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남아 있을 때

 강용

Hand drawn retro pocket watch지구가 참 뜨겁다. 불과 몇 년 전까지 ‘기후변화’로 표현했는데 ‘이변과 위기’를 넘어 이제는 ‘재앙’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지구가 견디기 힘들다고 수위를 높여가면서 경고했지만, 인간의 과도한 자극에 가뭄, 홍수, 태풍, 산불 등을 통해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 사람도 미열에 앓아눕고 심하면 사경을 헤매는데 지구인들 오죽했겠는가.
  최근 100년 동안에 지구의 온도가 1℃ 높아졌다. 지구의 역사 중 가장 충격적인 온도 변화는 약 5500만 년 전 평균 5~6℃ 상승한 것이라고 한다. 2만 년에 걸쳐 변했으니 1℃에 약 4000년이 소요되었다. 물리학자들의 계산에 의하면 200년간 매초 원자폭탄을 4개씩 터트리면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우리는 4000년의 변화를 단 100년 만에 변화시켰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량은 농축산업 14%, 식품 전반으로 확장하면 30%대로 늘어난다고 한다. 우리 농축산업은 2.9%(에너지 포함 3.4%) 정도로 비중으로만 보면 높지 않지만 1인당 배출량 세계 6위이고, 식량자급률이 낮아 수입, 유통되는 먹거리 전체 과정을 보면 낮은 편이 아니다. 
  기후위기는 생물다양성의 위기로 이어지고, 생물다양성 위기는 식량위기로 이어진다. 지금 당장 탄소 배출을 줄였다고 하더라도 생태계가 곧바로 복원되지 않을 것이므로, 환경변화에 대한 복원이 필요하고 복원에는 다양성이 중요하다. 유기농업은 관행농에 비해 30% 이상 생물다양성이 높아서 생태계 복원을 위해 가장 중요한 농업이고, 기후위기 대응의 최종 목표이며, 그런 배경을 바탕으로 EU는 2030년까지 25%까지 유기농 면적을 확대하는 목표를 세웠다. 우리는 2025년까지 전체 농지의 10% 확대를 목표로 세웠지만 현재 5%에 머물러 있으며 아직 요원하다.
  우리 정부의 계획과 실행을 보면 기후위기, 탄소감축, 식량안보에 대해 아직 농민운동의 구호 정도로 인식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지구가 몇십 년 동안 외치는 알림을 우리가 듣지 못한 것처럼, 그나마 시간이 남아 있을 때 다양한 방식의 유기농업으로 과감하게 대전환을 시도하지 않는 것이 참 안타깝다.
  논물 얕게 대기, 질소비료 절감, 바이오차 보급, 저메탄·저단백질 사료 공급 등 나름 노력은 하고 있지만, 방법이 아니라 농정의 방향을 바꾸는 정도의 혁신과 현장에서 실증되고 검증된 체계적인 농법과 데이터가 필요하다. 농업인들이 현장에서 생계를 걸고 농법을 검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전남 곡성군 농민회 친환경 회원들은 거금을 들여 자체적으로 무경운 이앙기까지 개발해서 무경운으로 벼를 실증 재배하여 일반 농법보다 더 많은 양을 수확했고, 쌀겨를 이용한 잡초 방제를 통해 잡초 발생이 얼마나 줄어들는지도 실증했으며, 상주에서는 생태농업이 일반농업에 비해 얼마나 탄소를 감축하고 토양에 저장하는지의 실증 연구도 했다.
  탄소중립 시대에는 과거에 민간요법쯤으로 인식하던 농법들 속에서 첨단 농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과학과 첨단’의 방향의 하나로 친환경농업의 첨단기술, 디지털 기술 등 정보 기반 농업을 강화하고, 유기농업기술 연구에 대한 R&D 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며, 유기농업이 어떻게 우리나라 생물다양성과 환경에 기여하고 있는지 정밀한 데이터의 생산도 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유럽의 AKIS(Agricultural Knowledge and Innovation Systems, 농업지식정보시스템)처럼 유기농업의 지식정보시스템을 구축하여 실증된 좋은 사례를 공유해서 친환경농업의 보급에 힘쓰고, ESG나 환경 측면에서 친환경농산물이 지구를 지키는 농업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최근, 대표적인 탄소 배출원인 내연기관 자동차가 빠르게 전기차로 대체되고 있다. 그런데 전기차는 새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 내연기관 자동차가 개발되기 50년 전인 1834년 이미 출시되어 1899년 시속 100km를 돌파했고, 1917년에 가솔린 겸용 하이브리드까지 발전했으며, 1920년까지 자동차는 원래 전기자동차였으나, 석유 자본에 의해 퇴출당했다가 다시 귀환한 것이다. 우리 농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용※ 필자 강용: 한국친환경농업협회 회장, 학사농장 대표이사.
인간과 자연이 함께 건강한 농업을 구현하는 세상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