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보전 농정시대로의 대전환

생태계 보전 농정시대로의 대전환은 가능한 것인가. 전문가들은 향후 20~30년 이내에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생태문명 시대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지구 온난화와 자원 고갈, 환경 파괴 등에 대응하여 반환경적, 반생태적 가치관에서 벗어나 생태적 가치를 실천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생태농업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효율과 생산성 중심의 농정에서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추구하는 농정 패러다임의 전환을 선언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라도 향후 생태적 비전과 윤리 의식을 가진 지속 가능한 생태농업을 기반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미래세대를 위한 깨끗한 국토생태 환경보전과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 공급할 수 있는 생태계 보전 농정시대로의 대전환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 논의
2017년 11월부터 시작한 농업가치 헌법반영 국민공감 1천만 서명운동은 1개월 만에 1153만 명이 참여해농업의 공익적 가치의 헌법 반영에 찬성하는 기록을 세웠다.
1991년 말 ‘쌀 수입 개방 반대 범국민서명운동’은 근 40일 만에 1300만 명이 서명해 최단 시일 내 최다 인원 서명으로 그해 기네스북에 등재된 적이 있는데, 그보다 이른 시기에 달성한 성과다.
이를 통해 현행 경자유전의 원칙 등의 조항 등 헌법 제129조 1항에 “국가는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생태보전 등 농어업의 공익적 기능을 바탕으로 농어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농어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원 등 필요한 계획을 시행해야 한다”고 명시한 대통령 개헌안이 발의됐다.
당시 국회 여야 대립으로 개헌 국민 투표는 무산되었지만, 다시 논의가 이루어진다면 언제든지 헌법에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농업은 식량 생산이라는 본원적 기능 외에도 환경 보전, 농촌사회 유지 등 다원적 공익적 기능을 수행한다.
농업은 식량 생산이라는 본원적 기능 외에도 환경 보전, 농촌사회 유지 등 다원적 공익적 기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일부 농정 전문가들은 농업가치 헌법 규정이 농업인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농업가치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려면 의무와 규제가 따르기에 그 의미와 파급 영향을 검토하고, 환경·생태 친화적인 농업으로의 혁신과 이를 위한 농정개혁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이러한 견해는 현재 우리가 처해있는 농업·농촌의 현실을 고려할 때 공감 가는 부분이 있다. 농업은 식량 생산이라는 본원적 기능 외에도 환경 보전, 농촌사회 유지 및 국토균형발전, 전통사회와 문화보전, 생물다양성 유지, 토양보전 및 수자원 함양 등 비시장적non-market이고, 비교역적인 다원적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반면, 토양 파괴와 유실, 축산 오폐수의 강·하천 수질 및 지하수 오염,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대기오염, 비료·농약의 과다 사용으로 인한 환경과 생물다양성 파괴, 자연 생태계 교란, 경지 확장을 위한 농촌의 경관 및 문화자원 파괴 등등. 수많은 반공익적, 반생태적, 반환경적 기능도 나타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 농지의 양분수지(질소수지 3.4배, 인수지 8.6배)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으며, 가축 밀집사육, 수자원 오염 등의 측면에서 지속해서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반증해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농업·농촌의 다원적, 공익적 기능 논의가 농업계 내부에서 재점화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농업의 반공익적 기능 등의 문제를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다. 물론 일부 전문가들은 다원적(공익적) 기능 정의는 지금 한국 농업·농촌이 직면하고 있는 현안을 다룰 때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영세농 지원의 다양한 활동을 기반으로 다원적 기능을 확충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새로운 농정 비전인 농업인의 삶의 질을 우선으로 하고, 건강한 먹거리 제공, 생태환경 보전 등 공익적 가치 창출자로서 농업인의 위상 실현을 위해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필자의 시각이다. 특히,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 실현을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오는 2020년부터 공익형 직불제로의 개편을 논의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농업의 다원적, 공익적 기능은 지난 20여 년 동안 여러 연구가 있었지만, ‘공익적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이론적 기반이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한 것으로 생각하기 어렵다. 즉,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설정된 개념이 없지 않아 향후 농업과 농촌의 기능과 역할 변화 및 장기적인 발전 전망을 고려해서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친환경농가가 농사를 잘 지어도 비의도적인 오염으로 인해 농약이 잔류허용
기준을 초과 검출돼 선의의 억울한 피해농가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친환경농업은 단지 농업생산 과정에서 합성농약이나, 화학비료 투입 여부를 기준으
로 판단할 뿐이지 어떤 환경자원을 생산하고 복원하고 유지하는지를 묻지 않고 있
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현재 공익적 기능은 농업의 다원적 기능 중에서 긍정적 효과를 발생하는 부분으로 간주할 수 있다. 농업 생산의 본질적 목적인 식량 생산은 시장 재화의 생산을 통해 사적 이익을 증대시키면서 그 결과로 식량의 안정적 공급, 식량안보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반면, 농업의 결합생산물인 환경 및 경관보전, 수자원 및 토양보호, 생태 보전, 전통문화 보전 등은 농업생산 방법의 영향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발생시킨다.
사익을 증대시키지 않고 직접 공익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공익적 기능을 추구하는 농정은 시장 기능을 통해서 사적 이익과 연결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적용하는 정책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농업계에서 많이 논의되었던 다원적 가치 추구라는 모호한 개념보다, 농업의 공공재 공급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는 농정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이것은 국민을 이해시키는데 더 유리하고, 수용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특히 선진국과 같이 농업의 공공재 공급 기능을 근거로 국민적 공감대 형성 속에서 농업·농촌의 지원 확대 논리를 펼쳐나간다면 더 많은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농업의 공익적 기반 확충을 구현하는 실천 방법과 목표 수준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 생태, 경관, 기후 등을 고려한 영농 방식으로 바꾸도록 공공 부분에서 유인을 제공하여 농업 부문에서 발생하는 긍정적 외부효과를 늘리거나 부정적 외부효과를 줄이자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농업환경정책은 환경 부화를 줄일 수 있는 공익적 가치 창출의 시발점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친환경농업협회와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는 2018년 12월 18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2030 친환경농업 혁신비전’컨퍼런스와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윤주이
한국친환경농업협회와 친환경농산물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는 2018년 12월 18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2030 친환경농업 혁신비전’컨퍼런스와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윤주이

농업환경 보전을 위한 농업환경정책
농업환경정책을 통한 농업환경 보전은 농업의 환경적 기능 확충에만 머물지 않는다. 농업환경자원의 보전 및 관리는 농촌지역의 환경자산 증대로 이어지고, 이는 지역 주민들의 농업환경자원에 대한 보전의식 확대 및 이를 관리하기 위한 지역공동체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통해 농촌지역을 오고자 하는 외부 방문객이 늘어나고, 이는 곧 농촌지역 경제 활동 증가, 농가소득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농업환경정책 중 대표적인 친환경농업정책도 공익적 가치 창출 관점에서 재평가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친환경농업은 2010년 초까지만 해도 농가와 인증 면적 생산량이 증가하고, 합성농약과 화학비료 사용량이 점차 줄어든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 친환경농업은 저농약 인증제도가 폐지되고, 잘못된 친환경인증제로 많은 농가가 생업을 포기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현재 결과 중심의 친환경인증제도는 과도한 분석으로 인한 금전적·시간적 낭비는 물론 아무리 친환경농가가 농사를 잘 지어도 비의도적인 오염으로 인해 농약이 잔류허용기준을 초과 검출돼 선의의 억울한 피해농가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친환경농업은 단지 농업생산 과정에서 합성농약이나, 화학비료 투입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할 뿐이지 어떤 환경자원을 생산하고 복원하고 유지하는지를 묻지 않고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야생동식물의 서식지를 보존하고, 생물다양성을 증대시키고, 토양이나 수질오염을 낮추는 환경보전 효과가 있는 농업이더라도 유기농업, 무농약, 무화학 비료가 아니면 친환경농업이 아닌 것으로 치부한다. 그것은 친환경농업의 본래 목적인 환경 보전은 잊히고 소비자들에게 안전식품이란 인식을 심어주어 농산물을 더 비싸게, 더 많이 팔아 농가소득을 높이겠다는 부분만 부각된 결과이다. 그러나 친환경농업은 환경자원의 보전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목적이고, 안전 농산물 생산은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며, 또 그 결과의 하나로 농가소득이 증대되는 것이다.
따라서 친환경농업의 개념을 유기농업, 무농약 및 무화학비료 농업보다 훨씬 폭넓은 개념으로 확장하여 진정한 생태적이고 순환적인 농업으로 대전환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12월 18일 친환경농업 진영이 생태환경 보전과 건강한 먹거리라는 2030 혁신비전을 선언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친환경농어업의 정의를 본질에 부합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해 국회 제출 상태에 있다. 안전성 중심으로 되어있던 기존 친환경농어업 육성법을 건강한 생태계 유지, 생물다양성 증진 등 농업환경보전 중심으로 정의를 재설정한 것이다. 이것은 향후 친환경농업 정책 범위가 확대되는 시발점이며, 더 나아가 공익적 기능을 확충하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은 훼손된 농촌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마을 단위 사업이다. 주민들이 마을의 환경을 보호하고, 경관을 개선하기 위해 펼치는 공익적 활동에 대한 대가를 비용으로 지불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대산농촌재단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은 훼손된농촌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마을 단위 사업이다. 주민들이 마을의 환경을 보호하고,경관을 개선하기 위해 펼치는 공익적 활동에 대한 대가를 비용으로 지불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대산농촌재단

생태계 보전 농정시대를 위한 과제
정부가 농업의 공익적 가치 확충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핵심 정책수단으로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농업환경 개선이 필요한 지역에서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지자체와 협약을 통해 다양한 환경보전 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즉, 토양 양분 관리와 침식 방지, 농업용수 수질 개선, 농촌 경관 개선, 농업 유산 보전, 생태계 보호 등을 위한 지역민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현재 이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시범사업(보령, 함평, 문경)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지자체의 참여율이 저조하다. 농촌지역의 농업인, 주민들을 대상으로 생태·환경과 관련한 프로그램 준수 의무를 이행하고, 이를 평가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에서 처음 시범사업으로 도입해 성공한 충남 농업생태환경 시범사업은 우리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 및 협약 기준 등을 도입했으며, 이를 관리 추진할 수 있는 체계 등을 제대로 구축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관련 연구자 및 담당자가 사업 현장을 수없이 방문해, 지역주민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이해시키고 해법을 찾았다고 한다.
이 사업 이후 환경 친화적 농업에 대한 인식 제고와 마을 생태계 및 경관보전 등 효과가 나타났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농업환경보전 프로그램 사업이 조기 정착되지 못하면 문재인 정부의 핵심 농정 공약 중 하나인 공익형직불제 개편 사업은 기형적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사업이 성공하게 된다면 농업·농촌의 환경 자원에 대한 보전 의식 강화로 이어져 귀농·귀촌을 활성화하고 농촌지역 공동체를 강화하여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정부는 이 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특히 생태 환경적인 기반을 가진 지속 가능한 생태농업을 통해 깨끗한 국토환경을 보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 공급할 수 있는 생태계 보전 농정시대로의 대전환을 위해서라도 중요하다.

생태 보전적이고 순환적인 지속 가능한 생태농업의 비전을 농정의 가치로 재정립하고, 법과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관한 규정을 포함하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개정은 물론 본질에 맞게 친환경농어업 육성법 개정 등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생태 보전적이고 순환적인 지속 가능한 생태농업의 비전을 농정의 가치로 재정립하고, 법과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농업의 공익적 기능에 관한 규정을 포함하는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개정은 물론 본질에 맞게 친환경농어업 육성법 개정 등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공익적·생태적 기능 확충이라는 관점에서 농업 관련 예산 배정도 이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동안 주목 받지 못한 사회 경제적 측면에서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예산을 증액해야 하는 것이다. 생태환경농업을 담당할 현장 전문인력 양성 및 교육, 농축산물 안전 관리, 도농 교류 등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현행 농정 추진 기구와 체계 개편을 통해 중앙과 지방정부의 역할 분담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농정 기능을 강화하고 지역주민들과 협치 농정 체계를 구축해 다가오는 생태계 보전 농정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정부 산하 및 농업 관련 단체들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농업기술 연구개발과 지도사업을 생태 보전 농업 위주로 혁신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어촌공사는 본래 목적인 사업 외에 농촌 생태환경 개선 사업을 위해 새롭게 변신해야 하며, 시군 농협도 지속 가능한 생태계 보전을 실천하는 중심 조직으로 전환해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가 생태계 보전 농정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하고, 농업 관련 기관 및 단체 등 전 농업계가 합심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면 생태계 보전 농정 시대는 곧 도래할 것이다. 5천만 국민이 바라는 깨끗한 국토환경 보전과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 공급할 수 있는 농업·농촌의 새로운 미래 희망이 될 생태계 보전 농정시대가 이 땅에 하루빨리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13※필자 윤주이: 한국농어민신문사 공채 1기 기자로 입사해 편집국장,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초빙교수, 소비자 TV 농어촌방송 공감 토크 진행자, 한국유기농업학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친환경농업 박사 1호로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 확대 등 친환경농업 발전에 기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