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처럼 던지는 농민의 진담,
“다섯 가지 농담農談”

연중 농업계에선 농업과 농촌을 둘러싼 현안에 대한 심포지엄과 토론회가 많이 열립니다. ‘농農’에 몸담고 있는 동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결방안과 대안을 제시하는 의미 있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이런 심포지엄이나 토론회를 가보면 연구자와 학자, 혹은 컨설턴트나 정책입안자 등이 중심이고 농민은 들러리를 서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됩니다. 사례 발표나 토론자로 참여하거나 그나마 농민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토론 역시 ‘지정’ 토론자들이 준비한 원고를 발표하는 것에 그치고 마는 경우가 많습니다. 깊이 있는 이야기가 오고가기 어려운 상황인 겁니다.
농민이 없는 ‘농업 농촌’ 토론회에 허탈감과 아쉬움을 여러 번 경험하면서, 농민이 말하는 ‘농’의 이야기를 제대로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농업 농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학자도, 컨설턴트도 아닌 농민이고, 그렇기에 오늘날 ‘농’을 둘러싼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의 실마리는 농민의 이야기 속에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습니다.

2017년 새해, 대산농촌문화 신년기획 ‘공감 토론_2017년 농에 대한 담론’ 지면은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세대가 다른 네 분의 농민과 연구자 한 분 등 총 다섯 분을 모셨습니다. 모든 이슈를 욕심낼 수 없어서 농업소득과 보조금, 6차 산업과 인증제, 농민의 자격과 농민기본소득, 청년농업인 지원과 지역 공동체 복원을 중심으로 다섯 시간이 넘게 열띤 토론을 펼쳤습니다. 농민과 연구자의 의견이 나뉘기도 하고, 또 세대와 지역에 따라 상황, 환경이 다른 만큼 대안도 다르기도 했지만 이렇게 농업 농촌 정책과 제도의 허와 실, 현실적 제안, 그리고 농민의 권리만큼이나 자격과 의무에 대한 진단과 반성까지 벅찬 공감이 이어졌습니다.
좌담이 끝나고 한 농민이 “격렬한 토론회가 아니어서 좋았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다른 시각을 배우고 입장의 차이를 이해하면서, 농민의 목소리를 실컷 나눌 수 있어서 속이 시원하다고요. 또 다른 분은 앞으로 농민이 주제 발표를 하고 전문 연구자들이 토론하는 농민 중심의 심포지엄을 열라는, 신선한 사업 제안도 해주셨습니다.

2017년은 우리 사회에도, 농업계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특히 올해 있을 대선에서는 농민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된 지속 가능한 농업 농촌을 위한 실질적인 공약이 많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이 ‘먹는 것이 곧 농업’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우리가 살기 위해 농업이 필요하다는 공감을 해야 할 것입니다. 경제적 가치로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을 위해, 후손을 위해 농이 필요하다는 것을 공감하면, 자연스럽게 농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고 또 농업 농촌을 위한 정책과 제안도 뒤따를 것입니다.

지난해 우리 국민은 국정농단에 따른 큰 충격과 상실감, 분노와 허탈감을 겪어야 했고, 설상가상으로 농업 농촌 농민은 농업 현실이 보탠 더 많은 괴로움과 절망, 슬픔과 아픔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불행히도 그 상황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신년 좌담회에 함께한 분들은 답답하고 참담한 현실이지만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했습니다. 더 내려갈 곳이 없는 절망의 상황에서 촛불의 힘이 어둠을 깨우고 세상을 움직였듯, 포기하지 않고 힘을 내는 농민과 ‘먹는 것이 곧 농업’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함께 세상을 움직일 것입니다.

2017년에도 변함없이 농민 농촌 농업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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