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홍수열
국내 쓰레기 문제 현황
쓰레기 문제가 계속 심각해지고 있다. 2018년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폐비닐 수거대란 이후 쓰레기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쓰레기 문제는 오히려 더 심각해지고 있다.
2020년 쓰레기 발생량은 연간 약 2억t인데 10년 전 대비 43%가 증가했다. 매년 쓰레기 발생량이 증가하는 추세이긴 한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증가한 양이 10년 동안 증가한 양의 66%를 차지하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더 심각하다. 2020년 기준 연간 약 1000만t의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는데, 10년 동안 무려 200%나 증가했다. 쓰레기 발생량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것은 쓰레기 관리가 위기에 처해 있음을 의미한다.
2020년 기준 생활 쓰레기 처리현황을 보면 재활용이 60%, 소각 및 매립이 각각 26%, 12%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쓰레기를 태워서 에너지를 이용하는 것까지 재활용으로 집계하기 때문에 국제 기준에 비추어 재활용률이 높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 배출되는 폐비닐은 대부분 폐기물고형연료로 이용되고 있다. 유연탄을 대체하는 용도로 태우고 있는데 통계에는 재활용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면 실질 재활용률은 약 50%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평균 재활용률이 20% 정도 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재활용률은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단위면적당 쓰레기 발생량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재활용률이 높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단위면적당 쓰레기 발생량은 우리나라가 무려 미국의 7배다.
좁은 국토에 쓰레기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쓰레기 처리시설이 부족하다. 생활 쓰레기 매립지 수명은 전국 평균 3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수도권 매립지는 이 상태라면 2027년경에 꽉 찰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으로 확대하면 2025년 이전에 18곳의 매립지가 수명이 다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중 6곳은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쓰레기가 갈 곳을 찾지 못해 쌓이는 게 바로 쓰레기 대란이다. 2019년에는 전국 수백 곳에서 쓰레기 산이 생겼고, 동남아시아로 불법 수출된 쓰레기로 국제 망신을 당한 적도 있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2019년의 쓰레기 투기의 악몽이 주기적으로 재연될 수 있다.
농촌 쓰레기 문제
농촌지역 쓰레기 문제는 삼중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먼저 농촌 자체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다. 농촌 쓰레기는 마을에서 발생하는 생활 쓰레기와 농업에서 발생하는 영농폐기물로 구분된다. 영농폐기물은 비닐하우스 및 멀칭용으로 사용하는 비닐과 농약병 중심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보온덮개나 차광용 비닐, 각종 지지대, 곤포사일리지 비닐 등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다. 농산물을 수확한 후 남은 줄기 등의 부산물도 큰 틀에서는 영농폐기물에 포함된다.
농촌 쓰레기 관리의 가장 큰 문제는 쓰레기 처리시설에서 적정하게 처리되지 않고 불법으로 소각되거나 투기되는 경우다. 영농폐비닐은 2020년 기준 매년 31만t이 발생하고 있는데 수거되는 양은 20만t에 불과하다. 약 10만t의 영농폐비닐이 농촌지역에 그대로 버려지고 있다. 농약병은 연간 약 7000만 개가 사용되는데 6700만 개만 수거되고 나머지 300만 개는 농가에 보관하고 있거나 버려지고 있다. 영농폐비닐과 농약병은 그나마 통계가 있지만, 나머지 쓰레기는 실태파악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 농사가 끝난 후 영농부산물은 태우는 경우가 많은데, 영농부산물 소각은 농촌지역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이다. 2012년 기준으로 영농부산물 소각으로 인해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국내 미세먼지 발생량의 약 7%를 차지한다는 연구도 있다. 전북지역에서는 2022년 6월 보릿대 수확기에 영농부산물 소각 단속을 벌인 결과,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수치가 각각 37.5%, 41.2% 감소했다고 한다. 폐기물관리법에서는 영농부산물까지 포함하여 쓰레기의 불법소각 및 투기를 금지하고 있고, 미세먼지법에서는 지자체로 하여금 영농부산물을 수거 등 처리하도록 하고 있으나 예산 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지 않다.
농촌지역 생활 쓰레기 불법소각 문제도 심각하다. 종량제 봉투 구매가 불편한 점도 있지만, 쓰레기 불법소각이 관행이 되어 있고 단속이 쉽지 않아서 전국 모든 지역에서 손대기 어려운 고질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심지어 고향을 방문하는 자식에게 쓰레기를 가져와서 태우라고 권하는 이들도 있다. 쓰레기를 그냥 태우면 환경오염 방지시설을 갖춘 소각장에서 쓰레기를 소각하는 것에 비해 환경오염물질이 수십만 배 이상 배출된다. 한 가정에서 태우는 양이 소량이라고 할지라도 많은 집에서 쓰레기를 소각한다면 그로 인한 영향은 무시 못 할 수준이 된다.
외부 요인으로 인한 농촌 쓰레기 문제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농촌을 방문하는 외지인이나 관광객이 농촌지역에 쓰레기를 투기하거나 쓰레기를 수집하는 업체가 도시 지역이나 공장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전문적으로 투기하는 경우인데, 감시카메라 등이 촘촘하지 못하기 때문에 단속의 어려움이 있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계곡이나 강 주변 마을의 경우 관광객들이 쓰레기를 마을 입구에 버리고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쓰레기 처리시설이 인구밀도가 낮은 농촌지역으로 몰려오면서 지역사회에 엄청난 갈등을 유발하는 것도 문제다. 농촌지역이 도시나 공장의 쓰레기 처리장으로 전락하고 있는데 환경 정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공공시설이라면 그나마 지원이 체계적으로 되는데 민간시설은 인접 마을을 제외하고는 혜택이 전무하다.
제로 웨이스트 사회로 가려면
우리나라 전체적인 쓰레기 문제와 농촌지역 쓰레기 문제 현황을 살펴봤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우선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재사용·재활용량을 늘려 소각 및 매립이 없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사회로 가야 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분리배출을 열심히 하는 개인들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개인들이 실천할 수 있는 인프라와 시스템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 매장을 동네마다 설치해야 하고, 다회용 컵이나 용기로 테이크아웃하거나 배달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한다. 정확한 분리배출 교육 및 정보제공을 통해서 주민들이 제대로 된 분리배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농촌지역의 경우 농촌지역에 특화된 대책이 필요하다. 지자체는 마을마다 쓰레기 집하장을 설치하도록 지원하고, 농민들은 가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와 영농폐기물을 종류별로 분리하여 배출해야 한다. 쓰레기 집하장을 도로변에 설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도로변 집하장은 외지인의 쓰레기 불법투기 거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마을 안쪽에 설치하는 것이 좋다. 집하장 정비와 더불어 쓰레기 소각을 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홍보 및 교육이 필요하다. 마을 이장이 정기적으로 방송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전문 교육팀이 마을을 순회하면서 전문적인 교육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자체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마을공동체 혹은 지역별 자활기관 등 사회적 경제조직에서도 농촌지역 쓰레기 관리를 전담하는 사회적 기업 설립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좀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농촌지역은 쓰레기 종량제 봉투 사용을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종량제 봉투 사용으로 얻는 이익보다 쓰레기 불법소각을 막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크다. 종량제 봉투 사용을 정착시키기보다 쓰레기를 태우지 않고 집하장에 쓰레기를 제대로 배출하도록 유도하면 어떨까. 재활용되지 않는 쓰레기는 마을 단위로 모아서 처리하고, 쓰레기 처리비용은 재활용품 판매수익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것이 더 현실적으로 보인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의 경우, 마을 단위로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 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농촌지역에도 가축을 키우거나 농사를 짓지 않는 이들이 많다. 이런 경우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기가 쉽지 않아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 시설이 필요하다.
영농부산물의 경우 퇴비로 만들거나 칩이나 펠릿을 제조하여 바이오매스 연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동식 파쇄기 등을 보급하여 전문적으로 영농부산물을 집중적으로 수거하는 체계 정비가 필요하며 정부 및 지자체 차원에서 관련 재원 마련 및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농촌지역에 쓰레기 불법투기를 하지 않도록 대국민 홍보가 필요하며, 쓰레기 불법투기 신고포상금제 등을 통해 감시체계도 강화되어야 한다. 쓰레기 처리시설은 농촌지역이 아니라 공단 등 관리가 가능한 지역에 우선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되, 농촌지역에 설치할 경우 쓰레기 처리세를 부과하여 지역발전 및 주민지원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쓰레기가 전혀 없는 세상을 만들기는 불가능하지만, 쓰레기가 처리되지 못해 산처럼 쌓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 농촌을 쓰레기 투기지역으로 전락시키는 일은 더더욱 없어야 한다. 쓰레기 대란은 인간의 탐욕과 나태함의 결과일 뿐이다. 쓰레기 문제에 대한 우리 모두의 관심과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필자 홍수열: 온갖 쓰레기 문제를 연구하는 1인 연구소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사)자원순환사회연대에서 11년간 활동가로 일한 뒤 쓰레기 연구자의 길로 들어섰다. 쓰레기 문맹 탈출을 돕는 유튜브 프로그램 <도와줘요 쓰레기박사>를 책임지고 있다. 쓰레기 문제가 해결되어 백수가 되는 날을 꿈꾼다.
분리배출 OX 퀴즈 1. 일회용 종이컵은 재활용이 가능해서 종이류로 배출한다. 정답: 1. X 2. X 3. O 4. X 5. O 6. X 7. O 8. X 9. X 10. X 출처: 홍수열 저서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슬로비, 2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