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이인안
숲은 나에게 어릴 적 마음껏 뛰놀던 놀이터였고, 지금은 부지런히 움직이는 일터다. 철마다 다른 색의 푸르름과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산이 좋아서, 고마워서 산을 지키고 함께 살아가는 직업을 택했다. 나는 산림청 공중진화대원이다.
농민의 손길이 바빠지는 때가 오면, 산을 지키는 사람들도 바빠진다. 점점 더해만 가는 기후위기로 봄철 가뭄은 심해지고, 대형산불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숲은 예로부터 수많은 생명의 보금자리이며, 인간에게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는 숲, 그러나 한순간 부주의로 산불이 일어나면, 순식간에 수많은 생명의 보금자리가 사라진다. 새 생명이 끊임없이 잉태하는 숲에서 새까맣게 타버린 터전을 볼 때마다 허무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산불로 타버린 산림 생태계가 다시 생명력을 찾으려면 10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숲은 후손들에게 빌려서 잠시 쓰고 있는 것이며, 온전히 물려줘야 한다. 다음 세대에 부끄럽지 않고, 후회하지 않을 미래를 위해 우리의 소중한 보금자리를 꼭 지키겠다는 마음. 그런 간절함으로 숲으로 향한다.
필자 이인안: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공중진화대원
대산농촌재단 장학생 출신으로, 귀농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자연을 좋아해 산림학과를 졸업했다. 현재는 산불로부터 대한민국 산림을 지키는 일을 하고 있으며, 틈틈이 아름다운 자연과 지켜야 할 현장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