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맛

글·사진 이상엽

  지독하게 길었던 척박한 겨울의 모습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초록의 푸르름과 생명력이 갓 태어난 아기새의 지저귐과 함께 더욱 짙어진다.

ⓒ이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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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봄, 꽃을 피우고 작은 초록의 알맹이를 살며시 내밀었던 블루베리는 뜨거운 태양과 함께 보랏빛으로 변해간다. 짙어지는 보랏빛과 함께 농장은 어느덧 초록과 푸름을 테마로 한 과일가게로 변신하지만, 공간의 온도가 확연히 다르다.

ⓒ이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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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이 결핍된 도시에서 사람들은 과일을 사기 위해 거대한 마트의 차디찬 진열대로 향하고, 그곳에서 투명하고 얇은 옷을 입은 채 부패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과일과 마주한다.
  그러나 이곳 초록이 넘치는 자연 속 진열대는 너무나 따뜻하고 강렬해서, 과일에 계절의 온도와 추억이 그대로 스며든다.

ⓒ이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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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 되면, 꼬마 농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작은 뜨내기 농부들이라고 해서, 맛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블루베리의 참된 맛을 알고 싶다면 이 농부들에게 물어야 한다.

ⓒ이상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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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종걸음, 깔깔 웃음, 삐질삐질 흘리는 땀에 이마를 스쳐 지나가는 시원한 바람과 새소리의 조화는 완벽한 레시피가 되어 블루베리의 맛을 훨씬 더 좋게 만든다.
  훗날 아이들은 시골 농장에서 맛보았던 초록의 여름을 종종 기억할 것이다. 이것이 여름의 맛이다.


이상엽필자 이상엽: 초록문화공간 피카그린 대표
2대째 가족과 함께 농장을 아름답게 가꾸고 있다. 다양한 초록 식물을 활용한 계절별 문화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기획하여, 사람들이 더욱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