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지키는 안전한 밥상 만들기”
전라남도 담양군 수북면의 끝자락, 영산강 줄기가 흐르는 마을에는 전우치가 묻어두었다는 황금대들보의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하얀 눈이 쌓여 있는 것 같이 늘어서 있는 비닐하우스에서는 쌈채소와 토마토 같은 농산물이 건강하게 쑥쑥 자라고 있다. 이 곳 친환경농업담양교육관에서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소비자들 40여
명이 함께 1박2일간의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모든 것이 느리게 가는 시간 속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들 제 속도로 열심히 살고 있는 마을. 직접 채취한 나물을 삶고 말리고, 손수 재배한 채소로 장아찌를 만들며 자연의 속도로 자란 농산물로 밥상이 차려진다.
밥상위의 채소들은 어디서 어떻게 자라는 걸까. 유기농 쌈채소와 토마토가 자라는 현장을 둘러보는 시간.
“농민은 농사를 짓는 사람이 아니라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두리농원 김상식 대표의 설명을 들으며 서있자니 장난섞인 핀잔이 귀에 들어온다.
“아 농장 와서 상추를 봤는디 왜 손이 안간다요. 얼른 하나 따서 잡숴보소.”
서둘러 상추를 떼어 입에 가져가니, 어릴 적 집 앞 텃밭에서 따먹었던 상추처럼 쌉싸래한 맛이 입안에 감돈다.
화학비료와 농약 대신 부엽토를 발효시켜 만든 퇴비와 목초액, 감초등을 섞어 숙성시킨 액체비료, 하우스 천장에 달린 여러 개의 스프링클러가 수분공급뿐만 아니라 병해충도 방제해준다는 설명에 소비자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저희 농원) 채소 가격은 늘 일정해요. 그런데 시중보다 저렴할 때는 별말 없다가 비싸면 불평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채소 값이 내려가도 또 갑자기 올라가도 생산할 때 들어가는 기본적인 생산비용은 비슷하기 때문에 일정한 가격을 유지하는 겁니다.”
소비자들이 제값을 치르고 좋은 먹을거리를 선택해야 좋은 먹을거리가 많이 생산된다는 것이 김민자 대표의 말이다.
“우리가 글자를 모르면 뭐라고 합니까? 문맹이라고 하지요? 음식이 어떠한 과정으로 만들어졌는지 모르면 그건음식문맹입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돼지고기가 있죠? 우리가 아무리 좋은 재료를 넣고 요리를 했다 하더라도 돼지를 키울 때 성장호르몬제, 항생제를 잔뜩 넣었다면 그건 건강한 음식이 아닌 것입니다.”김종덕 슬로푸드연구회장의 강연을 들으며 소비자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장아찌 만들기를 하면서 소비자와 농민은 같은 이름이라는 배움도 얻었다. 담양하천습지 탐방, 김영희 명창과 함께한 남도민요배우기, 죽녹원과 메타세쿼이아길 탐방 등 다채롭고 유익한 프로그램은 소비자의 호응으로 이어졌다.
“유기농은 비싸다는 인식이 많았는데 와서 보니 정말 소비자로서 책임감을 느낍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이번과 같은 교육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경기도 일산에 사는 김윤희(41) 주부의 말이다.
재단은 지난 6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우리아이 지키는 안전한 밥상 만들기’행사를 실시해 서울과 수도권 등의 소비자 160명과 우리 농산물의 중요성과 소비자의 역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함께했다.
조선의 실학자 연암 박지원이 청나라에 다녀와 수레의 필요성을 이야기하였다. 사람들은 길이 없어 길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했지만, 그는 수레가 있으면 길은 저절로 만들어진다고 역설했다.
누구에게나 먹을거리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 하지만 선택은 책임을 동반한다. 아무리 좋은 먹을거리라도 소비자들이 외면하면 생산될 수 없는 것이다.
계절에 관계없이 신선한 채소와 과일이 있는‘풍성한’우리의 밥상부터 바꾸어야 한다. 얼마나 먼 곳에서 왔는 지 누가 어디서 어떻게 생산했는지 알 수 없는 농산물들이 생산자와 단절된 채 우리의 밥상을 점령하진 않는가.
자연의 속도로 키운 제철농산물을 찾는 현명한 소비자가 많아질수록 우리의 밥상은 안전해지고 좋은 먹을거리를 착한 마음으로 생산하는 농민들이 많아진다.
‘우리아이 지키는 안전한 밥상만들기’는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는 농업, 농민, 식량주권 나아가 우리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삶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똑똑한 소비자의‘필수’선택이다.
글·조성미 / 교육관리팀장 사진·정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