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가격 폭락, 그럼 안 되지?

8개월째 이어지는 돼지 가격 폭락으로 대한양돈협회를 비롯한 축산 농가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돼지 가격 안정, 한돈 농가 생존을 위한 농성 등 정부를 상대로 투쟁에 돌입한 것이다.

2012년 9월 이후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돼지 가격 폭락으로 돼지 한 마리의 생산비는 36만 원에 이르지만 도매가격은 24만 원에 불과해 한 마리당 12만 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 피해액은 호당 1억 6,000만 원으로 총 9,500억 원을 넘어섰다. 현 상황이 3개월 이상 지속하면 한돈 농가의 80% 이상이 도산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한돈 농가들이 정부에 원하는 대책은 △FTA 피해농가 폐업보상 실시 △FMD 피해농가 운영자금긴급 지원 △사료 구매 자금 긴급 지원 및 안정화 대책 마련 △식육가공(즉석가공식품) 전문 판매점 개설 자금 지원 △정책자금 상환기간 연장 및 이자율 조정 △돼지가격 안정을 위한 잉여물량 긴급 비축 지원 등이다.
돼지고기는 쌀 다음으로 제2의 농업 대표 품목이며 우리 농업의 희망이다. 돼지 가격이 장기간 생산비 이하로 형성되면서 양돈 농가들의 줄도산이 현실화되고 있는데도 정작 돼지 가격 폭락의 장본인인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이병모 대한한돈협회 회장은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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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공급량을 줄여야

정부도 돼지 가격 안정을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다. 어미 돼지 10만 마리를 의무 감축하기로하고, 손실보전·사료구매자금 등을 적극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최근 돼지 가격 폭락 사태를 대비해 양돈 농가들이 스스로 ‘모돈 10%(10만 마리)의무감축’을 추진하기로 결의함에 따라 정부도 이를 협력하기로 했다. 감축 의무를 미이행하는 농가에 대해 축사시설현대화사업, 사료구매자금 지원 사업 등 정책 지원 사업에서 제외한다는 강력한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초과 공급된 돼지 사육 두수를 줄이기 위해서다. 국내 적정 사육 두수는 850만 마리 정도인데 현재 사육 두수는 1,000만 마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어미 돼지는 현재 97만 마리에 이른다. 수요, 공급에 법칙에 따른 당연한 대책을 정부가 제시한 것이다.
어미 돼지 한 마리는 임신하면 보통 10~15마리를 낳지만 최근에는 17마리까지 낳고 있어 공급량이 크게 늘어난 상태이다. 이 같은 상황을 정부와 양돈 농가가 인정하고, 어미 돼지 10%를 감축하기로했다. 더불어 기존 돼지 출하체중 115kg을 110kg으로 낮추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출하체중을 5kg 감축하면 고기생산량 2.25kg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축산 농가의 생산비 경감을 위해 사료구매 특별자금 1,700억 원을 신규 지원하기로 했다. 양돈농가에 대해서는 지원 한도를 3,000만 원에서 4,000만 원으로 높이고, 지자체에서 지원대상자 선정 시 양돈 농가를 우대하기로 했다. 농협도 모돈 10% 감축을 달성할 수 있도록 양돈조합 및 조합원에 대해 손실을 보전하는 등 적극 유도 중이다.

Ⓒ 일러스트: 김효곤 아주경제 편집부 기자
Ⓒ 일러스트: 김효곤 아주경제 편집부 기자

대기업 진출로 축산 시장 독과점 심화
축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내놓았던 정부 정책이 축산 농가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는 의견도 있다. 하림, 동원그룹 등 대기업의 축산 분야 진출로 사육, 사료, 유통 분야의 시장 독·과점화는 오히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기업의 영농 참여를 제한하는 축산법을 부활시켜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는 “대기업의 축산업 참여 제한 법률(축산법 제27조)이 삭제된 이후 가격 급락 등 시장 혼란과 양축 농가의 기업 종속화가 전망된다”며 “자금력을 바탕으로 영리를 추구하는 대기업 위주의 시장 주도로 사료 원료 곡물 가격 상승분이 사료 판매 가격에 전가되는 등 양축 농가의 경영비가 증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존 축산법 제 27조는 모돈 500두 이상의 양돈업, 5만 수 이상의 양계업 등 일정 규모 이상 축산
업에 대한 대기업 참여를 금지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농식품부는 2009년 1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농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보고하면서, 농업 분야 투자유치 촉진을 위한 제도 개선의 목적으로 ‘대기업의 축산업 참여제한조항 삭제’를 추진, 2010년 1월 법률 조항이 삭제됐고 대기업의 축산업 진출이 합법화됐다.
더불어 2009년 3월에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제9554호)’의 개정으로 출자총액제한 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출자총액제한기업 집단에 속하는 회사의 축산업 참여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하림그룹, 사조그룹, 이지바이오시스템그룹, 동원그룹 등 대기업의 축산 전후방 산업 참여로 사육, 사료, 유통분야의 시장 독·과점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육 분야는 대기업 중심의 계열화 사업을 중심으로 사육 부분의 시장 지배력이 확대되고 있다. 배합사료업계에서는 대기업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인수·합병을 통해 기존 사료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사료 기업의 계열 그룹화가 급속히 진행 중이다.
유통 분야는 이마트가 ‘이마트 미트센터’를, 롯데마트가 ‘축산가공센터’를 개장하는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직접 축산물 처리 시설을 운영함에 따라 시장 지배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 유통업체가 직접 사육 및 생산에 참여함으로써 수직계열화가 진행되면 축산 농가의 입지가 좁아지는 동시에 농협의 축산물 판매 사업과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최근 축산 단체를 중심으로 대기업의 축산업 참여 제한에 대한 법제화 요구 및 갈등 고조 양상을
보인다. 2010년 8월 하림 그룹의 ‘안성 식육종합센터’ 설립 추진이 생산자단체의 반발로 건립 계획을 철회, 2012년 4월에는 사조그룹의 가금산업(토종닭 등) 진출에 대한 축산 단체의 반대 집회로 철회됐다.
앞으로 양축 농가의 경영 안정 및 생산 기반 보호를 위해 축산 전후방 산업 중 사육 부문의 대기업참여를 제한하는 ‘축산법 제27조’ 조항을 다시 제정할 필요가 있다. 농협은 산지 조직화 및 소비지판매 시설의 경쟁력 제고를 통해 시장 견제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연구소 측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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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방 부위 소비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정부 정책, 공급 등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선택의 기준에서 중요한 것
은 국민의 건강에 대한 투자이다. 경제적인 부문은 선진국 못지 않지만,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낮다.

앞으로 양축 농가의 경영 안정 및 생산 기반 보호를 위해 축산 전후방 산업 중 사육 부문의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는 ‘축산법 제 27조’ 조항을 다시 제정할 필요가 있다. 농협은 산지 조직화 및 소비지 판매 시설의 경쟁력 제고를 통해 시장 견제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연구소 측의 주장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삼겹살, 목살, 갈빗살 등 선호부위에 소비 성향이 집중되고 있다. 돼지 한 마리를 잡으면 선호부위가 34%를 차지한다. 가격은 뒷다릿살보다 2.5배 이상 비싸다. 지방이 적은 앞다리, 등심, 안심 등에 대한 소비가 적은 탓에 비 선호 부위의 판매 가격은 당연히 낮다.
실제 한국육가공협회에서 우리나라 소비자의 돼지고기 소비 성향에 관한 설문조사를 해 본 결과, 삼겹살과 목심에 대한 선호도는 93%에 달하는 반면 뒷다리와 등심은 2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요 선진국에서는 삼겹살에 대한 인기가 낮아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 씹는 맛을 선호하는 것도 있지만, 이들은 스스로 건강에 대해 투자를 한다. 삼겹살은 단백질과 지방의 함량은 15.8%, 26.4%이지만 뒷다리 부위는 18.9%, 5.8% 정도로 고단백 저지방 식품이기 때문이다.
선호부위에 대한 소비도 중요하지만, 저지방 부위와 균형을 이루는 소비는 스마트한 소비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본인 건강과 힘들게 일하는 농가를 위해!

101※필자 김선국: 아주경제 경제부 기자. 아주뉴스코퍼레이션 아주모바일 부문대표 역임. 현재 농림축산식품부에 출입하면서 미래생명산업인 농업의 가치를 알리고 잘살고 행복한 농촌을 만들기 위해 지원하고 있다. 한국농업기자포럼 소속 기자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