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쪽 뉴질랜드는 지금 가을이다. 점점 따뜻해지는 우리나라와는 계절 시계가 정확히 거꾸로 간다. 우리가 바쁜 농번기를 향해 달려간다면 이들에게는 조금 여유 있는 시간들이 다가온다. 이즈음부터 뉴질랜드의 젊은 농업인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뉴질랜드 젊은 영농인 모임「New Zealand Young Farmers(NZTF)」의 본격적인 경연이 시작되는 것이다.
젊은이라면 누구나 함께한다
뉴질랜드 영 파머스(NZYF)는 실용주의적인 뉴질랜드인들에게 삶 즐거움을 더해주는 사교 모임이다. 특히 뉴질랜드 젊은 농부들의 교류를 위한 비영리 단체로 농업에 종사하거나 혹은 농업에 관심과 관련이 있는 15세~31세의 젊은이들이라면, 농촌이든 도시든 삶의 터전에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 단체는 현재 전체 7개 지역군(북섬 4개 지역, 남섬 3개 지역)으로 나뉘어 다양한 취미활동을 위한 각종 동호회 활동을 이끌고 경연대회(NZYF Contest)도 주관한다.
단순한 친목도모를 넘어서 회원들 간의 정보교환, 네트워킹, 리더십 개발 및 교육 참여의 기회를 넓히는 것이 NZYF의 목적이다. 10명 내외로 시작하는 동호회모임이 영 파머스의 기본 조직인데, 정규모임을 갖고 서로 교류를 하면서 정보교환, 컨설팅 및 영농 교육이 자연스레 이루어진다. 물론 중앙 조직의 헌장을 기초로 하지만 각기동호회의 특성에 맞는 공동체 정신을 지니고 그 안에서 참된 친구와 함께 자기 개발과 살아가는데 필요한 실용적이고 다양한 기술을 익히는 기회를 얻는다.
우리나라 영농단체들이 지자체나 국가의 지원을 받는 것과는 달리 뉴질랜드 영 파머스는 자발적인 모임으로 회원들의 연회비와 회원사등의 지원으로 운영한다. 회원은 1년에 70NZ$ (1NZ$=880원,이하 $)의 회비를 납부하며, 만 15세 미만은 어린이 회원(Agrikids)으로, 31세 이상 성인은 지원자로 각각 30$의 연회비를 내고 참여할 수 있다. 현재 NZYF에는 1,500명 이상의 회원들이 가입해 있고(전체 농업인구의 약 2% 수준임) 뉴질랜드 전체 1,800여 가지의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매년 25개 이상의 신규클럽이 생겨나고 있다.
영 파머스의 젊은이들은 클럽활동을 활발히 함으로써 사회적인 연대 및 개인의 개발을 통해 지역사회에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으며 경영인(목장주)들에게는 사회-경제적인 이익을 안겨주고 동료들의 농업 참여에 동기를 부여하는 등 뉴질랜드 농촌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축제, NZYF 경연대회
다양한 NZYF의 활동은 크게 회원들의 개별적인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들과 전체 산업 발전을 위한 회원활동으로 나눌 수 있다. 개인의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들에는 농촌지역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무료제공), 개인의 참여를 통한 발전(지역별 회장 및 임원직), 지역별 특별강좌를 통한 교육 참여(멘토링, 부기, 각종 농업기술교육 및 응급처치법 등)와 경연대회 참가 등을 들 수 있다. 산업 발전을 위한 참여 프로그램으로는 농민조합 등이 제공하는 장학금 수여를 통해 해외 봉사활동을 하는 프로그램과 타 농업 기관들과의 협조를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매년 개최되는 남반구에서 가장 큰 농업 박람회(Mystery Creek National Field Days)에 참여하여 관계자들을 지원하는 활동이나 지역별 학교에서 운영하는 농업관련 이벤트에 참여하여 이들 행사를 지원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NZYF의 중요한 활동 중 하나는‘NZ Young Farmers Contest’라 부르는 전국단위 경연대회다. 우리나라 영농학생 전진대회와 비슷하지만 그 내용은 차이가 있다.
먼저 22개 소지역별(District competition) 소속 클럽에서 약 400여명의 참가자들이 예선을 치른다. 소지역별예선은 매년 12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 펼쳐지며 1위~3위 사람들이 3월~5월에 지역별 결선(Regional final)에서 다시 만난다. 각 지역 결선에서 우승한 7명이 최종 결선(Grand Final)에서 겨루며 최종 결선은 7월 중순에 3일간에 걸쳐 이루어진다.
경연대회의 종목들은 농장에서 실제 이용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기본으로 하여 선정되는데 지역 예선의 경우 참가하는 사람 모두가 이런 기술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예를 들면 펜스 치는 법, 사륜모터바이크, 기계 사용, 응급처치, 초지관리, 재무관리, 요리, 인터뷰 및 가축관리 등이다. 이 외에도 농업기술과 일반 상식에 관한 퀴즈를 포함한다. 이러한 내용들이 지역예선을 거쳐 지역 결선 및 전국 단위의 최종 결선까지 유사한 형태로 진행이 되지만 그 내용과 난이도가 점점 어려워진다. 최종 결선은 TV로 중계방송 되며 최종 우승자는 경연대회 스폰서로부터 10만 달러 상당의 상금과 상품을 받게 된다. 기타 결선 참가자들에게도 NZ$ 5천(50만 원) 정도가 상금으로 주어진다. 또한 최종 우승자는 뉴질랜드 농업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되는 영예를 누리게 된다.
경연대회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뉴질랜드에서 제일가는 농부를 찾는 것과 친선 도모의 축제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을 통한, 경연을 위한 경연이 아니라 그야말로 농업인들의 축제, 서로가 도와주고 선의의경쟁을 이끌어 주는 풍토를 배경으로 새로운 농촌문화 및 교육의 장이 되는 것이 바로 뉴질랜드 젊은 농업인들의 경연 대회라 할 수 있다.
한국 젊은 영농인 모임(KOREA YF)을 기대한다
NZYF의 활동들에는 이외에도 크고 작은 독립적인 경연으로 작문, 사진, 영화, 예술 등 다양한 부문이 있다. 농업인 경연대회가 NZYF의 활동의 전부는 아니다. 인구 4백만을 조금 넘는 뉴질랜드는 21세기 미래의 희망을 농업과 농촌에서 찾고 있다. 그 중심에는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젊은 농업인들이 있다. NZYF는 이들에게 삶의 활력과 배움의 기회 그리고 나아가 리더십을 심어주고 뉴질랜드만의 독특한 문화를 선도하고자 하는 단체이다.
NZYF에 대한 이야기들을 정리하면서 필자가 느낀 바는 한국의 농업 그리고 특히 농촌 젊은이들의 문화와 이들을 위한 진정한 배려이다. 한국은 도시와 농촌간의 격차가 존재하고 아직은 도시에서 얻을 수 있는 문화와 편리성들이 농촌에는 부족하다고 본다. 비근한 예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TV 프로그램 중에‘1박2일’이나 종영한‘패밀리가 떴다’등의 예를 들 수 있다. 이들 프로그램을 보면 배경은 농촌이지만 여전히 농촌의 문화를 향유하는 것은 도시에서 내려온 도시의 젊은 사람들이고 그들만의 편의와 편리성에서 바라보는 우리 농촌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측면에서 필자는 한국의 ‘농업인과 농촌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 대한 진정한 배려’에 대한 대안을 NZYF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NZYF는 농업인이 중심이 되어 도시인을 끌어들이고 농업과 농촌 문화에 진지하게 참여하게 하는 대표적인 모임이다. NZYF와 같이 농촌 젊은이들이 중심이 되어 도농 소통을 이끌고 농촌 문화를 이끌어갈 참신한 클럽 문화가 한국에도 정착되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소망이다.
※뉴질랜드 영 파머스(www.youngfarmers.co.nz)
“만일 농업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정부 정책도 점점 농부들에게 불리해질 것이며, 투자가들도 더욱 농업을 멀리하게 될 것이다. 웰링턴(뉴질랜드 행정수도)의 젊은 농부클럽의 출범은 도시와 농촌 사이의 견해 차이를 줄일 수 있는 중요한 가교로서 긍정적인 첫 걸음이다……. 비록 도시에 살고 있는 이들이 농업에 대해 이해를 잘 하지 못하더라도 뉴질랜드 경제의 근본은 현재도 농업이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뉴질랜드의 젊은 농업인들은 나라의 중심이 되는 산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2008년 NZYF 작문 대회 수상작 중
※필자 김태훈: 농학박사, 뉴질랜드농업연구소장(www.nov08.com). 뉴질랜드 농업연수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뉴질랜드와 한국의 농업교류협력에도 힘쓰고 있다.
※사진제공: 뉴질랜드 영파머스클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