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임영군
히말라야를 걷는 여정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비행장이라는 네팔 루클라 텐징-힐러리 공항(해발 2850m)에서 시작된다. 여행자의 무거운 짐을 들어주는 포터porter들을 만나서 그들과 함께 걸은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설산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거대한 떡갈나무를 만났다.
식물학을 전공하고 농부가 된 내게 히말라야를 두 발로 걷는다는 것은 수많은 식물과의 만남을 의미한다. 해발 4410m 딩보체 마을까지는 농부들이 밭을 만들어 감자를 심고, 보리를 기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수목한계선(樹木限界線, 수목이 존재할 수 있는 극한의 선)인 딩보체 마을 위로는 야크와 신들의 영역이자 허리를 굽히고 자세히 살펴야만 보이는 고산 식물(Alpine Plants)의 영역이기도 하다.
에델바이스, 벼룩이자리, 히폴리티아, 용담, 코르티엘라, 안드로사체, 돌꽃…. 처음 보는 희귀한 식물들이 돌 틈과 고산 초원을 가득 메우고 있다. 네팔에만 6800여 종의 식물이 살고 있다니, 거대한 유전자원의 보고인 것이다. 근래에는 기후 변화로 히말라야의 얼음이 녹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그 얼음이 사라진 자리를 고산식물이 빠르게 채워가고 있다고 한다.
해발 5550m 높이 추쿵리Chukhung Ri에 도착했을 때, 바위 아래서 군락을 이루며 이쁘게 자라고 있는 에델바이스를 보는 순간, 나는 힘들었던 모든 것을 보상받은 것 같았다. 아직 이번 여행 사진 정리도 끝내지 못했지만, 나는 야생화꽃이 가득할 여름의 히말라야로 떠날 계획을 다시 세우고 있다.
필자 임영군: 농부, 사진가(특수촬영, 항공촬영), Paramotor Pilot, Paraglider Pilot
경남 합천군에서 안개꽃 농사를 짓고 있다. 30여 년째 농부의 시선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이 글과 사진은 2023년 1월,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Trekking을 다녀온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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