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다시 새해입니다.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72)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지난해 말 서울대에서 했던 강연이 한때 화제였습니다. 그는 “도시를 나가 드넓은 농장으로 가라, 여러분(20~30대)이 은퇴할 때쯤이면 농업이 가장 유망한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식량과 농경지 부족이 심해질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지난해, 우리나라 영화계를 강타했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SF영화 ‘인터스텔라’. 머지않은 미래, 지구가 더는 사람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이 되자, 미항공우주국이 새로운 별 개척에 나서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 속에는 숭고한 가족애의 메시지가 강하게 담겨 있고, 웜 홀, 블랙홀, 시간 이동, 5차원 같은 과학적 내용이 버무려져 있습니다. 거대한 우주의 모습을 제대로 보려면 IMAX로 보라는 여론의 충고 때문에 영화관 좌석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든 일은 아이맥스영화관에서 인터스텔라를 보며 허니**칩을 먹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인터스텔라를 들여다보면 코앞에 닥친 농업의 위기에 관한 경고를 읽을 수 있습니다. 대규모 영농을 추구하는 미국에서 대부분의 농작물이 멸종해 먹을 수 있는 건 옥수수뿐입니다. 짐 로저스의 예언(?)대로 농부가 최고의 직업이 된 세상이지만, 행복한 세상은 아닙니다.
새해가 밝았지만 우리 농업·농촌의 전망도 그리 밝아 보이지 않습니다. 쌀 관세화 개방과 쉴 새없이 체결되는 FTA, 앞으로 펼쳐질 또 다른 개방화의 이름들. 개방의 강도는 세지고 범위는 확대될 전망입니다. 초국적 농식품 기업들은 ‘미래 유망한 산업’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자 더욱 거세게 움직일 것입니다. 농업은 투자할 가치가 있는 미래 유망산업 이전에 우리 삶의 근원이자 그 자체이므로 그것을 이루고 있는 중요한 것들_ 예를 들어 종자라든가 안전한 먹거리, 소농, 농촌공동체 등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 대기업에는 잘 들리지 않는 듯합니다.
얼마 전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업 농촌에 대한 2014년 국민의식 결과]를 보면, 농업과 농촌의 가치와 역할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압도적으로 많아졌습니다. 농민 역시 농촌생활에 만족한다는 비율이 10년 새 4배 상승한 43.8%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직업만족도는 19.9%에 그쳤고 67.8%가 후계인력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우리 농업의 발전 가능성과 경쟁력은 농민보다 도시민이 더 긍정적이라는 사실이 특이합니다. 농업과 농촌에 대한 도시민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 반갑고, 농민이 ‘농민’임에 자부심을 많이 지니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2015년 농업 농촌을 둘러싼 많은 숙제와 함께 대산농촌문화재단이 ‘대산농촌재단’으로 새롭게 시작합니다. ‘농촌’ 안에 농업과 농촌, 농민, 그리고 우리 삶으로 대변되는 커다란 문화를 함께 담아 새롭게 도약하는 것입니다.
지난 24년간처럼, 대산농촌재단은 앞으로도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드높이는 일들을 펼칠 것입니다. 농업이 얄팍한 경제 논리에서 기인한 ‘미래 유망산업’에 머물지 않도록 말입니다.
새해에도 변함없이, 농업인 여러분을 응원합니다.