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가족사랑 농촌체험 2박 3일 이야기
휴가. 누구나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단어이지만, 막상 휴가를 떠나기는 쉽지 않다. 전국의 워터파크와 리조트, 조금 유명하다 싶은 명소들이 일제히 문전성시를 이루는 여름휴가철은 ‘휴가’에 걸맞은 쉼을 누릴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 출발 전에는 장소 물색과 일정 계획으로 바쁘고 여행지에서도 부엌일과 식당순례, 관광지 탐색이 이어진다. 철저히 준비해도 교통체증, 바가지요금, 불편한 숙소 등으로 자칫하면 기분을 망치는 일이 잦은 것이 우리네 흔한 휴가철 풍경이다.
무더위가 유난히 기승을 부렸던 지난 8월, 전국 농촌체험마을 4곳에서는 조금 색다른 여름휴가를 위한 행사가 열렸다. 올해 재단에서 새롭게 실시한 ‘2013 가족사랑 농촌체험’ 2박 3일 프로그램이다.
농촌에서의 휴가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 이야기를 만나본다.
농촌, 휴식의 공간으로 재조명
농촌 휴양의 대표적 선도지역인 유럽 각국의 농촌에서는 그린투어리즘(Green-Tourism, 전원관광)과 팜스테이(Farm stay, 농가민박)로 대변되는 농촌 관광이 탄탄하게 자리잡고 있다.
유럽의 농가 민박의 역사는 80년. 여름휴가를 농촌에서 보내는 일은 아주 흔하다. 매년 같은 곳으로 휴가를 가는 이도 많다. 휴가기간은 최소 2주 이상이 보편화되어 있다. 왜일까. 농가민박을 찾는 사람들은 ‘편안함’속에 푹 쉴 수 있고, 다양한 놀거리가 많다는 것을 이유로 든다.
독일의 경우 정부가 4년에 한 번씩 민박농가를 평가하여 각 농가별로 별 1개에서 5개까지 등급을 부여한 후, 이 등급 표찰을 농가의 현관에 부착하고 각종 홍보 책자에 명시해 소비자들이 농가를 선택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을 제시해 주는 등 체계적으로 농가 민박을 관리하고 있다. 휴가철, 농촌으로 떠나는 것은 유럽인들에게는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국내 농촌관광 산업의 경우, 2000년대 들어 마을단위 농촌관광 정책이 시작된 이래 농가민박, 관광농원, 체험마을 등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어 상당한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아직은 농촌을 생산 공간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우세하지만, 서서히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 농촌을 휴양지로 재인식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실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2012년도 서울시민 중 농촌관광 유경험자는 10년 전인 2003년보다 약 2.5배 증가했고, 국내 관광 산업계에서 농촌관광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농촌경제연구원, 2012년, ‘농촌관광의 새로운 방향과 정책과제’)
농촌에서 보내는 특별한 휴가
재단은 지난 2007년부터 전국 우수 농촌체험마을에서 ‘가족사랑 농촌체험’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7년간 약 1만 5천여 명의 도시 소비자가 농촌을 방문해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을 배우고 농촌의 매력을 발견했다. 첫해에 당일 체험으로 진행하던 ‘가족사랑 농촌체험’은 이듬해 1박 2일 일정으로 농촌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더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개편되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농촌을 더 깊이 느끼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휴양의 개념을 더해 2박 3일 프로그램을 새롭게 선보였다.
‘1년에 한 번뿐인 여름휴가를 농촌에서 보내려 할까’라는 우려도 잠시, 2박 3일 프로그램은 평균
참가경쟁률 10:1을 웃돌며 높은 관심을 받았다.
각 마을은 물놀이, 농산물 수확, 지역 문화탐방, 휴식 등이 어우러진 일정으로 도시민들을 맞이하였다. 2박 3일 행사에 참여했던 가족들은 쉼과 재미, 배움이 함께 있는 농촌체험이 만족스러운 여름휴가였다고 입을 모았다.
춘천 물안마을 체험에 참석한김기범 씨(경기 고양시)는 “2박3일간 우리 아이들은 농촌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마냥 재밌고 신기해했다”며 “가족사랑 농촌체험 덕분에 뜻깊고 알찬 여름휴가를 보냈다”고 후기를 남겼다. 백미혜 씨(서울 마포구)도 “집 떠나 여행하면 식사와 간식도 생각해야 해 짐도 많고, 시간이 아깝지 않게끔 일정을 궁리하느라 골치가 아픈데 이번에는 내 몸 하나 홀가분히 다니며 진짜 휴식을 누린 것 같다”며 “엄마가 행복한 여행”이라고 농촌체험을 이름 붙였다.
‘휴식 같은 친구’, 농촌을 위하여
농촌이 이렇게 멋진 곳인지 미처 몰랐다는 이진우 씨(충북 충주시)는 체험을 통해 그간 잊고 지냈던 우리 농촌에 대한 고마움과 소중함을 다시 새길 수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농촌에 와서 2박 3일간 재미나게 놀고, 편안히 쉬고 난 후에는 자연스럽게 ‘농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농촌을 단순히 농사짓는 곳으로 인식하는 것을 넘어서 생명과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고 다양한 경험을 누릴 수있는 곳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농촌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도시민들이 늘어나는 것은 곧 우리 농업과 농촌의 건강한 지지층이 두터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지치고 힘들 때 가족을 떠올리듯,쉼이 필요할 때 농촌이 생각나는 이들이 더 많아지도록.
‘가족사랑 농촌체험’은 앞으로도 도시민들에게 ‘뜻밖의 멋진 선물’을 선사할 것이다.
글·최상아 / 사진·농촌체험마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