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 내마음의외갓집 대표 편
대산가족이 차리는 지혜로운 밥상, ‘대지의 밥상’이 코로나19로 인한 오랜 공백을 딛고 3년 만에 다시 서울 도심에서 차려졌다. 6월의 주인공은 김영미 내마음의외갓집 대표다. 이번 행사는 선착순 참가 신청이 약 20분 만에 끝났을 정도로 시작 전부터 뜨거운 인기를 끌었다. 6월 7일,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 복합문화공간에서 진행된 대지의 밥상 행사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글과 사진으로 전한다. [편집자 주] |
산나물 꽃이 한아름 담긴 화병이 테이블마다 놓이고, 산나물 이파리는 수저받침이 되어 가지런히 자리 잡았다. 김영미 대표는 여름이면 지천에 산나물이 쏟아지는 영월의 풍경을 도심에 옮겨 놓았다. 일찍 도착한 참가자들은 영월에서 온 라벤더 차를 따뜻한 물에 우려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40여 명의 참가자가 모두 모이고, 김 대표에 대한 소개와 함께 ‘농부와의 대화’ 시간이 시작되었다. 그는 ‘자급자족’을 목표로 다품종소량생산 방식의 농사를 짓는 이유, 농가민박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 맺고 소통하게 된 사연 등을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입담으로 풀어갔다.
“저는 화학비료나 농약을 ‘간섭’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작물은 적당히 생장하고 정점에 다다르면 소멸하거든요. 흔히들 ‘풀과의 전쟁’이라고 하는데, 다들 정점에서 전쟁을 하려고 해요. 저는 초반에 하거나 그냥 포기해요. 내버려 두다시피 하는 경우도 있고, 일부는 그냥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게 굳이 간섭하고 통제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수확량은 적지요. 그런데 수확량이 많으면 팔기도 힘들어요.”
한 참가자가 ‘돈이 되지 않는 농사’를 짓고 있는 부부에게 농가민박이 충분한 수입이 되는지 질문했다.
“저희 땅이나, 집이나, 다 농어촌공사랑 농협 거예요. 저희는 관리만 하고 있습니다. 하하. 돈은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 씁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얼마를 벌기보다 얼마를 쓰는 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초창기에는 ‘남편 빼고 다 판다!’ 주의였어요. 다품종소량생산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는 가공품 목록이 많아져요. 그래서 그쪽으로 연구를 해볼까 했는데, 결정적으로 마케팅에 관심도 재주도 없네요. 그래도 다 살기 마련이에요. ‘그 돈 안 쓰겠다’라고 생각을 하면 안 써지거든요. 형편대로 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난히 잘 살아지네요.”
이어진 식사 시간에는 눈개승마베이컨말이, 산마늘페스토파스타, 산마늘장아찌주먹밥, 오이롤초밥, 토마토소고기스튜 등 영월의 제철 식재료가 푸짐하게 담긴 한 상이 차려졌다.
“대지의 밥상을 제안받았을 때부터 눈개승마, 산마늘 등을 잘 갈무리해두었고, 지금 나오는 곤드레 등을 추가해 산나물 밥상을 차렸어요. 원래 시장이 반찬이잖아요. 우리 집에 오면 다들 밥이 맛있다고 그래요. 비결은 일을 많이 시켜서 배고프게 만들고, 밥때보다 조금 늦게 밥을 주는 것이랍니다.”
김 대표의 익살스러움에 참가자들은 다 같이 웃음을 터뜨리고,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대지의 밥상을 즐기기 시작했다.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설문조사를 통해 “색다르고 행복한 만남이었다”, “농업이 밥상으로 오는 과정임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제철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등 호평을 남겼다.
대지와 농부가 함께 차리는 특별한 밥상, ‘대지의 밥상’은 오는 10월 이혜인 밝은세상영농조합법인 대표와 11월 이동현 농업회사법인 미실란 대표의 풍성한 가을 밥상으로 다시 도시민들과 마주할 예정이다.
정리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