돛대바위에서 바라본 사계절의 다랑논

글·사진 임영군

열 살 전후부터 40여 년간 고향 뒤편에 우뚝 솟은 황매산 모산재의 돛대바위에 올랐다. 수백 미터 낭떠러지 위에 아슬아슬하게 돛이 펼쳐진 모양의 바위다. 어떤 날은 운해가 가득 차서 바다를 이루고, 어떤 날은 골골이 안개가 들어차서 운무가 춤을 추기도 했다.
  돛대바위에서 바라본 다랑논은 그 어떤 풍경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 경치가 좋은 곳은 먹고살기가 힘들다. 농사를 지으려면 몇 배의 노력이 들어간다. 내가 어릴 적에는 5월부터 7월까지 다랑논에서 워, 워, 하고 소를 모는 농민들의 소리가 가득했다. 이제는 기계들이 소를 대신하면서 석 달 넘게 걸리던 모내기가 2, 3주면 끝이 난다.
  산업화가 되면서 많은 농부가 일을 찾아 도시로 떠나면서 천수답은 산으로 변했다. 그래도 요즘은 고향을 떠났던 이들이 다시 시골로 돌아와 새로 집을 짓고, 곡식도 심고 있다. 돛대바위에서 보면 누구네 논이 묵었고, 누구네 밭에 고추가 심겼는지 한눈에 다 보인다. 여전히 농사짓고 있는 농부들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 다랑논들은 미래에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해 갈까?
  30년째 돛대바위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느낀다. 광합성 공장 사장님인 농부와 사진가의 공통점은 빛을 담아내는 것이라는 걸. 올해는 농사도 사진도 풍년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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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군 황매산 자락의 봄, 여름, 가을, 겨울 다랑논. ⓒ임영군

OLYMPUS DIGITAL CAMERA필자 임영군: 농부, 사진가(특수촬영, 항공촬영), Paramotor pilot, Paraglider pilot.
경남 합천군에서 안개꽃 농사를 짓고 있다. 30여 년째 농부의 시선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youtube.com/hapchunang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