 되고, 농업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찾아서 실천하겠다”는 소감을 남겼습니다
정리 최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