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에서 만난 꽃

해발 3962m, 에베레스트 뷰 호텔에서 찍은 구상나무, 개잎갈나무.
해발 3962m, 에베레스트 뷰 호텔에서 찍은 구상나무, 개잎갈나무. ⓒ임영군

 글·사진 임영군

  히말라야를 걷는 여정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비행장이라는 네팔 루클라 텐징-힐러리 공항(해발 2850m)에서 시작된다. 여행자의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포터porter들을 만나서 그들과 함께 걸은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설산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거대한 떡갈나무를 만났다.

팡보체 마을 해발 4060m 산장으로 가스통을 배달하는 야크.
팡보체 마을 해발 4060m 산장으로 가스통을 배달하는 야크. ⓒ임영군
해발 4410m 딩보체 마을.
해발 4410m 딩보체 마을. ⓒ임영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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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힐러리 브릿지를 건너는 당나귀 무리. ⓒ임영군
해발 2591m 루클라 마을의 감자 심는 농민들.
해발 2591m 루클라 마을의 감자 심는 농민들. ⓒ임영군

  식물학을 전공하고 농부가 된 내게 히말라야를 두 발로 걷는다는 것은 수많은 식물과의 만남을 의미한다. 해발 4410m 딩보체 마을까지는 농부들이 밭을 만들어 감자를 심고, 보리를 기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수목한계선(樹木限界線, 수목이 존재할 수 있는 극한의 선)인 딩보체 마을 위로는 야크와 신들의 영역이자 허리를 굽히고 자세히 살펴야만 보이는 고산 식물(Alpine Plants)의 영역이기도 하다.

해발 4410m 딩보체 마을 매자나무
해발 4410m 딩보체 마을 매자나무. ⓒ임영군
해발 5345m 렌조라패스에 핀 돌꽃.
해발 5345m 렌조라패스에 핀 돌꽃. ⓒ임영군

  에델바이스, 벼룩이자리, 히폴리티아, 용담, 코르티엘라, 안드로사체, 돌꽃…. 처음 보는 희귀한 식물들이 돌 틈과 고산 초원을 가득 메우고 있다. 네팔에만 6800여 종의 식물이 살고 있다니, 거대한 유전자원의 보고인 것이다. 근래에는 기후 변화로 히말라야의 얼음이 녹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그 얼음이 사라진 자리를 고산식물이 빠르게 채워가고 있다고 한다.

해발 5550m 추쿵리 벼룩이자리.
해발 5550m 추쿵리 벼룩이자리. ⓒ임영군
해발 4940m 로부체 마을 히폴리티아
해발 4940m 로부체 마을 히폴리티아. ⓒ임영군
해발 5550m 추쿵리에서 발견한 에델바이스
해발 5550m 추쿵리에서 발견한 에델바이스. ⓒ임영군

  해발 5550m 높이 추쿵리Chukhung Ri에 도착했을 때, 바위 아래서 군락을 이루며 이쁘게 자라고 있는 에델바이스를 보는 순간, 나는 힘들었던 모든 것을 보상받은 것 같았다. 아직 이번 여행 사진 정리도 끝내지 못했지만, 나는 야생화꽃이 가득할 여름의 히말라야로 떠날 계획을 다시 세우고 있다.

임영군필자 임영군: 농부, 사진가(특수촬영, 항공촬영), Paramotor Pilot, Paraglider Pilot
경남 합천군에서 안개꽃 농사를 짓고 있다. 30여 년째 농부의 시선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이 글과 사진은 2023년 1월,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Trekking을 다녀온 기록이다.
youtube.com/hapchunang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