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애 효덕목장 대표
[편집자 주] 농민과 소비자가 만나 음식과 이야기를 나누는 ‘대지의 밥상’이 ‘ON-대지의 밥상’으로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ON(온라인), 모든(온), 따뜻함(溫)의 의미를 담아 ‘대산가족이 차리는 지혜로운 밥상’을 소개하는 코너로 웹진webzine.dsa.or.kr에서는 ‘움직이는 사진’을 통해 요리 과정을 더욱 생생하게 볼 수 있습니다. 농민이 키우고 거둔 건강한 농산물로 만드는 지혜로운 밥상, 첫 번째 주인공은 이선애 효덕목장 대표. 그가 차리는 맛있는 밥상을 만나봅니다.
소는 풀을 먹고 자란다
충남 천안시 효덕목장. 아담한 목장에는 70여 마리의 젖소가 풀을 먹으며 살고 있다. 이선애 대표와 남편 김호기 씨는 소에게 먹일 풀을 직접 농사지으며, 땅에는 농약과 화학비료 대신 소두엄을 뿌린다. 30년 넘게 고집해온 이른바 ‘순환 농법’이다.
“농작물에 소두엄이 제일 좋아요. 옛날에는 농사지으려고 소도 일부러 키웠잖아요. 소똥을 부숙시켜서 밭에 주면 돼요.”
이선애 대표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밭에 새로운 씨앗을 심는다. 봄에는 청보리 또는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여름에는 피, 가을에는 연맥을 재배한다.
“매년 받았던 유기농 인증을 지난해 3월에 포기했어요. 땅을 빌려서 농사지으니 인증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요. 몇 년 동안 거름을 줘서 땅을 살려 놓으면 땅 주인이 돈을 더 받고 인삼 농사짓는 농민에게 빌려줘요. 10년을 이렇게 반복하니 너무 힘들더라고요.”
유기농은 포기했지만, 우유에 담는 정성은 변함없다. 그는 여전히 풀을 길러 소에게 먹이고, 건강한 풀을 먹고 자란 소가 내어준 우유로 유제품을 만든다.
충분한 보살핌, 온전한 기다림의 시간
이선애 대표는 ‘목장형 자연 치즈 콘테스트’에서 금상을 6차례 받은 치즈 장인이다. 그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에서도 치즈 만드는 과정에 공을 들인다.
“치즈를 만들 때 신경을 집중해야 하거든요. 가족이나 친구랑 싸우면 치즈가 안 만들어진다고 얘기해요. 어느 날은 어떤 학생이 저를 따라와 ‘선생님, 저 형이랑 싸웠는데 치즈가 안 만들어지면 어떡해요?’ 라고 말하더라고요.(웃음)”
숙성치즈 보관실에 들어서면 각기 다른 크기의 노랗고 둥그런 치즈들이 선반 위에 가지런히 올려져 있다. 여기서 제일 오래된 치즈가 어떤 것이냐고 물었더니, 이선애 대표는 2008년 목장형 자연 치즈 콘테스트에 처음 출품하여 은상을 받은 18kg짜리 베르크Berg 치즈를 번쩍 들었다. 그는 치즈를 살피면서 “치즈를 만든다는 건 시집살이를 시작하는 것”이라며 웃었다.
“날마다 ‘문안 인사’를 드려야 해요. 유산균이 활발하게 활동하는지 확인하거든요. 갓 태어난 아기를 한쪽으로 재우면 머리가 비대칭이 되잖아요. 치즈도 마찬가지예요. 모양을 잡으려면 하루에 한 번씩 뒤집어줘야 해요.”
한 끼라도 건강하게 챙겨요
효덕목장에 새콤달콤한 냄새가 퍼진다. 치즈 가루를 듬뿍 얹은 토마토 스파게티,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곁들인 요거트 샐러드와 치즈 카나페까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을 위해 격려와 위로를 담아 차린 한 상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한 끼라도 건강하게 챙겨 먹어야죠. 유제품에 포함된 유산균은 면역력 강화에 좋아요. 몸속에 안 좋은 균이 자라는 걸 막아주는 역할을 하죠. 소화도 쉽고, 칼슘도 많고요.”
‘건강한 먹거리’를 나누겠다는 이선애 대표의 철학이 그대로 담긴 밥상을 보고 있으니, 효덕목장 한편에 곱게 적힌 어느 농민의 노랫말이 사뭇 와닿았다.
“먹는다는 건 씨와 싹과 꽃과 열매, 한 해 농사를 먹는 것이다. 먹는다는 건 해와 달과 비와 바람, 땅과 하늘을 먹는 것이다. 온 생명을 먹는 것이다.”
(손정희 씨 자작곡 ‘먹는다는 건’)
# 스트링 치즈 만들기
1. 저온 살균 우유 1ℓ를 냄비에 담아 35℃까지 중탕한다.
2. 살짝 따뜻해진 우유에 유산균 0.03g을 넣고 40분간 기다린다.
3. 우유를 응고시키는 레닛rennet 0.19㎖를 찬물에 10배 희석해서 넣고 45분간 기다린다.
4. 칼을 이용해 순두부처럼 뭉쳐진 우유를 바둑판 모양으로 자른다.
5. 5분 뒤 우유를 42℃까지 데우고, 30분 동안 천천히 젓는다.
6. 거름망을 이용해 덩어리진 우유(커드)와 물(유청)을 분리한다.
7. 길게 늘려 모양을 잡은 커드를 찬물에 식힌 뒤 소금물(20%)에 약 20초 정도 담갔다가 꺼내면, 맛있는 스트링 치즈 완성.
# 치즈 듬뿍 토마토 스파게티 만들기
1. 토마토에 십자 모양 칼집을 내어 팔팔 끓는 물에 넣었다가 꺼낸다.
2. 토마토의 껍질을 벗겨 알맹이만 냄비에 넣고, 토마토와 양파 등을 다져서 만든 소스를 더해 뭉근한 불에 익힌다. 미리 만들어놓은 소스가 없다면 시판용 소스를 사용해도 괜찮다.
3. 스파게티 면을 8분 동안 삶아서 건진 뒤,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오는 소스에 넣고 섞는다.
4. 스파게티를 접시에 담고, 그 위에 고다(하우다, Gouda) 치즈를 곱게 갈아 뿌린다.
# 요거트 샐러드와 치즈 카나페 만들기
1. 투명한 용기에 요거트를 붓고, 딸기와 사과 등 기호에 맞는 과일을 한입 크기로 잘라 넣어 샐러드를 만든다.
2. 얇고 잘게 썬 빵이나 크래커 위에 크림 치즈, 모차렐라mozzarella 치즈 등 각종 치즈와 그에 어울리는 과일과 채소를 조합해서 올린다.
3. 상큼한 맛을 더하고 싶으면 발사믹 식초를, 단맛을 좋아하면 과일청을 곁들이면 좋다.
글·사진 이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