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農’, 아름다운 동행

– 대산장학생 2018 동계연수기

고품질 우유 생산을 토대로 다양한 낙농체험, 유가공 제품 개발 등 가족농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을 실천하는 은아목장 조옥향 대표(가운데), 김지아 실장과 함께.
고품질 우유 생산을 토대로 다양한 낙농체험, 유가공 제품 개발 등 가족농으로 지속 가능한 농업을 실천하는 은아목장 조옥향 대표(가운데), 김지아 실장과 함께.

지난 2월 20~22일, 「대산장학생 2018 동계연수」가 있었다. 평화나무농장(경기 포천시), 논밭예술학교(경기 파주시), 은아목장(경기 여주시), 씨알살림축산(경기 이천시), 가온들찬빛농장(경기 양평군) 등 경기도 지역의 다양한 농업현장을 둘러보며 ‘농農’과 동행하는 이들과의 만남에서 보고 느낀 장학생들의 기록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농업을 즐기는 날’을 꿈꾸게 해준 평화나무농장
유기농은 나와 땅, 우리 모두의 미래를 지키는 일
유기 농사를 짓는 부모님을 새롭게 이해하게 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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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권 대표는 “농장에서 펼쳐지는 하루하루가 즐겁다”며 “농사는 물론 힘든 노고이지만 그 안에 휴식과 즐거움, 주체적인 삶이 주는 기쁨이 포함되어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김준권 대표는 “농장에서 펼쳐지는 하루하루가 즐겁다”며 “농사는 물론 힘든 노고이지만 그 안에 휴식과 즐거움, 주체적인 삶이 주는 기쁨이 포함되어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경기도 포천에 자리한 평화나무농장의 김준권, 원혜덕 대표님은 생명역동농법을 통해 작물과 가축을 키우고 있다. 김준권 대표님은 식량 증산이 최고 목표였던 1970년대부터 유기농업을 꾸준히 하며 생명역동농법BIO-Dynamic Agriculture을 우리나라에 도입하고 실천하며 많은 이들에게 널리 알리고 있다. 김 대표님은 “좋은 재료가 좋은 음식을 만든다.”며 내 몸의 세포는 내가 선택한 것에 의해 생성된다고 말씀하셨다. 또한 유기농은 몸의 건강뿐 아니라 땅의 건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셨다.

생명역동농법에 쓰이는 증폭제 제조기를 견학 중인 학생들. 김준권 평화나무농장 대표는 자동 제조기를 개발하고 농사 달력을 배포하는 등 생명역동농법 확산에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명역동농법에 쓰이는 증폭제 제조기를 견학 중인 학생들. 김준권 평화나무농장 대표는 자동 제조기를 개발하고 농사 달력을 배포하는 등 생명역동농법 확산에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귀농해 유기 농사를 짓고 계신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많이 접한 유기농은 내게 너무나 친숙했다. 그렇지만 항상 내 주변 가까이 있는 것이었기 때문인지, 유기농 식품은 내게 그저 ‘덜 맛있는 음식’이라고 여겨졌다. 연수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는 왜 굳이 이렇게 힘들게 작물을 기르실까? 이렇게 열심히 작물을 기르면 누가 알아줄까?’라는 생각을 가끔 했다. 하지만 김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유기농의 가치가 진심으로 와 닿았다. 좋은 것을 먹어야 건강해질 수 있고, 후세에 물려줄 땅을 지키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까지 많이 생산해서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여겼던 내가 부끄러웠다. 그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묵묵히 유기농을 고수하는 농민에게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유기농을 하는 것은 쉽지 않고, 농약 없이 상품성 있는 작물을 기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김준권 대표님은 이렇게 힘든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일을 즐기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은 힘이 들지 않고 즐겁다는 이야기다. 더운 여름에 아버지의 농사일을 돕는 것은 내게 너무나 힘든 일이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진 찍기와 음악을 할 때는 어렵고 막히는 것이 있어도 즐기면서 해결하고 별로 힘들지 않았던 것 같다. 농사를 즐기면서 할 수 있다면 그만큼 행복한 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인안 / 대산농업리더장학생, 충북대 산림학과

 

“농사는 예술, 농부는 예술가입니다” 논밭예술학교
‘콩 세 알을 심는 농부의 마음’
이 땅의 흙과 생명을 소중히 다루는 것이 우리의 사명
논밭예술학교에서 만난 천호균 쌈지농부 대표님은 농사를 ‘예술’로 정의했다. 작가가 긴 고뇌 끝에 위대한 작품을 만들 듯, 농부는 오랜 시간 정성 들여 생명이 깃든 곡식과 농산물을 창조해낸다. 시를 짓듯, 소설을 짓듯, 그렇게 농부는 땅과 곡식을 짓는다. 천 대표님은 농사를 가장 위대한 예술 작업 중 하나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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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생태, 문화에 대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논밭예술학교 정금자 대표와 대산장학생들.
예술, 생태, 문화에 대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논밭예술학교 정금자 대표와 대산장학생들.

미국의 농부시인 웬델 베리도 「온 삶을 먹다」에서 농부는 “하느님 신비의 분배자”라고 표현했다. 만물과 대지를 창조하고 가꾸어가는 신의 역할을 농부는 작물을 돌보며 깨닫고, 그 신비를 직접 자연 속에서 실천한다. 이러한 섭리를 발견해 ‘창조’라고 표현하고, 신의 창조와 가장 가까운 것이 바로 ‘농’이라고 하신 천 대표님의 말씀이 인상 깊었다. 실제로 성경에는 “You are GOD’s husbandry(너희는 하나님의 밭이요)”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하나님이 사람을 정성스레 일구고 가꾼다는 뜻이다. 신이 인간을 한 평의 소중한 ‘밭’처럼 다루는데, 그 신의 손길을 받는 인간도 이 땅의 흙과 생명을 소중히 다루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땅속 벌레, 하나는 하늘 동물, 하나는 이웃을 위해 콩을 심는다는 농부의 마음. 쌈지어린이농부학교에서는 처음 한해 텃밭농사를 시작할 때 이 ‘콩 세 알을 심는 농부의 마음’을 가르친다고 한다. 자연과 공존하고 이웃과 나누기 위해 짓는 한 평의 밭을 정성스럽게 가꾸는 ‘농’의 정신을 기억하면서 살면, 흙과 생명과 자연을 대하는 나의 태도도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 농업을 ‘예술’로 정의하고, 농업에 디자인을 접목해 새로운 문화를 일구어가는 ‘쌈지농부’와 논밭예술학교의 활동 또한 이미 그 자체로 타자와는 전혀 다른 자신만의 ‘창조’를 이루어가고 있는 것 같다.

조현아 / 대산농업전문언론장학생,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농업PD과정

 

유기축산의 가능성을 확인한, ‘씨알살림축산’
1990년대 초부터 친환경 축산․가공
이익보다 ‘옳은 방식’을 찾다

이경우 씨알살림축산 본부장은 대형 곡물회사 위주로 편성되어 있는 현 먹거리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Non-GMO 사료를 지향하는 소규모 농가 축산의 의미를 이야기했다.
이경우 씨알살림축산 본부장은 대형 곡물회사 위주로 편성되어 있는 현 먹거리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Non-GMO 사료를 지향하는 소규모 농가 축산의 의미를 이야기했다.

졸업 후 유기축산을 할 계획을 세우며 ‘유기 농산물, 유기 축산물을 생산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했는데, 이번 씨알살림축산 방문을 통해 유기 축산물만 취급하여 가공품을 만드는 곳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씨알살림축산은 1990년대 초부터 친환경으로 기른 가축을 가공하여 판매하고 있다. 선구자적인 도전이었기에 초창기에는 투자에 따른 큰 손실을 감수하셨겠지만, 시대의 주류에만 의지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농업을 실천하는 모습을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씨알살림축산의 가공장. 친환경 축산 농민과의 협력, 건강한 축산 가공으로 지속 가능한 경축순환농업의 고리를 만들어가는 사례를 확인했다.
씨알살림축산의 가공장. 친환경 축산 농민과의 협력, 건강한 축산 가공으로 지속 가능한 경축순환농업의 고리를 만들어가는 사례를 확인했다.

나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농부라는 꿈을 가지고 농고-농대에 진학했지만, 최근에는 여러 가지 현실과 직면하고 다른 삶의 가능성을 살피며 어릴 적 꿈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었다. 가끔은 나 자신에게 정말 내가 농업을 사랑하고 종사하고 싶은지 의문이 들던 시기도 있었다.
농업이란 스스로 생각해도 옳은 것, 남이 생각해도 맞는 것을 실천한다면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그 길이 울퉁불퉁한 길이더라도, 나 자신이 확신하며 갈고 닦는다면 이후엔 모든 사람이 인정하며 그 길을 따라갈 것이다.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부심을 느끼며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농업을 하고 싶다.

홍해송 / 대산농업리더장학생, 전남대 동물자원학과

경기도 양평에서 유기농 딸기농사를 지으며 다양한 체험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가온들찬빛농장. 노태환 대표의 안내로 학생들이 유기농 딸기를 수확하고 있다.
경기도 양평에서 유기농 딸기농사를 지으며 다양한 체험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가온들찬빛농장.
노태환 대표의 안내로 학생들이 유기농 딸기를 수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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