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와 그래프로 보는 지역의료 격차

  지역의료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일부의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정작 의료 격차를 피부로 직접 느끼는 지역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의료 체계를 강화하려면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주체 못지않게, 결정을 받아들이는 국민의 의견이 필요하다. 그 근거가 ‘의사가 부족하다, 아니다’와 같은 언쟁으로만 채워지지 않도록, 국내 의료 격차 현황을 통계와 그래프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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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농촌재단

논란의 중심, 의사 수
  2020년 7월, 정부와 여당이 2018년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 재추진을 위해 2024년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4대 정책(의대 증원, 공공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에 크게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 달 ‘집단 휴진’에 나서겠다고 전했다. 그들이 들고나온 플래카드에는 “문제는 인원이 아니라 배치”라고 적혀 있었다.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2018년 우리나라 임상 의사 수가 OECD 국가 중에 세 번째로 적다는 통계를 내놓은 데 반박하는 문구였다.
  정부도, 의료계도 지역의료 격차의 심각성을 인정한다. 2018년 통계청이 내놓은 ‘한국의 사회동향’에서는 “의료 인력이 모든 지역에서 증가하고 있으나 대도시 중 특히 서울 집중이 심화되고 있다”며 “최근 대도시의 병원 수는 증가하고 중소도시와 농어촌은 감소한다”고 보고했다. 통계청이 첨부한 서울대 자료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서울 의사는 2.9명, 대도시(서울과 6개 광역시) 의사는 2.4명, 중소도시(도의 시 지역) 의사는 1.6명, 농어촌(도의 군 지역) 의사는 1.2명이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최근 기록을 보면 2019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 종사 의사(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수는 전국 평균 3명이다. 서울이 4.4명으로 제일 많고,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를 제외하면 경북이 2.1명으로 제일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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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까지’ 서울 6분, 제주 45분
  2020년 11월 보건복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의료 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지역의료 현황 및 문제점으로 가장 먼저 “거주지역에 따라 응급·중증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격차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당국은 서울대 연구 자료를 제시하여 “입원환자 사망비(HSMR, Hospital Standardized Mortality Ratio)는 충북이 서울보다 1.4배, 뇌혈관질환환자 사망비는 충북이 부산보다 1.5배, 응급환자 사망비는 대구가 서울보다 1.2배 높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행한 ‘2019 국토모니터링 보고서’를 보면, 환자가 시속 30km 자동차를 타고 응급의료시설에 도달하기까지 서울에서 평균 6분(2.97km), 제주에서 평균 45분(22.50km)이 소요된다. 전 국민의 88.17%(약 4562만 명)는 차량 이동으로 평균 20분(10km) 안에 응급의료시설을 찾을 수 있는 서비스권역에 살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확산에 취약한 계층인 7세 이하 영유아와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17.09%(약 195만 명)이 응급의료시설에서 20분(10km) 이상 떨어진 곳에 거주하며 지역별 격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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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도착 전 사망자 하루 평균 8명
  의사와 병상 부족 등을 이유로 응급환자가 재이송되는 사례는 점점 늘고 있다. 지난 10월 1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아 공개한 ‘119 구급대 재이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응급실 도착 전 사망자는 7715명으로 하루 평균 8명이 사망했다. 연도별로는 2018년 3553명, 2019년 2806명, 2020년 7월까지 1556명이다.
  이국종 아주대 의과대학 교수는 저서 《골든아워2》에 그간 중증외상센터에서 지켜본 생과 사의 경계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중증외상 환자들은 준종합병원에서 대학병원으로 왔고, 대학병원에서 받아주지 못한 환자들은 밖으로 밀려 다시 준종합병원으로 갔다. 환자들은 늘 밀려오고 밀려갔다. 대학병원에서 떠밀린 환자들이 다시 준종합병원으로 향할 때, 일부는 간신히 적절한 치료를 받았으나 많은 경우는 죽음을 맞이했고, 숨을 잃은 자들은 영안실로 옮겨졌다. 그곳은 마지막 종착지였다. 더는 살아서 괴롭게 병원과 병원 사이를 떠돌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은 망자에게 위안일지 모르지만, 살아남은 자들의 울음은 애끊을 듯 슬펐다.”(이국종 《골든아워2》 9페이지, 흐름출판)

  통계 속 숫자의 크고 작은 차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어서 전문 논객 3명에게 지역의료의 현상, 현장, 대안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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