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이상엽
지독하게 길었던 척박한 겨울의 모습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초록의 푸르름과 생명력이 갓 태어난 아기새의 지저귐과 함께 더욱 짙어진다.
지난봄, 꽃을 피우고 작은 초록의 알맹이를 살며시 내밀었던 블루베리는 뜨거운 태양과 함께 보랏빛으로 변해간다. 짙어지는 보랏빛과 함께 농장은 어느덧 초록과 푸름을 테마로 한 과일가게로 변신하지만, 공간의 온도가 확연히 다르다.
초록이 결핍된 도시에서 사람들은 과일을 사기 위해 거대한 마트의 차디찬 진열대로 향하고, 그곳에서 투명하고 얇은 옷을 입은 채 부패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과일과 마주한다.
그러나 이곳 초록이 넘치는 자연 속 진열대는 너무나 따뜻하고 강렬해서, 과일에 계절의 온도와 추억이 그대로 스며든다.
여름이 되면, 꼬마 농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작은 뜨내기 농부들이라고 해서, 맛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블루베리의 참된 맛을 알고 싶다면 이 농부들에게 물어야 한다.
종종걸음, 깔깔 웃음, 삐질삐질 흘리는 땀에 이마를 스쳐 지나가는 시원한 바람과 새소리의 조화는 완벽한 레시피가 되어 블루베리의 맛을 훨씬 더 좋게 만든다.
훗날 아이들은 시골 농장에서 맛보았던 초록의 여름을 종종 기억할 것이다. 이것이 여름의 맛이다.
필자 이상엽: 초록문화공간 피카그린 대표
2대째 가족과 함께 농장을 아름답게 가꾸고 있다. 다양한 초록 식물을 활용한 계절별 문화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기획하여, 사람들이 더욱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