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형 직불제,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농업가치 헌법반영 운동 과정에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전 국민적 관심으로 확산되었다. 지역에서는 농민수당 논의가 들불처럼 번져가고, 공익 증진 직접지불제도가 국회를 통과해 농정의 핵심 내용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논의와 정책은 시작에 불과하며, 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내용이 정책으로 확고히 자리잡고 확산되기 위해서는 많은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2020년 정부예산에 공익형 직불제 예산으로 2조4천억 원이 편성되고, 공익형 직불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해 5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지급 기준, 지급 단가 준수 의무 및 이행점검 그리고 부정 수급 방지 대책, 재배면적 의무 부과 등 구체적 내용을 하위 법령으로 규정하고 있어 공익형 직불제 실행에 따른 실질적 논의를 짧은 기간 안에 추진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특히 기존 쌀 가격 안전장치였던 변동형 직불제 폐지에 따른 현장 농민들의 우려를 해소할 만한 쌀 가격 안정 대책 역시 풀어야 할 숙제이다.
  많은 어려움과 과제에도 불구하고 농업의 공익적 가치가 농정의 중심으로 자리해야 하는 이유는 그간 추진되어 온 개방농정으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농업과 먹거리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전 세계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화 지향 농정에서 환경과 지속 가능성, 생태 지향성을 추구하는 농정으로 변해가고 있다. 공익형 직불제는 어느 누구의 특혜가 아닌, 농업·농촌, 환경과 먹거리로 연관되는 불특정 다수(모두)의 호혜를 바탕에 두는 사회 전체의 이익이다.
  공익형 직불제는 경쟁력 중심의 생산주의 농정에서 다원적 농업으로 전환하는 농정을 위한 근본적 개혁의 시작이다. ‘공익형 직불’의 의미는 농업 생태계 안에서 농업 생산을 생태 환경 보전과 병행하여, 국민과 농업인이 지속 가능한 농업과 먹거리라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사회에 이익이 순환되고, 사회가 농업을 포용하는 새로운 사회농업 패러다임의 시작이다.
  우리 농업·농촌이 나아가야 할 좌표로 직불제 논의에서 중심에 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생산주의 개방 농정의 개혁과 대안으로 공익 기여 직불이어야 한다. 생산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경쟁력 위주의 농정에서 생태와 환경 보전을 중심으로 하는 지속가능한 농정으로의 대전환을 위한 정책 수단의 직불제여야 한다. 이는 기존의 농정 평가, 예산 구조조정, 농정 추진체계 재편을 의미한다. 둘째, 공익형 직불제의 확대를 위해서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하고, 농민의 공익 활동의 구체적인 실증 내용에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는 농민의 생산 및 농촌 생활에서 객관적 실천 활동의 공익성을 담보하는 내용이며, 이에 관한 가치의 보상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익형 직불제는 우리가 ‘포용국가, 포용사회와 공동체’로 발전하는데 농업, 농촌,농민의 기여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다. 여러 가지 산업들 중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환경을 근본적으로 복원하고, 생태계 속에서 지속 가능하며, 새로운 사회경제를 창출하는 것은 ‘농업’이 유일무이하다.
  공익형 직불제를 통해 농민은 정당한 가치의 직불을 받고, 소비자는 건강한 먹거리와 생태 환경을 제공 받는, 지속 가능한 사회의 미래를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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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영재: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회장, 한국친환경농업협회 회장, 대통령직속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 제1분과(농어업분과)위원장. 농업 생태 환경을 보호하고, 국민의 건강한 먹거리에 부응하는 친환경농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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