農과 食┃농민과 소비자가 상생하는, 친환경급식과 식량주권

미국의 소설가이자 문명비평가이며 농부인 웬델베리는 “먹는다는 것은 농업행위”라고 말했다. 또한 농업과 농촌의 몰락을 막기 위해 소비자가 해야 할 일은 “책임 있게 먹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는 농민과 소비자, 농업과 지속가능한 사회의 관계를 이야기해준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은 학교급식으로 크게 확대되었다. 우리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 학교급식에 대해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우리 사회의 먹을거리에 대한 총체적 불안감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둘째, 내 아이를 넘어 우리의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고자 하는 부모들의 마음이 모아진 것이다. 셋째,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했다면 국민으로서 혜택도 평등하게 받아야 한다는 보편적 복지 실현, 더 나아 가서 먹거리 기본권 보장(건강권, 식량주권, 먹거리 복지권)에 대한 요구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 보장’이라는 담론 속에서 아이들에게 건강한 밥상을 차려줄 ‘친환경무상급식’과 국민이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식량주권’이 왜 중요한지에 주목해야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식량 대란, 에너지 자원, 생태환경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의 폭등과 국제 유가의 고공 행진, 그리고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의 속출은 함께 상승작용을 하여 세계경제의 위기와 인류 생존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 한국사회는 이러한 지속 가능성의 위기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우리 국민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심각한 사회적 양극화로 고통 받고 있다. 더욱이 26%밖에 되지 않는 식량자급도(쌀 제외 4.5%)와 제2의 주식이 되어버린 밀 자급률 2%, 에너지 자립도 18%, 전 국토의 난개발 막개발로 인한 생태환경의 악화는 지구적 규모의 식량·에너지·환경 위기의 시대에 속수무책이다. 이러한 위기를 심화시키는 우리 사회경제 구조는 사회적 양극화와 동전의 양면 구실을 하여 절대 다수의 사회적 약자에게 그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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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과 농촌사회의 유지는 지속가능한 사회의 필수 요건

농업과 농촌사회가 유지되고 발전하는 것은 국민경제와 국가사회의 지속 가능한 유지발전에 필수적인 기본조건임을 인식해야 한다. 자국의 농업을 등한시 하는 선진국은 없다. 자국의 농업을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해 선진국들은 강력한 보호정책을 펴고 있다.
더욱이 식량. 에너지 자원, 환경을 통합적으로 갈무리하는 산업이자 공간이 바로 농업, 농촌이라는 점을 중시하며 선진국들이 이 세 부분을 통합적으로 지원, 육성하는 데서 여실히 증명된다.
그러나 우리의 농업, 농촌은 너무나 외로운 싸움 속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는 이 땅을 일구어 온 ‘농부’의 생존 위기이며, 동시에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할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 위기이자 자연과 공생 조화하며 풍요롭게 살아야 할 인간성의 위기이다. 안전한 먹을거리의 안정적 자급, 에너지 자원의 지역 내 자립 순환, 생태환경 친화적 농업. 농촌 시스템의 전면적 구축 등은 사회와 나라와 국민을 살리는 기본 과제임에도 성장제일주의, 시장 지상주의, 신개발주의 세력과 정책 등 경제적 논리에 가로막혀 있다.

먹거리 위험은 사회의 지속성을 위협한다
이러한 결과로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한 농식품이 유입되어 우리 식탁을 지배하면서, 우리 아이들과 나아가 국민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 조사결과에 의하면 아토피와 각종 성인병 등 우리나라 어린이의 30% 이상이 성장기 비만이란 신종 질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성장기 비만은 피가 탁해지고 면역성이 떨어지며 근육의 양이 적어지는 반면 지방 세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온갖 나쁜 습관성 질병을 양산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한 사회의 먹거리 보장 수준이 그 사회에 위험성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되는 것이기에 ‘먹거리 체계의 위험’은 그 사회 전체의 위험과 연관된다. 때문에 먹거리 위험 사회일수록 그 사회 전체가 지속가능하지 않고 불확실한 미래를 가질 수밖에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에 등재된 191만 194명을 대상으로 2005년 한국인 성인 비만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평가한 결과 총 1조 7천922억 원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1998년에 비해 4.2배나 증가한 수치다. 비만의 원인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지만 무엇보다 먹거리 불안에 따른 것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거의 없다. 이렇듯 비만의 대책은 보다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밥상의 양극화로 “날씬한 부자와 뚱뚱한 빈곤층”이 증가하고 있고, 사회경제적 격차에 의한 의료서비스 이용의 차이 등이 건강불평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한 사회의 먹거리 보장 수준이 그 사회에 위험성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되는 것이기에 ‘먹거리 체계의 위험’은 그 사회 전체의 위험과 연관된다. 때문에 먹거리 위험 사회일수록 그 사회 전체가 지속가능하지 않고 불확실한 미래를 가질 수밖에 없다. 먹거리 위기는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해당하는 사회적 위험이며, 먹거리에 대한 양, 질적 요구는 모두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요구이다. 때문에 이러한 사회적 위험 해소와 욕구의 충족을 위한 먹거리에 복지적 접근은 매우 유용하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먹거리 문제를 개인적인 차원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나 먹거리는 생산자에서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먹거리 공급연계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의 공동체와 관련된 문제이며 경제, 사회, 건강, 교육, 문화에 이르는 많은 분야에 걸쳐있는 사안으로 시장경제보다는 사회적 경제로 접근하여야 한다.

‘아이들을 건강하게 농민들에게 희망을’
이러한 문제 인식 위에서 “보육부터 교육까지 직거래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하자”는 학교급식운동의 의제는 2010년 지방 선거에서 급조된 것이 아니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아이들을 건강하게 농민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슬로건과 직영급식 원칙으로 안전한 우리농산을 사용하여 차별 없는 무상급식을 실시하자는 세 가지 목표를 가지고 활동해온 것이다. 그 결과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에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학교급식이라는 평범한 의제를 국민적 운동으로 만들고 식품안전교육, 환경, 농업, 수입농산물과 광우병위험 미국산 쇠고기 문제 등에 문제의식을 확산시키고, 무상급식과 친환경농산물 사용 확대를 만들어 낸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교급식지원조례를 주민발의를 통하여 제정함으로써 전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수백만 명의 지역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은 주민자치에 의한 권력 견제와 지역주민의 자치역량을 높이고 생활상의 요구를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한 지역 자치운동이며, 풀뿌리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생활정치로서 기존의 중앙 중심적으로 펼쳐졌던 시민운동과는 달리 지역에서의 자치운동을 통해 그 영향력이 지방정부를 거쳐 중앙정부에까지 퍼져나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참여민주주의 전형을 만들어낸 것이다.
친환경급식은 생산·공급이 가능한 품목부터 전국 9,000여 개의 학교에서 부분적으로 실시되고있다. 2011년 무상급식 추진 현황을 살펴보면, 전국 229개의 시군구 중 181곳인 79%가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그동안 무상급식을 실시한 학교에서는 급식의 질이 좋아지고, 부잣집 아이도 가난한 집 아이도 학교에서만큼은 평등하게 자신 있게 생활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 졌다. 친환경무상급식을 이미 하고 있는 서울의 한 중학교 교장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무상급식을 하고 나서 학교가 환해졌습니다. 우선 급식비 못 내서 의기소침한 아이들이 없고, 교사들은 급식비 독촉 안 해서 좋고. 아이들 건강해지고 밝아지고 자신감도 넘치고. 그래서 학교분위기도 좋아져서 성적이 쑥쑥 오릅니다. 하하.” 행복한 웃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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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과 소비자가 상생하는 희망의 길로

직거래 계약재배를 통해서 식재료 유통 과정에서 5~6단계를 줄임으로써, 농민들에게는 안정적인 소비처가 되며, 소비자인 우리 아이들에게는 안전하고 신선한 희망의 밥상, 상생의 밥상이 차려지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먹거리 유통시스템은 땅끝마을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서울의 도매시장으로 올라왔다 다시 지역으로 내려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급식운동은 그동안 그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그 지역에서 우선 소비하고 남는 생산물을 수도권에 연결해 왔다. 그 결과 에너지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친환경 우리 농산물 사용으로 친환경 농업생산기반을 확대하는 등 이미 한국사회에서도 학교급식 운동을 통해서 “로컬푸드”운동이 2003년부터 꾸준히 진행됐다.

우리나라의 먹거리 유통시스템은 땅끝마을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서울의 도매시장으로 올라왔다 다시 지역으로 내려간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급식운동은 그동안 그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그 지역에서 우선 소비하고 남는 생산물을 수도권에 연결해 왔다. 그 결과 에너지 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직거래 친환경 무상급식 실현”이 담고 있는 다양한 가치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다.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살리고, 땅과 물을 살리며,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고, 농가소득을 올리고, 친환경농업 기반을 확대하며,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며,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 전국에서 실천으로 입증되고 있다. 그러므로 차별과 상처 없는 행복한 미래의 밥상을 우리아이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0순위로 진행해야 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이고 의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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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은 전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 운동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농업 농촌의 문제는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문제이다. 국민 농업의 목표는 농민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생활권 보장과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기본권의 보장이다.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소비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먹거리 기본권)에 속하고, 국가는 그것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먼저 안전한 먹거리의 보장을 위해 무엇보다 국내 먹거리 자급력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하며 그것은 식량주권 실현이다. 다음으로 안전한 먹거리의 보장은 생태환경이 지속 가능한 농업으로 실현되어야 한다. 먹거리와 에너지 자원과 생태환경의 위기에 대처하는 국민농업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가지고 사회적으로 많은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정 정책 사안을 가지고 팽팽하게 대립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 사안의 본질적 요소가 무엇이었는지를 잊지 않는 것이다.
주민투표 무상급식 논쟁에는 그런 본질적 고민이 없었다. 부자급식, 세금급식, 망국적 포퓰리즘 등 억지 논리로 자격 미달인 대권주자의 대권놀음에 무상급식이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보여 주었다. 우리 아이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삶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밥상조차 차려주지 못하는 사회, 정치인이라면 존재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나는 우리 사회 정치인들이 이제는 그런 정도의 성숙함을 국민에게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친환경 무상급식은 교육청과 지자체의 지원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지방정부의 재정상황에 따라 지역별 편차가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충북 등 전면무상급식을 시행하는 지역에서 초등학교에 다니면 무상급식을 받을 수 있지만, 경북 등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면 무상급식을 받을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차별을 없앨 수 있을까? 온 국민이 차별 없는 보편적 복지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이를 책임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급식이 의무교육의 일환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중앙정부가 책임을 지도록 학교급식법을 전면 개정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정책마련이 시급하다.
이에 정부 재원에 의해 보육시설부터 고교까지 친환경 우리 먹거리의 학교급식 전면화는 물론, 공공급식 전반으로의 확대 및 통합추진을 실현하고, 이를 위해 안전하고 민주적인 공공급식체계를 구축하여, 공공조달에서의 도농공생 정책이 조속히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을 최대로 발휘시켜, 우리 국민 모두의 이해·지지·응원·참여속에 지속가능한 국민 먹거리를 실현하는 것은, 도농공생에 의한 국민의 먹거리 기본권 실현(건강권, 식량주권, 먹거리 복지권)의 바탕이 될 것이다. 이에 국민에게, 지역사회에, 그리고 국민경제 전반에 혜택이 돌아가는 우리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생산농가의 평균소득을 가능한 도시 노동자가구의 평균소득 수준으로 보장하는 획기적인 도농공생 정책을 추진해야 하며, 특히 복잡 다단계의 유통구조를 전면 재편하여 도농 직거래 중심의 지속가능한 도농공생형 먹거리유통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필자 배옥병: 사단법인 학교급식 전국네트워크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