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상생·다양성의
농촌을 만난 청년들

대산장학생 2015 동계연수기

지난 2월 3일부터 5일까지 2박 3일간 있었던 대산장학생 2015년 동계연수. ‘청년, 상상 · 상생 · 다양성을 지닌 농촌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충남 아산의 지역순환농업 현장, 우리 품종 딸기를 개발해 농민의 부담을 덜어주는 논산딸기시험장, 지역민이 함께하는 축제로 작은 농촌마을을 관광명소로 만든 청양 알프스 마을, 그리고 젊은 농부들이 함께 농촌에서 꿈을 키워가는 홍성 젊은협업농장 등을 방문했다.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한 지역공동체’이야기와 소비자와 농민이 함께 만들어 가는 상생의 노력을 만난 장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산 지역순환농업에서 푸른들영농조합법인은 농민이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농산물 가공과 유통을 전담한다.

농촌 ‘수난’ 시대, ‘순환’에서 길을 찾다 _아산 푸른들영농조합법인

“반갑습니다. 우리는 농업의 ‘농’자만 들어도 반갑습니다.” 우리를 맞이해준 푸른들영농조합법인최종복 본부장의 첫마디였다. 그 말 한마디와 표정에서 농업과 농촌을 아끼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산의 지역순환농업은 친환경 생산자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지속 가능한 농업이 무엇인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결과 ‘옛날 방식 그대로의 농업’, 자원순환형 농업과 유기농업이라는 결론이 나왔고 지역 생산자들이 주체가 되어 장기적으로 지역 내에서 자원을 순환시킬 수 있는 농업을 구상하였다.

이호열 사회적협동조합 아산제터먹이 대표는 강의를 통해 ‘더불어 사는 농촌’ 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장학생들에게 ‘철학이 있는 농업인이 되어 소중한 농업 을 꼭 지켜내라’고 당부했다.

미국·호주와 같이 농가당 면적이 넓은 곳에 비해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에서는 ‘더불어 사는 농촌’이 아니고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지역공동체 조직에 박차를 가했다. 지역순환 농업 시스템을 통해 경종농가와 축산농가, 푸른들축산, 친환경종합처리센터, 가공공장, 한들식품, 소비자(한살림 천안아산생협)가 순환의 고리를 이루고 있으며 푸른들영농조합법인은 그중 가공과 유통을 담당해 농민이 마음 놓고 생산할 수 있도록 한다. 지역순환농업이 거둔 성과도 놀라웠지만, 뇌리에 강하게 남았던 것은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정신이었다. 편한 길보다 옳은 길을 택했던 용기에 감동했고, 현재 당면한 문제의 실마리를 과거 조상들의 지혜에서 찾아낸 안목에 감탄했다. 그들이 일궈온 무형의 가치가 후계자들에게 온전히 전해질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상윤 /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PD과정

 

산비탈을 활용한 눈매 타기. 알프스 마을에는 어른과 아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농촌만의 놀잇거리가 풍부하다.

‘농촌’의 매력에 빠지다 _청양 알프스 마을

충남 청양 알프스 마을. 대부분이 산이라 농경지도 별로 없고, 고령화되어 볼 것도 찾아올 것도 없던 작은 농촌 마을이 축제를 통해 도시민들이 줄지어 찾는 곳으로 변신했다. 분명 알프스 마을 은 내 고향인 안성시 대덕면보다 도시인들이 찾아가기 힘들고 굳이 찾아갈 이유도 없는 곳이었을 것이다. 알프스 마을을 찾기 전에는 농촌에서 하는 얼음축제가 테마파크에서 열리는 화려한 겨울축제에 비할 수 있겠나 싶었다.

모내기 철에 이용하고 다른 계절에는 창고를 지키는 이앙기. 알프스 마을에서 는 겨울에도 사람들을 태워 나르는 썰매로 변신했다.

하지만 황준환 알프스 마을 위원장의 스토리가 담긴 설명을 듣고 보니, 도시의 테마파크를 마냥 따라 하지 않고 농촌만의 매력을 살렸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외부의 돈이 투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축제의 시설물들은 조금 엉성하기도 했고, 어설프기도 했다. 하지만 소 썰매를 태워주고, 농사를 지을 때 이용하는 이앙기로 썰매를 태워주는 발상은 농촌 어르신들밖에 할 수 없는 아이디어이리라. 우리나라 사람들, 아니 전 세계인들은 누구나 농촌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산업화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우리나라는 특히 더 농촌에 뿌리 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들의 자녀, 손자들을 롯데월드, 에버랜드의 놀이시설을 즐기게 하는 것보단 구수한 군밤 냄새가 퍼지는 비닐하우스 안에서의 얼음 봅슬레이, 비료 포대 썰매, 농기구 마차, 소와 양, 강아지가 있는 농촌 축제에 데리고 오는 것이 더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영인 / 성신여자대학교 생명과학과 3학년

 

조대성 젊은협업농장 대표는 개인과 지역사회를 연결하고 공동체를 풍성하 게 만드는 다양한 사례를 들려주며 청년이 만들어가는 농촌의 가능성을 보 여주었다.

사람, 교육, 공동체가 어우러지다 _홍성 홍동면 지역공동체

‘더불어 사는 마을, 생각하는 농민’이라는 슬로건을 가진 홍동 마을. 유기 농산물, 가공품 등을 판매하는 풀무생협부터 동네 주민들이 돌아가면서 일일 주인이 되는 협동조합 술집 ‘동네마실방 뜰’,건강한 농촌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의료생협, 우리 힘으로 집을 해결하자는 ‘얼렁뚝딱 건축조합’ 등 일상에 꼭 필요한 것부터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요소요소까지 협업의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는 곳이다. 듣도 보도 못했던, 이런 곳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그야말로 살고 싶은 농촌이었다. 도시와 농촌이 지니는 가장 큰 차이 중 하나가 문화 혜택의 격차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젊은협업농장 조대성 대표의 이야기는 나의 인식을 바꾸었다.

영농기반이 없는 젊은이들에게 인턴십 과정을 제공하며 농촌 정착을 돕는 젊은협업농장. 협력과 연대를 통한 새로운 농촌 정착의 방식을 제시하는 사례다.

농촌에는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더 많기 때문에 상상하는 걸 마음껏, 더 멋있게 실현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나의 작은 재능도 농촌에서는 귀하고 크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웠다. 젊은 귀농 희망자들을 돕기 위한 농창업진로플랫폼 ‘마중물 붓기’, 대학이 아닌 대안교육을 선택한 젊은 청년을 지원하는 ‘해강산 프로젝트’, 농촌의 현실을 알리고 소통하기 위한 팟캐스트 ‘farm므파탈’ 등의 생생한 사례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 농촌은 문화가 없는 곳이 아니라 아직 그려지지 않은 백지라는 것을, 그 백지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기쁘고 놀라웠다.

최동천 / 고려대학교 생명과학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